성경으로 본 메소포타미아 고대제국
김환철 지음 / 솔로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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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을 읽다보면 몇몇 인물들의 믿음의 행보에 대하여 감동받으며 그 믿음의 깊이에 대하여 묵상하게 된다.  나한테는 그 중 한 명이 바로 유다왕국의 히스기야 왕이었는데 앗시리아의 침공을 받으며 국가의 존망 앞에서 기도함으로 구해달라 절규했던 그의 믿음은 내게는 대단한 신앙의 표현으로 본받을 인물이었다.  그래서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때마다 성경에서 그 부분을 가끔 펼쳐보고 읽고는 한다.  그러다보니 그 상대방인 앗시리아 왕 산헤립에 대하여 궁금해졌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무시하고 유다왕국을 쳐들어온 그는 결국 선지자의 예언대로 그의 오만함으로 유다왕국을 공격하기는 커녕 고국에서 일어난 반란을 제압하고자 급히 귀국하였다가 자신의 성전에서 예배를 올리던 중에 자신의 장성한 두 아들들에 의하여 살해당하고 만다.  또한 요나서에서 나오는 니느웨는 앗시리아의 수도, 니느베를 말한다고 한다.  그리스의 문학이나 고대 근동문학에서 곧잘 나오는 니느베는 풍부한 물자가 모임으로써 문화와 향락의 중심지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꾸 접하다보니 이 당시 국제정세는 어떠했으며 세계사나 현대 건축기술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 고대중동국가들의 역학관계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산헤립은 실제로 어떤 인물이었고 왜 자신의 아들들에게 살해되는 형태로 그 생을 마감하게 되었을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라딘을 뒤적이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은 거의 전설로까지 여겨졌던 기원전 2천년대에 존재했다는 수메르왕국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브라함이 그의 부친이 살았던 하란을 떠나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땅으로 이주하여 정착하게 되는 내용에 따라서 시작점을 그 시대로 잡은 듯 하다.  성경말씀으로 읽을 때는 유대민족의 시점에서만 따라가게 되었었는데(구약은 유대민족의 역사책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책을 병행하여 읽게 되니 당시 아브라함의 이동은 오랜 기간동안 해당지역을 지배해왔던 수메르왕국의 멸망으로 인한 당시 세계가 매우 혼란스러운 가운데 있었던 일이었다.  그 때는 4개지역으로 문명이 있었다면 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최대강국인 수메르왕국의 멸망은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가 대규모 전쟁으로 둘 다 멸망해버렸다는 가정 하에 받아들여도 될 정도로 그 지역에서는 큰 혼란과 소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 후로 바빌로니아, 앗시리아, 페르시아, 히타이트, 시리아 등 우리가 세계사에서든 여행에서든 어떻게든 접해보고 들어본 고대문명의 가장 찬란하고 가장 강력했던 제국들의 면면이 그 엄청난 세월을 뚫고 그나마 남아있던 유적들을 통하여 확인되고 검증된 내용에 한하여 차례차례 독자에게 전달된다.  사족이지만, 세계 4대문명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지역의 앞선 문명과 문화는 나일강유역이나 황하강유역의 후발주자들가 감히 비할 바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시기의 이 제국들은 그 당시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화려하고 앞선 제국들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오죽하면 그레함 핸콕같은 이는 <신의 지문> 등의 책에서 수메르민족은 사실 외계에서 온 앞선 문명인들이고 지구상의 고대제국의 흥망성쇠는 그 우주인들 간의 분쟁이 지구에 세워둔 속국들(지구인들)을 통해 대리전으로 이뤄진 것이라고까지 가설을 펼쳤겠는가.

 

 

이 위대한 제국들의 관계는 그 유구한 역사를 통하여 서로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하며 땅을 뺏고 빼앗기는 과정을 통하여 하도 얽히고 섥혀서인지, 책 속에서는 시대별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라별로 정리한 것이 저자 입장에서도 훨씬 편했을 것이고 읽는 내 입장에서는 고마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왕들의(본인들은 자신들을 그저 위대한 "王"이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중국의 관점을 借用한다면 그 광활한 영토와 집약된 富와 화려한 문물을 고려할 때 그들은 이미 그 때부터 "皇帝"들이었다) 이름은 하나같이 한글로 써도 7~8개의 글자수를 자랑하며 길게 나열되는데 이 와중에 "이 때 앗시리아는 @왕이었고 히타이트는 %왕이었으며 바빌로니아에는 $왕이었고 이집트는 &왕인 때였다"고 시대별로 정리하고자 했다면, 각 국의 왕의 이름들을 적어넣는데만도 한 문장이 기본 3줄 이상은 갔을 것이다.   여하튼 이렇게 흥진진하게 펼쳐지는 고대제국들의 면면은 앗시리아에 이르러서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자리잡혀있었던 내 편견을 여지없이 깨트려줬다.

 

 

요나서에 보면 선지자 요나가 니느베에 회개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 전달을 거부하는 이유가, 앗시리아의 잔혹함과 포악성, 끔찍할 정도의 철두철미한 파괴를 자랑하는 정복군의 행태에 치를 떨었기 때문으로 나온다(기본적으로 작정하고 부쉈다하면 씨도 안 남기고 말살시켰는데, 가령 어떤 왕은 모든 건물들을 다 없애고 사람들을 모두 끌어내서 죽이고 먼 타지로 이주시키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물을 끌어다가 남겨진 도시를 잠기게해서 물이 빠진 뒤에는 정말 말 그대로 땅만 남게 했다).  보통 종교와 상관없는 다른 역사서들을 읽어보아도 앗시리아는 항상 무식하며 용감하기에 오히려 광폭하고 잔인무도한 폭도들인데 힘만 세서 주변국들을 아주 유린했던 악마와 같은 존재로 나온다.  그래서 앗시리아가 멸망한 그 날 많은 나라들이 축배를 올리며 자신의 신들에게 기쁨의 경배를 드렸다고 했던가...  하지만 남겨진 유적과 유물들을 통하여 철저히 검증되고 考證된 내용에 한하여 그 저술의 근거로 삼은 이 책에 의하면, 앗시리아가 그렇게 문화적으로 뒤떨어진 제국으로 여겨지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앗시리아가 처음 시작할 때 이미 고도의 문명을 이루고 자랑했던 바빌로니아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간 것이 두고두고 그들에 대한 汚名을 남긴 원인이었던 듯 싶다.  마치 조선이 개국 이후 바로 중국에 대하여 한 수 접고 문화적 종속국을 자처함으로 500년 역사를 채워서,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잘 모르는 內外國人에게는 조선이나 한민족 자체가 동북아의 변변치 못 한 꼬마집단인 양 인식되는 것처럼 말이다. - 한반도의 여러 왕국들은 자주독립국으로 때로는 그 영토가 대륙과 해양을 넘나들 정도로 힘을 키우며 다양한 군사행위와 외교활동으로 그 긴 세월을 잘 지내왔었는데, 선대왕국들과의 차별화를 꿰한다는 것이 고작 주변 강대국에게 자처하여 속국으로 삼아달라 한 것이 잘 한 짓인지 지금도 궁금하다.  물론 조선태조 입장에서는 그 당시 정치적 상황이 그럴 만 했겠지만 그런 개국방향 제시가 결과적으로 후대에 얼마나 많은 걸림돌을 제공하였는가를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광해군 때 어떻게든 그 고리를 끊어내려고 했었는데 이미 머리가 굳을대로 굳어버린 집권세력으로 인해 오히려 왕이 축출되는 상황까지 갈 정도였으니..  그 결과로 결국 세계정세를 읽지 못 한 愚君으로 인해 병자호란의 고통을 겪었던 걸 생각하면 태조가 후대왕에게 중국에 대한 속국으로서의 禮가 사실 조선왕조 건립목표 중 하나는 아니라는 祕書라도 남겨놓고 갔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사실 앗시리아는 바빌로니아의 문명을 흡수하면서 자신들의 문화세계를 이룩하여 후에는 바빌로니아를 뛰어넘는 수준의 건축기술과 저술을 자랑한 광대한 제국이었다.  앗시리아 제국의 잔혹성과 피정복지에 대한 철저한 파괴는, 물리적으로 이동수단이 제한된 고대시대에 군대의 이동에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걸리니 광활한 영토를 단기간 안에 제압하고 변함없는 통치를 도모하는 제국 입장에서는 어쩌면 피치 못 할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제국의 통치에 대하여 감히 反旗를 든 자들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파괴는 주변국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었고 그로 인해 혹 있을지 모를 반란의 기운을 미리 잠재우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 결과적으로는 그 효과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는 것을 역사는 알려주지만.   그래서 타 제국의 제왕들과는 달리 앗시리아 제국의 왕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정복된 나라를 유린하였고 어떻게 파괴하고 처벌하였는지 그 형벌의 내용과 규모까지 상세히 비문에 새기어 제국의 곳곳에 세움으로써 자랑하였다 - 이런 행위 때문에 앗시리아의 잔혹성이 유난히 두드러지게 후대에 전해지게 된 듯 하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집트나 페르시아나 중세유럽국들, 또는 고대 중국제국들은 반란을 일으킨 속국들을 대할 때 그리고 정복전쟁을 해나갈 때 과연 앗시리아와 다른 점이 있었을까?    

 

 

나를 이 책으로 이끌어준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앗시리아의 산헤립왕.  그는 성경에서는 산헤립이라 알려졌으나 실제(에 가까운 발음으로) 이름은 센네게리브였다.   그리고 그는 사실은 앗시리아제국이 그 후기에 배출한 걸출한 제왕 중 한 명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유대민족은 그 선민사상으로 반골기질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선민사상이란 자기민족 내부에서는 결속력에 좋을지 모르나, 그 속에 담긴 어쩔 수 없는 자기 민족에 대한 우월주의 그리고 그로 인해 불거져나오는 배타주의 속성으로 인해서 주변국들에게는 결코 좋은 인상을 줄 수 없고 때로는 강대국의 철저한 응징을 불러오는 처절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일반사회에서의 개인들 간에도 그러하지 않는가.  괜히 잘난 척을 심히, 오래도록 했다가는 결과적으로 주변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때로는 한 대 얻어맞고나서 엉엉 울게 되는...   개인적으로는, 구약에서 보여지는 유대민족의 선민사상은 그리스도가 오실 때까지 그 그릇이 될 민족으로서 그 혈통의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한 특단의 장치였다면 신약을 통해 그리스도가 오셨고 그 구원의 역사를 혈통을 뛰어넘어 전파하였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약속인데, 오늘날의 유대인들은 아직도 자신들"만"의 메시아가 오시지 않았다고 믿기에 계속 선민사상에 빠져서 허우적대며 중동을 지구 상의 화약고로 만들어놓는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세계정세에까지 환란을 끼치는 행위를-엄청난 자본으로 군사적 강대국들의 정치/외교에 입김을 작용시킴으로써 - 서슴치 않는 걸 보면 사실 저 나라부터 손 보셔야하는 것 아닌가 싶기는 하다.

 

 

여하튼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이스라엘-유다왕국의 왕들은 초대 다윗-솔로몬 시대를 지난 후에는 그다지 영특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국제정세의 흐름을 파악하고 읽어낼 수준이 안 되는 이들이 줄줄이 왕위에 앉다보니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다가 오판을 하여 애꿎은 백성들만 무수히 죽어나가게 하는 결과들을 자주 만드는데, 센네게리브에 대한 유다의 히스기야왕의 반란동조도 그러한 경우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는 히스기야의 완전한 항복으로 센네게리브는 물러간다.(청태종이 조선의 인조에게 항복의 의미로 三拜九叩頭禮를 받고나서 매년 엄청난 양의 조공을 약속받고 왕세자 이하 왕의 嫡子들을 포로로 삼아 조선왕조를 그대로 놔두고 물러간 것과 같다.  따지고보면 히스기야도 집권자로서는 인조만큼 무능한 왕이었던 것 같다.)   앗시리아의 평소 행위로 봐서는 유다왕국을 철저히 유린하여 폐허로 만들고 갔어야했는데 항복만 받고 재빨리 물러간 이유는 본국에서 날아온 역모소식 때문이었다.  아마 귀국 후 可視的인 역모행위는 쉽게 제압했던 듯 한데,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자신이 모시는 신의 성전에서 감사의 예배를 드리던 중 그는 그만 친아들들에게 살해되고 만다.   성경에서는 이는 하나님의 뜻으로 되어있는데, 여하튼 사람이 움직이는데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뜻의 실질적인 發露가 있으니까.. 그 부분을 앗시리아의 역사로 살펴보자면 센네게리브에게는 여러 아들들이 있었는데 계비를 통해 얻은 막내아들이 못내 예뻤나보다.   그래서 그의 후계자로 그 어린 아들을 세우고자 하였다고 한다.   그 후의 상황은..  조선왕조의 태종이 어떻게 집권하게 되었는가를 떠올리면 된다.  태종과의 차이점이라면, 태종은 그 동생들을 살해함으로써 왕위를 차지하게 되었지만 앗시리아의 왕자들은 아버지를 살해하였고(그 이복동생도 당연히 죽였으리라 생각된다) 이후 자기들끼리 누가 왕위를 차지할까 내분이 난 상황에서 바빌로니아 속국을 다스리고 있던 센네게리브의 둘째 아들(패륜을 저지른 왕자들에게는 이복형제이든 동복형제이든 어쨌든 형뻘이었을 것이다)에 의하여 패퇴당하고 만다 - 그리고 그 패퇴자들도 아마 역시 살해되었을 것이다.(읽다보니 느낀 것인데 광대한 영토를 가진 제국을 다스리는 권력층의 입장에서는 친족간의 살해행위는 결코 패륜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행위가 옳다는 것이 아니고 그게 하도 일상다반사가 되어있었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성공한 둘째아들은 에셀핫돈왕으로 아버지 뒤를 이어 앗시리아 제국의 제왕이 된다.  그리고 그는 앗시리아 후기의 걸출한 왕 중 한 명으로 기록된다.  사자새끼들은 다 사자이고 영웅의 자손은 다 영웅이라고 했던가.  진시황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느꼈지만 시대가 낳은 걸출한 인물의 자손들은 대부분 그 자질이 뛰어난 것이 특징인 듯 하다.  진시황과의 차이점이라면 센네게리브는 사람 보는 눈이 그런대로 정확하여 그 뛰어난 아들을 잘 활용하였고, 그 덕분에 그 아들은 바빌로니아 속국을 다스린 행정경험으로 앗시리아 제국을 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엣셀핫돈 이후에는 그 동안 힘을 축적하여 재기를 노리던 바빌로니아에 의하여 앗시리아는 결국 망하고 만다.  여기서 재미난 것은..  유다의 히스기야 왕이 병으로 앓다가 하나님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났을 때 바빌로니아에서 사절을 보낸 내용이 성경에 나온다.   히스기야는 비록 당시로서는 앗시리아의 속주에 불과하나 그래도 한 때 유명강대국이었고 또 문화대국으로 이름 높은 바빌로니아가 일부러 자신한테까지 사절을 보내온 것에 감격하여 자기가 갖고 있던 물질들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로 인해 유다왕국의 멸망을 예언받는다.  유대민족 관점에서는 이 정도로 끝이지만, 당시 세계 정세로 보자면 그 동안 힘을 축적하였던 바빌로니아가 서서히 앗시리아에 대한 반란을 계획하며 주변 소국들에 대한 포섭에 나선 행위의 일환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바꿔말하면 히스기야의 快癒에 대한 축하사절이라기보다는 반란군 규합을 위한 외교사절이었던 셈이다).  그 결과로 성경의 예언대로 당시 중동 시민들에게 원성을 자자하게 얻고 있었던 앗시리아는 바빌로니아에 의하여 패망하고 그 크고 아름다운 궁전은 점령군 손에 넘겨주기 싫었던 마지막 제왕에 의하여 철저히 파괴되고 화염에 휩싸여 스러지고 만다.   그리고 유다왕국은 히스기야의 잘못(교만)을 책망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예언대로 바로 그 바빌로니아에 의하여 멸망한다. 

 

 

앗시리아 부분만 놓고 읽자면, 마치 앗시리아는 스타워즈에서 전 은하계를 정복하고자한 자기 목적에만 충실한 사악한 황제이고 그에 대항하는 각 속국들은 그 사악한 힘에 대항하여 결집하는 반란군처럼 읽힌다.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Jedi인 양 비춰졌던 나라도 결국 그 목적은 앗시리아의 패권을 빼앗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자한 것에 불과하지만..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원래 인류의 역사 아니었나.

 

 

성경이나 또는 어느 한 민족만의 관점에서 서술되었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각 제국의 興亡盛衰와 각 국간의 연관관계를 비교적 알기 쉽게 씨줄과 날줄로 엮어 촘촘히 보여준다.  한 나라만 살펴볼 때는 이해되지 않았던 외교적 결정과 군사행동 등이 여타 주변의 제국들과 관련지어 살펴보게 되니 왜 그랬는지 또는 어째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시작은 성경에서 나오는 고대 제왕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였지만 그에 대한 답 뿐만이 아니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화려한 고대문명의 위대한 제왕들과 제국들에 대한 이해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덤으로 얻은 즐거움이었다.   가령, 그 동안 고대문명의 시발점이자 최고점으로 생각했었던 이집트는 사실 이 중동의 제국들에게는 이빨빠진 호랑이에 불과했었고, 또 현대 유럽국들에 의하여 문명의 절정으로 여겨지는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이 제국들에 비하면 후발주자에 불과하며 오늘날 칭송받고 있는 그들의 민주주의는 사실은 각 도시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내세운 이합집산을 목표로 하는 과정에 어쩌다 발전된 정치적 논리였다든가...  읽으면서도 내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줘서 각 등장인물들의 익숙하지 않고 너무 길어 기억하기도 힘든 이름들에도 불구하고 몰입하여 읽게 되었다.  이 고대문명들의 남은 유적들이 아직 건재하는 동안 직접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   정말 언젠가는 내게도 허락되는 기쁨이길 다시 한 번 소망해본다.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고대제국, 성경, 산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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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유럽여행 워크캠프
박설이 지음 / 푸른영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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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마트를 갔다가 꼬마가 마트 안 키즈카페에서 놀겠다고 해서 아이를 맡기고 시장을 본 뒤 차에 옮겨놓고 보니 키즈카페에서 약속한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꼬마가 노는 동안 푸드코트에서 떡볶이나 먹으며 기다리려고 보니 나름 긴 시간이라 좀 지루할 듯 하여 마트 내 위치한 문구/서점에서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몇 페이지 들춰보니 그럭저럭 소일하기에 알맞을 것 같아서 샀다.  푸드코트에서 간식 먹으며 페이지 넘기다보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의 가벼운 책은 맞는데, 읽으며 든 감상은 처음 생각처럼 그냥 깔깔거릴 수준은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내내 정말 한심하단 생각을 하며 읽느라 그다지 즐겁지는 않았다.

 

저자는 22~23세 정도의 젊은이인데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열리는 work camp란 것에 참가하여 처음 양국을 간 경험담에 대한 얘기이다.  Work camp란 참가비를 내고 일정기간동안 해당 지역에 가서 주어진 업무를 하면서 숙식을 제공받는 것이라 한다.  캠프 특성 상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함께 머물며 일을 한단다.  여기까지는 그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여인의 몸으로 익숙하지도 않은 언어를 쓰는 곳, 이미 온갖 소매치기 등으로 유명하다고 주의하라 알려진 그 곳으로 혼자서 낯선 나라로 과감히 떠나다니 멋지네"라고 되야하는데 책을 읽다보니 갈수록 한심하단 생각이 든 이유는 이것이다.

 

 

처음 파리에 도착해서 아마 눈 뜨고도 코 베이는 도시에서 좌충우돌을 많이 한 듯 싶다.  내용 상 저자는 그 원인들을 못 되고 인종차별적인 파리지엥들로부터 찾은 듯 싶은데, 솔직히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저자의 (무식하다 할 정도의) 무방비 상태가 그 대부분의 좌충우돌을 초래한 것이란 느낌이 강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서울에서 길을 헤맬 때 누군가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며 어딘가에 서명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쉽게(설사 그 사람의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들었다 하여도) 끄덕이며 해맑게 웃으며 서명해줬을까?  누군가 길거리에 좌판을 벌려놓고 마사지를 하며 가격은 만족도에 따라 지불하면 된다는 식으로 호객행위를 한다면 홀로 여행 중인 젊은 아가씨로서(할머니라고 해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사람을 위아래로 잠시 스캔하지도 않고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쉽게 몸을 맡길까?  사무실의 카운터 뒤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미안하지만 나 급하니 잠시 이 사무실의 전화 좀 빌려쓰자고 말할 수 있을까?(상식적으로 말이다.)  늦은 밤에 홀로 낯선 길에서 떨어져나오는 스케쥴을 택하면서, 하차 이후의 상황에 대하여 전혀 대비를 하지 않음으로써 숙소 문 앞까지 데려다달라고 관광버스 가이드에게(해외에서 당일투어버스는 거의 노선버스 수준이므로 서울의 시내버스에 탄 과거 버스안내아가씨를 생각하면 된다) 요청할 수 있을까?(거절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버스에 속한 이가 그 버스에서 잠시 내려서 자신을 숙소 문 앞까지 동행해줘야한다는 희안한 논리와 자신감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 정도면 회사의 규정을 100% 어기는 것인데 회사직원 입장에서는 안젤리나 졸리쯤 되야 혹 가능할지도 모를 예외가 아닐까..) 

 

 

또 모든 이동은 이미 이동수단을 예약하고 갔다면 그 시간을 맞추는 것이 여행자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또한 설령 내가 제 시간에 제 자리에 있었다 하여도 언제 그 열차가 연착을 하거나 플랫폼이 바뀔지 모르므로 전광판에도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왜냐고?  그게 그 나라의 시스템이니까 - 가령 작년 여름,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이를 데리고 트렁크를 끌고 뮌헨으로 가는데 딱히 예고도 없이 플랫폼 번호가 마구 바뀌고 1시간 넘게 연착이 되어서 만 5세 아이를 한 손에 끌고 또 다른 손에 무거운 트렁크를 질질 끌며 그 큰 중앙역을 이리저리 옮겨다닐 때도 난 독일의 기차시스템이나 역무원들의 부재에 대해 불평할 수도 있단 생각은 솔직히 못 해봤다.   따라서 만일 아침기차를 예약했다면 알람을 확실히 맞추고 그 알람을 울려주는 핸드폰이 때로는 주인을 배신하는 속성을 가진 수준의 기계라면 제2, 제3의 방비를 대비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옳단 얘기다.   마음 편히 푹 자고 일어나서 달려갔는데 예약한 기차를 놓쳤다면?  기차패스를 샀으니 원래는 타 기차에도 무료로 올라타는 것이 맞겠지만, 일반적으로 패스로 허용되는 기차좌석은 등급이 아래등급으로 정해져있다.  이미 그 차량이 예약이 다 완료된 상태라면 윗 등급의 좌석을 예약해야 하고 그 경우에는 당연히 웃돈을 주고  사야한다.   상식 아닌가?  항공사의 잘못이 아닌 내 잘못으로 비행기를 놓쳤는데 내가 일반석 승객이고 다음 비행기는 일반석이 다 차고 비지니스석만 비어있다고 하면, 설령 항공사 측에서 많이 봐줘서 다음 비행기를 타게 해준다고 해도 그 차액은 지불해야한다는 것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새삼스레 든 나의 궁금증은, 왜 자국에서는 결코 안 할 행동을 외국에 나갔단 이유만으로 그 곳에서는 "뻔뻔함을 무릅쓰고" 해보는 걸까 하는 것이다.  백인들은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유럽인들은 좀 친절할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궁금하다, 나라면 오히려 더 위험할 거라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어느 나라건 현지인과 부딪힐 경우 그 곳의 공권력은 1) 자국의 언어에 능숙한 사람과 2) 자국의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더 위해준다.  결국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것이란 것이 확실하지 않는 한(가령 집시같은 아이들이 한껏 털려고 관광객을 우루루 둘러싸는 경우라든지) 경찰을 상대로 자신의 억울함과 피해를 주장하려면 일단 언어면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도 대사관의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모든 도시에 대한민국 대사관이나 하다못해 영사관이 있는 건 아니고 있다고 하여도 그들도 업무의 폭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닌 한 바로 달려와줄 수는 없다.  따라서 제일 좋은 방법은 아예 그런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그냥 처음부터 주의안테나를 120% 상향조정해서 다니는 것이다.   하긴 이런 것은 완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토종 한국인이 知人이 한 명도 없는 한국 내 다른 도시로 잠시 여행을 갔다고 해도 당연히 탑재해야 할 아주 기본적인 "관광객의 자세"라고 생각되지만 말이다.  

 

 

여하튼 내 경우는 생태적으로 패키지여행은 맞지 않으니 항상 자유여행으로 에어텔만 예약하고 가면 다른 건 몰라도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교통편은 확실히 확인해두고 혹 도착시간이 늦는다면 이후 이틀을 눈물젖은 빵만 먹는다고 해도 아예 돈을 더 써서라도 공항택시를 예약해놓고 간다.  그리고 도시 안에서 관광을 할 때는 하다못해 지도라도 제대로 챙기든지 아니면 그 엄청난 정보의 보고인 여행안내책자라도 한 권 사서 읽고 좀 공부라도 한 뒤에 들고 가는 것이 일반상식이자 예의 아닐까.  그 나라 말이 안 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낯선 나라에서 가면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은 어느 정도 해당국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가는 것이 아닌 한 굉장히 안일한 생각이고 만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째서 모를까, 그것도 법적으로"까지조차" 이미 성년이 된 사람이 말이다.   또 스위스에서는 수도원 일을 돕는 work camp를 들어가게 되었는가 본데 기도시간에 몰래 눈을 떠서 둘러보다가 멍하니 앉아있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킥킥 웃었다는 부분에서는 나까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건 정말 기본의 문제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camp leader로부터 한 소리를 들을 때는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며.. 

 

 

공자 왈, 길을 가며 셋이서 함께 가면 다 배울 점이 있다고 했다.  즉 나보다 나은 사람의 좋은 점을 골라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의 좋지 않은 점을 골라 그것을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그 말씀을 떠올렸다.  책의 내용도 프랑스나 스위스에서 어떤 것을 봤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는 전혀 안 나온다.  그저 본인이 "자초"한 고난의 행로와 그를 통해 좌절을 어떻게 얼마나 느꼈는지에 대한 서술만이 지루하게 나온 뒤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는 것으로 끝맺음을 한다.  이 책을 읽은 나의 감상은, "혹 해외에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낯선 나라에 홀로 또는 소수인원으로 가면서 그 나라의 언어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 책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준비되지 않은 무능함과 외국인은 친절해야한다는 근거없는 믿음과 데오드란트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무지함으로 무작정 떠난다면", 그 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다녀온 결과물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멈추는가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를 他山之石으로 삼아서 그들은 해당국가에 대한 책들도 좀 사보고 여행안내책자도 읽어보고(수백만원 들여 거기까지 가는데 몇 만원 책값을 아낄 일인가? 그리고 도서관도 있으니 대여를 할 수도 있다, 그저 그 정도의 생각은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의 지적 관심과 서점이나 도서관까지 다녀올 노력만 필요할 뿐이다) 좀 준비된 자로서 떠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他山之石용으로라도 필요하지 않다면..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활자낭비된 책이라 생각되니 나라면 읽는 사람의 시간을 생각해서 한 번 도전해보라고는 차마 권하지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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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셀프 트래블 - 2015~2016 최신판 ㅣ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6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여름, 남편의 해외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때에 맞춰서 나는 만 6살 생일을 코 앞에 둔 아들과 단 둘이서 프라하로 일주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프라하라는 도시 자체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역시 여행날짜가 다가오기 시작하니 그 나라의 역사는 둘째치고 그 도시에서는 무엇을 봐야하는지, 아니 그 나라의 화폐단위는 무엇인지조차도 모르는 내 자신이 신경쓰여 급하게 여행준비용으로 책자를 검색했더랬다.  의외로 프라하에만 집중된 여행책자는 별로 없었는데 그 중 한 권인 이 책에 그래도 품평 좋은 리뷰가 달려있어서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받아보고 나니 프라하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봐야할지는 알겠는데(그런데 그건 인터넷 상 블로그나 여행관련 동호카페에서도 충분히 검색가능한 수준의 정보였고), 동선의 구성이라든가 각 관광포인트의 거리관계, 역사적 배경 등이 그다지 체계적이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다.  하긴 실질적 정보부분에서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 가령 도시의 전체적 지도의 경우 앞에도 있고 중간에도 나오기는 하지만 어느 건물을 설명해놓은 페이지에 가서 보면 해당 위치가 다른 설명에 가려있다든가, 여하튼 일목요연하게 들어오게끔 깔끔한 지도가 없다보니 동선을 짜면서도 이것이 실제로 효율적인 계획인지 아니면 지그재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되어 답답했었다.  물론 워낙 오래된 도시이다 보니 걷다가 길을 잃는 것도 묘미라고 누누히 설명은 되어있지만, 어린아이를 끌고 마냥 길을 잃는 것이 즐거움만의 연속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여하튼 숙소는 남산에 있는데 오전에 코엑스에 갔다가 낮에 종로로 올라갔는데 저녁에는 다시 가로수길로 내려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프라하가 서울 정도의 크기란 것은 아니고 가령 예를 들어서 말이다.)

 

그래도 여행책자들이 다 거기서 거기려니 하고 이 정도 "수준"의 지식을 기본으로 하고 그냥 그 도시에 가서 i에서 지도 얻고 다시 확인해보자 하고 말았는데..  아무래도 모르고 있을 때보다는 조금씩 블로그 등을 통해서 얻은 짜집기 지식으로 알게 된 "천년의 고도"란 것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천년의 세월을 그냥 품고 있는 慶州를 갈 때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갈 텐데(경주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프라하는 그 세월동안 내내 주요도시와 수도를 담당해왔기에) 주마간산식 수준의 설명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까 이 책으로는 천년의 고도에 대한 설명은 커녕 백년짜리 도시에 대한 배경지식도 채 전달해주지 못 하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2~3일 정도 머물다가 다른 도시로 얼른 빠질 여행객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천년동안 수도의 품격을 갖고 존재해온 도시에 간다며 일주일씩 머물며 느껴보려는 나로서는 너무 아쉬운 얘기이기에 다른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웬걸.. 프라하에만 집중한 책으로 각 포인트에 얽힌 역사얘기와(결국 나와 아들이 함께 흥미를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옛날이야기들), 꼬마한테 얘기해주면 쪽쪽 빨아먹을 흥미진진한 야사들에 건물 자체의 감상포인트에 대한 자세한 지식까지 구역별로 잘 설명된 책이 있었다!  그 책을 접하고 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나처럼 쓸 데 없이 출발 전부터 여기저기 돈 쓰는 여행객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굳이 이 리뷰를 남겨본다.

 

물론 내 앞에 리뷰를 쓴 독자는 이 책에 대해 찬탄을 금하지 못 했더랬다.  그러니 결국 이 책에 대한 내 감상은 나만의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결코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며.. 하지만 내 知人에게는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권할거란 것도 또한 분명하니까.. 혹 지나가는 누군가는 극과 극의 리뷰를 보며 한 번 더 찬찬히 생각해볼 여유를 갖게 해준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참, 이건 사족이지만 프라하 관광을 계획하는 이에게 체코관광청에서 제공하는 "프라하카드" 사이트를 한 번 가보라고 하고 싶다.  프라하카드를 살 때와 안 살 때의 가격비교를 하는 페이지가 있는데 의외로 그 곳에 나온 리스트 자체가 훌륭한 정보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특히 프라하에서 제공하는 각 투어들 중에는 탐나는 것들도 많았다.  가령 야밤의 프라하성 내부 투어라든가 지하세계 투어라든가(마치 파리의 하수도길 투어같이), 또는 유령투어(영국의 고도에 가면 있는 ghost spot 둘러보기 같은) 등등..  동행자가 6세 생일을 코 앞에 둔 어린아이가 아니라면 정말 참여해보고픈 투어들도 많았다.  나는 언젠가 아이가 더 크면 참여해볼 예정이지만, 나홀로 여행객이라든가 사랑하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여러가지 종류들이 있으니 한 번쯤 확인해보고 참여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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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se 2017-12-02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지인은 아니지만, 혹시 추천하시는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대지에못박힌부유초 2018-02-06 19:50   좋아요 0 | URL
앗,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 댓글을 봤네요. 제가 여행 전 보고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은 제목이 ˝프라하 이야기˝(RuExp 프라하팀 지음/혜지원 출판사)입니다.

프라하에 가면 팁투어라고 해서 현지에 사는 유학생들이나 교민들이 프라하를 사랑하는 마음에 모여서 제공하는 워킹투어가 있어요. 듣고 좋으면 팁을 좀 드리고 아니면 그냥 가도 된다는, 어떻게 보면 자원봉사같지만 그만큼 그 도시에 대한 사랑과 또 가이드 내용의 quality에 대한 자부심으로 결성된 투어인데요. 바로 그 투어를 만든 베테랑 분들이 모여서 프라하에 관해서만, 그러니까 프라하를 관통하는 역사내용에 따라서 프라하의 동서남북을 구분한 것이 아니라, 그냥 도시의 생김새에 따라서 그 설명하는 판을 움직여가며 저술한 책입니다. 말 그대로 팁투어 개념에서 기술된 책이예요.

저는 아이와 둘이 여행을 가면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그 도시에 발도장을 다 찍고 다니는 편이라서, 제 개인적/주관적 판단에서 제가 주로 하는 여행스타일에 맞는 책을 찾다보니 이 책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이나 역사적인 흐름에 맞춰서 여행하시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좀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래도 각 장소에 얽혀있는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 건축물의 특이점 등등 소소한 부분까지 적절한 사진이나 그림의 도움과 함께 아주 세심하게 잘 설명이 되어있으니 프라하 시내를 장소 따라서 구경하실 경우에는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아요. 책의 뒷편에는 인덱스도 잘 되어 있어서 혹시 골라서 찾아가시게 될 경우에도 해당 페이지만 골라서 읽을 수도 있게 되어있어서요.

다만 지도는 맨 앞에 간략하게 나와있는 것이 다이니, 혹 이 책을 가이드북으로 삼고 떠나신다면 지도는 현지에서 따로 한 장 구매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럼 제가 너무 늦게 알려드린 것이 아니기를 바라며..
 
흉가 ㅣ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쓰다 신조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아니다.  이 책까지 포함해서 총 3권을 읽었는데 맨 처음 접한 책은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그 책에 대해서는 리뷰도 썼던 것 같다.-  그렇게 작가를 신뢰하게 된 덕분에 두 번째 책도 구입했었지만 그 책은 별 볼 일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덕분에 무슨 책인지 제목도 기억 안 난다-  그리고나서 세 번째 구입.  주말에 서점을 갔을 때 다른 책들과 함께 구입한 것이 이 책이다.  그 때 구입했던 책 중 한 권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고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내친 김에 집어든 소설이 이 책이었다.  그런데 이건 뭐.. 일직선같이 평이한 스토리라인과 몇 명 안 되는 출연진에, 그리고 그 엄한 장소가 그렇게 鬼氣가 서린 곳이란 것은 매우 간단하게 "원래 그런 곳이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는 식으로 처리.  그리고 모든 것은 결국 펜으로도 경험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그냥 소설 속의 허구적 장치에 의해 그대로 결론이 나버리는 내용.  더우기 그 결론이란 것은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수준.  차라리 단편용으로 썼다면 그나마 읽어줄 만 했을 텐데..  별 것도 아닌 내용으로 그래도 325 페이지씩이나 되도록 끌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작가의 축적된 필력 덕분이라고나 할까-이 부분은 결과적으로 독자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생각해보면 처음 읽었던 이 작가의 책에서 내가 감탄했던 이유는, 일본 특유의 지역전설에 비끄러맨 추리소설같은 연출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시작은 마치 토속신에 대한 음울한 이야기 같았지만 그 뒤에는 결국 인간의 아집과 집착, 그리고 어리석음이 점철된 추하면서도 안쓰러운 모습들이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잘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작품만 그랬었나, 아니면 그 작품이 들어가있는 그 시리즈물만 그런 것일까..  그 외의 작품들은 호러작가란 이름에 너무 연연해서 그런가, 최소한 내가 읽은 두 작품의 경우에는 이야기 전개에 개연성도 없고 그렇다고 호러소설 특유의, 읽는 동안 느끼는 오싹함도 없고 또 마지막으로 덮는 책장 너머로 풍겨져나오는 찜찜함이나 섬뜩함도 없었다.  나름 자금 좀 들인 듯한 디자인의 커버에 인세가 좀 되는 작가여서인지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에 가격도 비쌌는데..  정말 본전 생각에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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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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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 생각없이 집어든 책이다.  지난 주말, 시내에서 볼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아이 손을 잡고 잠시 들른 서점에서 중절모를 쓰고 담배를 피고 있는 한 남성의 흑백사진으로 장식된 이 책을 봤을 때, 10대시절에 읽었던 터프가이 탐정이 그리웠던 차에(불행히도 그 탐정의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분명 유명 탐정시리즈물의 주인공이었는데..) 그 탐정의 모습이 연상이 되어 충동적으로 집어들은 책이었다.  그리고나서 서재 책상 위에 내려놓고 잠시 잊어버리고 있다가 그저께 밤에 아이가 잠든 뒤에 혹 수면유도용이 될까 싶어 집어들었었다.  웬걸.. 이건 수면유도용이 아니라 수면축객용이었다.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깡통에 발을 담고 이제 곧 바다에 던져지기 위해 배의 출발을 기다리는 주인공이 자신의 발을 덮고 굳어가는 시멘트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밤의 세계에서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할 수 있는(나름 안정적인 집안 출신이니까) 주인공 조 커글린은, 미국의 금주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둠의 시절에서 밤의 제왕으로 자리를 잡아나가는데 그 모습이 거의 한편의 영화처럼 그려진다.  그러고보니 전에 시멘트에 묻혀버린 발을 바라보며 마지막 담배 한 대를 피우던 브루스 윌러스의 모습으로 시작된 마피아 관련 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제목이 뭔지 기억이 안 난다.  여하튼 그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새파란 풋내기 청년이었지만 전투에서 져서 바다 속으로 수장될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는 두목(윌러스 분)의 "웬만하면 이쪽 일 시작하지 마라"는 내용의 충고를 귓등으로 넘겨들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며 연상된 영화는 그 뿐이 아니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대부"도, 또 금주시대에 활약했던 실존인물인 알 카포네도, 그리고 그와 엮였던 사람들의 모습들도 너무나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 속에 당당하게 살아나온다.  심지어 재빠른 손놀림 속에 순식간에 고깃덩어리로 전락된 한 때는 사람이었던 이의 모습이나 또는 총알의 난사 속에 죽어간 시신들의 끔찍한 잔해들조차도 어떤 장면들에서는 심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실은 읽으면서, 이 작가가 실생활에서도 과연 이 밤의 세계에 전혀 상관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자연히 생길 정도로 모든 것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1920년대의 금주령이 내려진 미국, 풍선효과로 오히려 밀주를 만들어내는 어둠의 세력에 더 큰 수입원을 안겨준 정책이 낳은 밤의 제왕들 세상에 주인공은 본의 아니게 끼어들게 된다.  시시하게 은행강도는 할지언정 원래 크게 놀 생각은 없었나 본데, 타고난 두뇌와 매력, 그리고 꼬인 인생으로 결국은 그렇게 되어간다.  그리고 원래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나 본데 마피아들 세상에서의 세력다툼에서 죽음 앞에서 돌아온 뒤 오히려 더 대단한 거물이 되어버린다.  물론 마지막 모습은 꼭 그가 원했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이라면 그 부분을 빼앗겨버렸으니까.   바꿔말하자면, 죽음 앞에서도 항상 불사조처럼 살아난다든가, 마치 신이 일부러 옆에서 지켜주는 것처럼 항상 행운이 따른다든가, 아니면 불가사의한 매력으로 항상 사람들을 현혹시킨다든가 하는 영웅놀이 소설들과는 달리, 조 커글린의 삶은 소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허구의 삶이 아니라 마치 실존인물의 傳記를 읽는 느낌으로 삶의 희노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게 다가왔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작가의 필력에 감탄한 이유는, 단순히 밤의 세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내용을 이끌어가면서 사이사이에 껴넣은 풍광에 대한 묘사는 활자로 묘사된 한 장의 그림으로 떠오르기에 충분할 정도로 시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작가만 훌륭했다면 이렇게까지 작품이 재미나고 흥미진진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 모든 시적 표현들과 또 때로는 지나치게 담담하기에 더 섬뜩하게 다가온 묘사들, 어둠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말투의 재미를 생생하게 살려내고, 또 아마 원작에서도 분명히 계산되어 들어가있었을 행간에 녹아든 복선과 의미까지 역시 흔들림없이 실어낸 역자의 실력은 분명 대단한 것이었다.

 

실은 겉표지에 끌려 책을 집어든 뒤 제일 먼저 한 일이 표지의 앞뒤 띄지를 살펴보며 譯者의 약력을 찾는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譯者를 보고 책을 고른다는 것을 출판사도 알아차렸나, 그 약력이 너무 간단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책 안의 내용을 잠깐 살펴봤는데 뭔지 탄력이 붙은 글처리에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대로 책바구니에 넣었더랬다.  결과적으로는 그러길 참 잘 했다.  수면유도용으로 집어든 의도와는 달리 결국 밤을 새워 읽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만큼 탄탄한 번역은 이 작품이 번역서가 아니라 작가가 직접 펴낸 원서란 착각이 들 정도로 쫀쫀한 譯書였다.  별 생각없이 집어든 책에서 엄청난 작가와 譯者를 발견한 느낌에 기쁘다.  이 譯書에 나온 시적 표현들이 영어로는 어떻게 되어있는 것일까,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원서도 사보고 싶고, 그 외에도 이 譯者의 손으로 번역된 이 작가의 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단 마음이 굴뚝같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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