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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것의 슬픔
정재서 지음 / 살림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산해경 다시 읽기의 전략'을 인상깊게 읽었다. 저자에 따르면 산해경은 중화주의를 중심으로 세계의 변방들을 안정적인 질서의 형태로 표현한 위계적 텍스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지하지 않고 불안정한 실재와 충돌을 일으킬 수 밖에 없으며 그 충돌이 텍스트 상에 억압된 형태로 흔적을 남길 것이다. 이 흔적을 읽어내는 작업, 즉 이항대립적 위계질서를 해체하고 억압된 소리를 다시 읽어내는 노력은 단순히 해체로만 끝나는 일이 아니라 본래의 사실에 더 가깝게 복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의 심증에 의하면 후대에 주석된 <조선기>와 비교해 보면 조선기의 기술범위는 산해경의 구조상 세계의 중심에 해당되는 지역으로, 주석가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이런 흔적들을 통해, '산해경의 주요한 조성부분이 제준-고조선-발해 등의 신화, 지리소를 축으로 한 문화체계 위에 기초해 있다는 심증을 강화해준다'고 본다. 즉 이 책의 근원적 성립주체를 주-한 계통의 민족이 아닌 민족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아주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