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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
질 들뢰즈 지음, 주은우.정원 옮김 / 새길아카데미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우리나라의 소장 철학자가 들뢰즈를 소개하면서 그의 철학을 숙주를 뚫고 나오는 에이리언이라고 선정적으로 표현한 적이 있었다. 들뢰즈의 <씨네마>는 그 표현이 아주 잘 들어맞는 저작이다. 그가 칸트, 스피노자, 프루스트, 니체 등을 숙주삼아 그 만의 철학적 개념들과 사유방식들을 키워냈듯이 그는 영화를 숙주로 삼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영화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영화를 '관통하는' 책 혹은 철학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바쟁은 영화의 존재론적 규정을 통해 영화에 다가갔다면, 들뢰즈는 영화란 양식과 이미지가 우리에게 어떤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문제들을 야기시키는가를 제시해주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바쟁의 영화론이 영화를 철학적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이뤄진 작업이었다면, 들뢰즈는 영화를 통해 철학을 진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면 어떨까? 바쟁은 현상학에 영화를 적용시키고자 하는 반면, 들뢰즈는 영화를 통해 이제까지 없었던 철학의 에이리언을 키워내려 하는 것이다.
그는 영화를 특정한 사고체계에 따라 분석하고 그 가치를 역설하기 보다는 영화가 대상들에 접근하는 방식, 혹은 이미지화하는 방식에 주의하고자 한다. 그는 영화작업에서 이뤄진 대상에 대한 사고를 들여다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영화는 철학하는 도구이다'라고 언급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