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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2 - 바람 부는 길에서 ㅣ 동문선 현대신서 93
피에르 쌍소 지음, 김주경 옮김 / 동문선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불만스러운 점은 저자의 '느림'과 '길'이 겁많은 소시민들에 의해서 아주 소시민적으로 다시 읽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느림이란 속도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와 경쟁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의 선언임에도, 소시민들에게 그것은 단지 '커피 한 잔의 여유' 정도로 받아들여 진다. '길'이란 모든 것이 하나, 즉 자본주의적 승리로만 귀결되는 갇힌 방으로부터 과감하게 벗어나서 심지어는 無를 향해 달려갈 수도 있어야 한다는 과격한 선언 역시, 소시민들에게는 단지 내가 좋아하는 길을 가야한다는 식의 소아병적 처세술로 변질되고 만다.
어떤 식으로 책을 보건 그건 그 사람 마음이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읽는 것을 '제자리 뛰기' 운동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자신의 현재 자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뛰어오르는 듯한 자기기만적 자극을 즐기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 순간적으로 뛰어오르지만 결국 자신의 원래 자리로 되돌아 올 것이다. 이건 자본주의적 노동과 여가의 상호순환 관계와 다를 것이 없다. 그들은 잠시 무엇으로부터 떠나있는 듯한 환상을 즐기지만 그것은 다시 그들을 그 무엇에 더욱 성실하게 묶여 있게 만드는 '여가'의 이중적 성격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