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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지문 -상 ㅣ 신의 지문 1
그레이엄 핸콕 / 까치 / 199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레이엄 행콕의 자기 정당화 논리를 따른다면 우리 동네에도 신의 지문, 그러니까 사라진 문명의 기호가 남아있는 것 같다. 뭔고 하니 우리 동네 관공서들(초등학교, 동사무소, 간이우체국, 방범초소, 그리고 관공서성격이 농후한 해병대 사무소가!!)은 정확하게 카시오페아좌의 W모양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아! 바로 내가 사는 곳에도 남극대륙의 사라진 문명의 표식이 남아있구나!!
저자의 증거들은 단지 신비적인 공상과 짜맞추기, 자의적인 해석, 별자리에 대한 아전인수격인 집착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책은 소설책이지 역사책이 아니다. 누군가 아래에서 이 책이 추리소설같다고 했는데, 맞다. 이 책은 근거없는 자료와 타당성없는 논리를 억지로 짜맞춘 그야말로 저질 추리 소설이다.
이미 그의 주장들 중 많은 부분이 거짓이거나 자의적인 짜맞추기로 일관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피라밋이 별자리의 각도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주장도 실측에 의해 거짓으로 판명되었고, 앙코르와트 사원이 용자리를 나타낸다는 주장도 믿을 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 사원 지역에 용자리를 만들어낸 사원의 갯수가 10여개 정도인데 그 지역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원들이 분포되어 있어서 어떤 별자리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각 사원들은 그 사원이 그 자리에 지어져야 하는 역사적 이유들을 또한 지니고 있으니 그의 별자리론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행콕은 최근 그와 함께 탐사작업을 같이 한 동료들에게서조차 억지로 증거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는 비판을 들었고, 그는 그런 비판을 하는 동료들을 인신공격으로 일관했다. 그는 남극대륙에 최초 문명의 흔적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무언가 찾아냈다고 했지만 정작 그의 동료들은 그것이 인공물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생긴 것에 불과하다고 증언했다. 저자는 수많은 반증들과 비판에 대해 일관되게 그것은 학계가 자신의 기득권을 잃을까봐 그러는 것이라는 둥, 자신의 동료들에게는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거나 자신과의 불화로 자기의 증거를 고의적으로 해꼬지하려한다는 둥, 반증에 대한 논리적이고 사실에 기초한 반론을 하기 보다는 비판자에 대해 그 저의가 의심된다거나 인신공격으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이런 책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문제삼을 것이 못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믿는 것은 심히 정신건강과 올바른 사고방식에 좋지 않다.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는 이 책이 쇄를 거듭해 내는 일에 대해 출판인적 양심을 통해 다시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