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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열전 1 (반양장) - 내 비록 환쟁이라 불릴지라도
유홍준 지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화인열전>이 추구하는, 바자리의 <르네상스 예술가 열전>식의 전기적 미술비평은, 현대에 있어서 학문적으로 별 호응을 받지 못하는 방법론이긴 합니다. 요즘에는 도상학과 고도의 양식분석,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비평이나 정신분석비평, (신)역사주의, 페미니즘 비평 등으로 매우 전문화되어 있지요. 하지만 이런 현대비평들이 고전적 비평방법론에 대한 (일부) 안티테제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이런 현대비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고전적 비평방법도 더불어 완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유홍준의 <화인열전>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전기적 비평이야말로 다른 여러가지 비평 방법론들을 하나로 얽어 내는데 더 없이 안성마춤이 아닐까 하네요. 형식과 내용, 그리고 그 주변 맥락과 정치적 상황 및 사상 등이 하나로 얽혀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은 그 만큼 그 시대에 쌓아올려진 문화적 내공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니, 우리 미술사학계에 나름대로 기여한 바가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게다가 전기적 비평은 대중적 호소력도 아주 높은 장르이므로, 때마침 불고 있는 미술과 역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에 새로운 지적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전기적 비평은 텍스트와 캔버스로만 수렴되는 작금의 창작 태도에 대해서 텍스트 밖과 캔버스 밖으로 눈을 돌리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밖을 내다보지 못하고 밖을 헤메지 않은 자는 모조품이나 혼성품은 만들 수 있을런지는 몰라도 고유한 작품을 완성하지는 못할 겁니다. 계간지 역사비평에서 연재될 때 꼬박꼬박 프린트해서 모았는데 드디어 출간되었군요. 망서림없이 구입해버렸습니다. 양장본과 보급판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양장본을 골랐는데(책 물신주의자이기 땀시) 아주 매혹적이군요. 이제 한 장 씩 읽어내려갈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