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살벌한 유럽여행 워크캠프
박설이 지음 / 푸른영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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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마트를 갔다가 꼬마가 마트 안 키즈카페에서 놀겠다고 해서 아이를 맡기고 시장을 본 뒤 차에 옮겨놓고 보니 키즈카페에서 약속한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꼬마가 노는 동안 푸드코트에서 떡볶이나 먹으며 기다리려고 보니 나름 긴 시간이라 좀 지루할 듯 하여 마트 내 위치한 문구/서점에서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몇 페이지 들춰보니 그럭저럭 소일하기에 알맞을 것 같아서 샀다.  푸드코트에서 간식 먹으며 페이지 넘기다보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의 가벼운 책은 맞는데, 읽으며 든 감상은 처음 생각처럼 그냥 깔깔거릴 수준은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내내 정말 한심하단 생각을 하며 읽느라 그다지 즐겁지는 않았다.

 

저자는 22~23세 정도의 젊은이인데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열리는 work camp란 것에 참가하여 처음 양국을 간 경험담에 대한 얘기이다.  Work camp란 참가비를 내고 일정기간동안 해당 지역에 가서 주어진 업무를 하면서 숙식을 제공받는 것이라 한다.  캠프 특성 상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함께 머물며 일을 한단다.  여기까지는 그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여인의 몸으로 익숙하지도 않은 언어를 쓰는 곳, 이미 온갖 소매치기 등으로 유명하다고 주의하라 알려진 그 곳으로 혼자서 낯선 나라로 과감히 떠나다니 멋지네"라고 되야하는데 책을 읽다보니 갈수록 한심하단 생각이 든 이유는 이것이다.

 

 

처음 파리에 도착해서 아마 눈 뜨고도 코 베이는 도시에서 좌충우돌을 많이 한 듯 싶다.  내용 상 저자는 그 원인들을 못 되고 인종차별적인 파리지엥들로부터 찾은 듯 싶은데, 솔직히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저자의 (무식하다 할 정도의) 무방비 상태가 그 대부분의 좌충우돌을 초래한 것이란 느낌이 강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서울에서 길을 헤맬 때 누군가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며 어딘가에 서명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쉽게(설사 그 사람의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들었다 하여도) 끄덕이며 해맑게 웃으며 서명해줬을까?  누군가 길거리에 좌판을 벌려놓고 마사지를 하며 가격은 만족도에 따라 지불하면 된다는 식으로 호객행위를 한다면 홀로 여행 중인 젊은 아가씨로서(할머니라고 해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사람을 위아래로 잠시 스캔하지도 않고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쉽게 몸을 맡길까?  사무실의 카운터 뒤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미안하지만 나 급하니 잠시 이 사무실의 전화 좀 빌려쓰자고 말할 수 있을까?(상식적으로 말이다.)  늦은 밤에 홀로 낯선 길에서 떨어져나오는 스케쥴을 택하면서, 하차 이후의 상황에 대하여 전혀 대비를 하지 않음으로써 숙소 문 앞까지 데려다달라고 관광버스 가이드에게(해외에서 당일투어버스는 거의 노선버스 수준이므로 서울의 시내버스에 탄 과거 버스안내아가씨를 생각하면 된다) 요청할 수 있을까?(거절당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버스에 속한 이가 그 버스에서 잠시 내려서 자신을 숙소 문 앞까지 동행해줘야한다는 희안한 논리와 자신감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 정도면 회사의 규정을 100% 어기는 것인데 회사직원 입장에서는 안젤리나 졸리쯤 되야 혹 가능할지도 모를 예외가 아닐까..) 

 

 

또 모든 이동은 이미 이동수단을 예약하고 갔다면 그 시간을 맞추는 것이 여행자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또한 설령 내가 제 시간에 제 자리에 있었다 하여도 언제 그 열차가 연착을 하거나 플랫폼이 바뀔지 모르므로 전광판에도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왜냐고?  그게 그 나라의 시스템이니까 - 가령 작년 여름,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이를 데리고 트렁크를 끌고 뮌헨으로 가는데 딱히 예고도 없이 플랫폼 번호가 마구 바뀌고 1시간 넘게 연착이 되어서 만 5세 아이를 한 손에 끌고 또 다른 손에 무거운 트렁크를 질질 끌며 그 큰 중앙역을 이리저리 옮겨다닐 때도 난 독일의 기차시스템이나 역무원들의 부재에 대해 불평할 수도 있단 생각은 솔직히 못 해봤다.   따라서 만일 아침기차를 예약했다면 알람을 확실히 맞추고 그 알람을 울려주는 핸드폰이 때로는 주인을 배신하는 속성을 가진 수준의 기계라면 제2, 제3의 방비를 대비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옳단 얘기다.   마음 편히 푹 자고 일어나서 달려갔는데 예약한 기차를 놓쳤다면?  기차패스를 샀으니 원래는 타 기차에도 무료로 올라타는 것이 맞겠지만, 일반적으로 패스로 허용되는 기차좌석은 등급이 아래등급으로 정해져있다.  이미 그 차량이 예약이 다 완료된 상태라면 윗 등급의 좌석을 예약해야 하고 그 경우에는 당연히 웃돈을 주고  사야한다.   상식 아닌가?  항공사의 잘못이 아닌 내 잘못으로 비행기를 놓쳤는데 내가 일반석 승객이고 다음 비행기는 일반석이 다 차고 비지니스석만 비어있다고 하면, 설령 항공사 측에서 많이 봐줘서 다음 비행기를 타게 해준다고 해도 그 차액은 지불해야한다는 것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새삼스레 든 나의 궁금증은, 왜 자국에서는 결코 안 할 행동을 외국에 나갔단 이유만으로 그 곳에서는 "뻔뻔함을 무릅쓰고" 해보는 걸까 하는 것이다.  백인들은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유럽인들은 좀 친절할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궁금하다, 나라면 오히려 더 위험할 거라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어느 나라건 현지인과 부딪힐 경우 그 곳의 공권력은 1) 자국의 언어에 능숙한 사람과 2) 자국의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더 위해준다.  결국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것이란 것이 확실하지 않는 한(가령 집시같은 아이들이 한껏 털려고 관광객을 우루루 둘러싸는 경우라든지) 경찰을 상대로 자신의 억울함과 피해를 주장하려면 일단 언어면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도 대사관의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모든 도시에 대한민국 대사관이나 하다못해 영사관이 있는 건 아니고 있다고 하여도 그들도 업무의 폭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닌 한 바로 달려와줄 수는 없다.  따라서 제일 좋은 방법은 아예 그런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그냥 처음부터 주의안테나를 120% 상향조정해서 다니는 것이다.   하긴 이런 것은 완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토종 한국인이 知人이 한 명도 없는 한국 내 다른 도시로 잠시 여행을 갔다고 해도 당연히 탑재해야 할 아주 기본적인 "관광객의 자세"라고 생각되지만 말이다.  

 

 

여하튼 내 경우는 생태적으로 패키지여행은 맞지 않으니 항상 자유여행으로 에어텔만 예약하고 가면 다른 건 몰라도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교통편은 확실히 확인해두고 혹 도착시간이 늦는다면 이후 이틀을 눈물젖은 빵만 먹는다고 해도 아예 돈을 더 써서라도 공항택시를 예약해놓고 간다.  그리고 도시 안에서 관광을 할 때는 하다못해 지도라도 제대로 챙기든지 아니면 그 엄청난 정보의 보고인 여행안내책자라도 한 권 사서 읽고 좀 공부라도 한 뒤에 들고 가는 것이 일반상식이자 예의 아닐까.  그 나라 말이 안 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낯선 나라에서 가면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은 어느 정도 해당국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가는 것이 아닌 한 굉장히 안일한 생각이고 만용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째서 모를까, 그것도 법적으로"까지조차" 이미 성년이 된 사람이 말이다.   또 스위스에서는 수도원 일을 돕는 work camp를 들어가게 되었는가 본데 기도시간에 몰래 눈을 떠서 둘러보다가 멍하니 앉아있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킥킥 웃었다는 부분에서는 나까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건 정말 기본의 문제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camp leader로부터 한 소리를 들을 때는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며.. 

 

 

공자 왈, 길을 가며 셋이서 함께 가면 다 배울 점이 있다고 했다.  즉 나보다 나은 사람의 좋은 점을 골라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사람의 좋지 않은 점을 골라 그것을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그 말씀을 떠올렸다.  책의 내용도 프랑스나 스위스에서 어떤 것을 봤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는 전혀 안 나온다.  그저 본인이 "자초"한 고난의 행로와 그를 통해 좌절을 어떻게 얼마나 느꼈는지에 대한 서술만이 지루하게 나온 뒤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는 것으로 끝맺음을 한다.  이 책을 읽은 나의 감상은, "혹 해외에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낯선 나라에 홀로 또는 소수인원으로 가면서 그 나라의 언어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 책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준비되지 않은 무능함과 외국인은 친절해야한다는 근거없는 믿음과 데오드란트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무지함으로 무작정 떠난다면", 그 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다녀온 결과물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멈추는가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를 他山之石으로 삼아서 그들은 해당국가에 대한 책들도 좀 사보고 여행안내책자도 읽어보고(수백만원 들여 거기까지 가는데 몇 만원 책값을 아낄 일인가? 그리고 도서관도 있으니 대여를 할 수도 있다, 그저 그 정도의 생각은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의 지적 관심과 서점이나 도서관까지 다녀올 노력만 필요할 뿐이다) 좀 준비된 자로서 떠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他山之石용으로라도 필요하지 않다면..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활자낭비된 책이라 생각되니 나라면 읽는 사람의 시간을 생각해서 한 번 도전해보라고는 차마 권하지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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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셀프 트래블 - 2015~2016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6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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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남편의 해외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때에 맞춰서 나는 만 6살 생일을 코 앞에 둔 아들과 단 둘이서 프라하로 일주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프라하라는 도시 자체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역시 여행날짜가 다가오기 시작하니 그 나라의 역사는 둘째치고 그 도시에서는 무엇을 봐야하는지, 아니 그 나라의 화폐단위는 무엇인지조차도 모르는 내 자신이 신경쓰여 급하게 여행준비용으로 책자를 검색했더랬다.  의외로 프라하에만 집중된 여행책자는 별로 없었는데 그 중 한 권인 이 책에 그래도 품평 좋은 리뷰가 달려있어서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받아보고 나니 프라하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봐야할지는 알겠는데(그런데 그건 인터넷 상 블로그나 여행관련 동호카페에서도 충분히 검색가능한 수준의 정보였고), 동선의 구성이라든가 각 관광포인트의 거리관계, 역사적 배경 등이 그다지 체계적이지 않은 점이 눈에 띄었다.  하긴 실질적 정보부분에서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이, 가령 도시의 전체적 지도의 경우 앞에도 있고 중간에도 나오기는 하지만 어느 건물을 설명해놓은 페이지에 가서 보면 해당 위치가 다른 설명에 가려있다든가, 여하튼 일목요연하게 들어오게끔 깔끔한 지도가 없다보니 동선을 짜면서도 이것이 실제로 효율적인 계획인지 아니면 지그재그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되어 답답했었다.  물론 워낙 오래된 도시이다 보니 걷다가 길을 잃는 것도 묘미라고 누누히 설명은 되어있지만, 어린아이를 끌고 마냥 길을 잃는 것이 즐거움만의 연속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여하튼 숙소는 남산에 있는데 오전에 코엑스에 갔다가 낮에 종로로 올라갔는데 저녁에는 다시 가로수길로 내려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프라하가 서울 정도의 크기란 것은 아니고 가령 예를 들어서 말이다.)

 

그래도 여행책자들이 다 거기서 거기려니 하고 이 정도 "수준"의 지식을 기본으로 하고 그냥 그 도시에 가서 i에서 지도 얻고 다시 확인해보자 하고 말았는데..  아무래도 모르고 있을 때보다는 조금씩 블로그 등을 통해서 얻은 짜집기 지식으로 알게 된 "천년의 고도"란 것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천년의 세월을 그냥 품고 있는 慶州를 갈 때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갈 텐데(경주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프라하는 그 세월동안 내내 주요도시와 수도를 담당해왔기에) 주마간산식 수준의 설명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까 이 책으로는 천년의 고도에 대한 설명은 커녕 백년짜리 도시에 대한 배경지식도 채 전달해주지 못 하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2~3일 정도 머물다가 다른 도시로 얼른 빠질 여행객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천년동안 수도의 품격을 갖고 존재해온 도시에 간다며 일주일씩 머물며 느껴보려는 나로서는 너무 아쉬운 얘기이기에 다른 책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웬걸.. 프라하에만 집중한 책으로 각 포인트에 얽힌 역사얘기와(결국 나와 아들이 함께 흥미를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옛날이야기들), 꼬마한테 얘기해주면 쪽쪽 빨아먹을 흥미진진한 야사들에 건물 자체의 감상포인트에 대한 자세한 지식까지 구역별로 잘 설명된 책이 있었다!  그 책을 접하고 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나처럼 쓸 데 없이 출발 전부터 여기저기 돈 쓰는 여행객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굳이 이 리뷰를 남겨본다.

 

물론 내 앞에 리뷰를 쓴 독자는 이 책에 대해 찬탄을 금하지 못 했더랬다.  그러니 결국 이 책에 대한 내 감상은 나만의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결코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며.. 하지만 내 知人에게는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권할거란 것도 또한 분명하니까.. 혹 지나가는 누군가는 극과 극의 리뷰를 보며 한 번 더 찬찬히 생각해볼 여유를 갖게 해준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참, 이건 사족이지만 프라하 관광을 계획하는 이에게 체코관광청에서 제공하는 "프라하카드" 사이트를 한 번 가보라고 하고 싶다.  프라하카드를 살 때와 안 살 때의 가격비교를 하는 페이지가 있는데 의외로 그 곳에 나온 리스트 자체가 훌륭한 정보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특히 프라하에서 제공하는 각 투어들 중에는 탐나는 것들도 많았다.  가령 야밤의 프라하성 내부 투어라든가 지하세계 투어라든가(마치 파리의 하수도길 투어같이), 또는 유령투어(영국의 고도에 가면 있는 ghost spot 둘러보기 같은) 등등..  동행자가 6세 생일을 코 앞에 둔 어린아이가 아니라면 정말 참여해보고픈 투어들도 많았다.  나는 언젠가 아이가 더 크면 참여해볼 예정이지만, 나홀로 여행객이라든가 사랑하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여러가지 종류들이 있으니 한 번쯤 확인해보고 참여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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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se 2017-12-02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지인은 아니지만, 혹시 추천하시는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대지에못박힌부유초 2018-02-06 19:50   좋아요 0 | URL
앗,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 댓글을 봤네요. 제가 여행 전 보고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은 제목이 ˝프라하 이야기˝(RuExp 프라하팀 지음/혜지원 출판사)입니다.

프라하에 가면 팁투어라고 해서 현지에 사는 유학생들이나 교민들이 프라하를 사랑하는 마음에 모여서 제공하는 워킹투어가 있어요. 듣고 좋으면 팁을 좀 드리고 아니면 그냥 가도 된다는, 어떻게 보면 자원봉사같지만 그만큼 그 도시에 대한 사랑과 또 가이드 내용의 quality에 대한 자부심으로 결성된 투어인데요. 바로 그 투어를 만든 베테랑 분들이 모여서 프라하에 관해서만, 그러니까 프라하를 관통하는 역사내용에 따라서 프라하의 동서남북을 구분한 것이 아니라, 그냥 도시의 생김새에 따라서 그 설명하는 판을 움직여가며 저술한 책입니다. 말 그대로 팁투어 개념에서 기술된 책이예요.

저는 아이와 둘이 여행을 가면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그 도시에 발도장을 다 찍고 다니는 편이라서, 제 개인적/주관적 판단에서 제가 주로 하는 여행스타일에 맞는 책을 찾다보니 이 책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이나 역사적인 흐름에 맞춰서 여행하시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좀 안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래도 각 장소에 얽혀있는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 건축물의 특이점 등등 소소한 부분까지 적절한 사진이나 그림의 도움과 함께 아주 세심하게 잘 설명이 되어있으니 프라하 시내를 장소 따라서 구경하실 경우에는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아요. 책의 뒷편에는 인덱스도 잘 되어 있어서 혹시 골라서 찾아가시게 될 경우에도 해당 페이지만 골라서 읽을 수도 있게 되어있어서요.

다만 지도는 맨 앞에 간략하게 나와있는 것이 다이니, 혹 이 책을 가이드북으로 삼고 떠나신다면 지도는 현지에서 따로 한 장 구매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럼 제가 너무 늦게 알려드린 것이 아니기를 바라며..
 
흉가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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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아니다.  이 책까지 포함해서 총 3권을 읽었는데 맨 처음 접한 책은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그 책에 대해서는 리뷰도 썼던 것 같다.-  그렇게 작가를 신뢰하게 된 덕분에 두 번째 책도 구입했었지만 그 책은 별 볼 일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덕분에 무슨 책인지 제목도 기억 안 난다-  그리고나서 세 번째 구입.  주말에 서점을 갔을 때 다른 책들과 함께 구입한 것이 이 책이다.  그 때 구입했던 책 중 한 권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고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 내친 김에 집어든 소설이 이 책이었다.  그런데 이건 뭐.. 일직선같이 평이한 스토리라인과 몇 명 안 되는 출연진에, 그리고 그 엄한 장소가 그렇게 鬼氣가 서린 곳이란 것은 매우 간단하게 "원래 그런 곳이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는 식으로 처리.  그리고 모든 것은 결국 펜으로도 경험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그냥 소설 속의 허구적 장치에 의해 그대로 결론이 나버리는 내용.  더우기 그 결론이란 것은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수준.  차라리 단편용으로 썼다면 그나마 읽어줄 만 했을 텐데..  별 것도 아닌 내용으로 그래도 325 페이지씩이나 되도록 끌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작가의 축적된 필력 덕분이라고나 할까-이 부분은 결과적으로 독자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생각해보면 처음 읽었던 이 작가의 책에서 내가 감탄했던 이유는, 일본 특유의 지역전설에 비끄러맨 추리소설같은 연출 덕분이었다.  그러니까, 시작은 마치 토속신에 대한 음울한 이야기 같았지만 그 뒤에는 결국 인간의 아집과 집착, 그리고 어리석음이 점철된 추하면서도 안쓰러운 모습들이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잘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작품만 그랬었나, 아니면 그 작품이 들어가있는 그 시리즈물만 그런 것일까..  그 외의 작품들은 호러작가란 이름에 너무 연연해서 그런가, 최소한 내가 읽은 두 작품의 경우에는 이야기 전개에 개연성도 없고 그렇다고 호러소설 특유의, 읽는 동안 느끼는 오싹함도 없고 또 마지막으로 덮는 책장 너머로 풍겨져나오는 찜찜함이나 섬뜩함도 없었다.  나름 자금 좀 들인 듯한 디자인의 커버에 인세가 좀 되는 작가여서인지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에 가격도 비쌌는데..  정말 본전 생각에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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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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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 생각없이 집어든 책이다.  지난 주말, 시내에서 볼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아이 손을 잡고 잠시 들른 서점에서 중절모를 쓰고 담배를 피고 있는 한 남성의 흑백사진으로 장식된 이 책을 봤을 때, 10대시절에 읽었던 터프가이 탐정이 그리웠던 차에(불행히도 그 탐정의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분명 유명 탐정시리즈물의 주인공이었는데..) 그 탐정의 모습이 연상이 되어 충동적으로 집어들은 책이었다.  그리고나서 서재 책상 위에 내려놓고 잠시 잊어버리고 있다가 그저께 밤에 아이가 잠든 뒤에 혹 수면유도용이 될까 싶어 집어들었었다.  웬걸.. 이건 수면유도용이 아니라 수면축객용이었다.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깡통에 발을 담고 이제 곧 바다에 던져지기 위해 배의 출발을 기다리는 주인공이 자신의 발을 덮고 굳어가는 시멘트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밤의 세계에서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할 수 있는(나름 안정적인 집안 출신이니까) 주인공 조 커글린은, 미국의 금주시대를 배경으로 한 어둠의 시절에서 밤의 제왕으로 자리를 잡아나가는데 그 모습이 거의 한편의 영화처럼 그려진다.  그러고보니 전에 시멘트에 묻혀버린 발을 바라보며 마지막 담배 한 대를 피우던 브루스 윌러스의 모습으로 시작된 마피아 관련 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 제목이 뭔지 기억이 안 난다.  여하튼 그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새파란 풋내기 청년이었지만 전투에서 져서 바다 속으로 수장될 과거의 영광을 보여주는 두목(윌러스 분)의 "웬만하면 이쪽 일 시작하지 마라"는 내용의 충고를 귓등으로 넘겨들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며 연상된 영화는 그 뿐이 아니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대부"도, 또 금주시대에 활약했던 실존인물인 알 카포네도, 그리고 그와 엮였던 사람들의 모습들도 너무나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 속에 당당하게 살아나온다.  심지어 재빠른 손놀림 속에 순식간에 고깃덩어리로 전락된 한 때는 사람이었던 이의 모습이나 또는 총알의 난사 속에 죽어간 시신들의 끔찍한 잔해들조차도 어떤 장면들에서는 심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실은 읽으면서, 이 작가가 실생활에서도 과연 이 밤의 세계에 전혀 상관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자연히 생길 정도로 모든 것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1920년대의 금주령이 내려진 미국, 풍선효과로 오히려 밀주를 만들어내는 어둠의 세력에 더 큰 수입원을 안겨준 정책이 낳은 밤의 제왕들 세상에 주인공은 본의 아니게 끼어들게 된다.  시시하게 은행강도는 할지언정 원래 크게 놀 생각은 없었나 본데, 타고난 두뇌와 매력, 그리고 꼬인 인생으로 결국은 그렇게 되어간다.  그리고 원래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나 본데 마피아들 세상에서의 세력다툼에서 죽음 앞에서 돌아온 뒤 오히려 더 대단한 거물이 되어버린다.  물론 마지막 모습은 꼭 그가 원했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이라면 그 부분을 빼앗겨버렸으니까.   바꿔말하자면, 죽음 앞에서도 항상 불사조처럼 살아난다든가, 마치 신이 일부러 옆에서 지켜주는 것처럼 항상 행운이 따른다든가, 아니면 불가사의한 매력으로 항상 사람들을 현혹시킨다든가 하는 영웅놀이 소설들과는 달리, 조 커글린의 삶은 소설 속에서나 존재하는 허구의 삶이 아니라 마치 실존인물의 傳記를 읽는 느낌으로 삶의 희노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게 다가왔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작가의 필력에 감탄한 이유는, 단순히 밤의 세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탄탄한 스토리라인으로 내용을 이끌어가면서 사이사이에 껴넣은 풍광에 대한 묘사는 활자로 묘사된 한 장의 그림으로 떠오르기에 충분할 정도로 시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작가만 훌륭했다면 이렇게까지 작품이 재미나고 흥미진진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 모든 시적 표현들과 또 때로는 지나치게 담담하기에 더 섬뜩하게 다가온 묘사들, 어둠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말투의 재미를 생생하게 살려내고, 또 아마 원작에서도 분명히 계산되어 들어가있었을 행간에 녹아든 복선과 의미까지 역시 흔들림없이 실어낸 역자의 실력은 분명 대단한 것이었다.

 

실은 겉표지에 끌려 책을 집어든 뒤 제일 먼저 한 일이 표지의 앞뒤 띄지를 살펴보며 譯者의 약력을 찾는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譯者를 보고 책을 고른다는 것을 출판사도 알아차렸나, 그 약력이 너무 간단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책 안의 내용을 잠깐 살펴봤는데 뭔지 탄력이 붙은 글처리에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대로 책바구니에 넣었더랬다.  결과적으로는 그러길 참 잘 했다.  수면유도용으로 집어든 의도와는 달리 결국 밤을 새워 읽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만큼 탄탄한 번역은 이 작품이 번역서가 아니라 작가가 직접 펴낸 원서란 착각이 들 정도로 쫀쫀한 譯書였다.  별 생각없이 집어든 책에서 엄청난 작가와 譯者를 발견한 느낌에 기쁘다.  이 譯書에 나온 시적 표현들이 영어로는 어떻게 되어있는 것일까,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원서도 사보고 싶고, 그 외에도 이 譯者의 손으로 번역된 이 작가의 책들을 더 읽어보고 싶단 마음이 굴뚝같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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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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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하려다 역자에 대한 말이 많아 원서 구매로 전환. 특히 작가에 대한 이해전무에 가까운 역자후기 내용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역서에서의 번역자는 너무나 중요한 위치이기에.. 이런 수준의 역자라면 이름 기억해두고 다음에도 미리 피하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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