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 홀로 앉아있다. 그가 왼편 거울을 볼 때 그는 자신을 떠난 아내를 보고, 오른편 거울을 볼 때 자신을 방문한 환자를 본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한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자신의 거울상과 만나고 그것과 사랑에 빠지는 것일 뿐이다. 그가 거울 밖의 타자(他者)를 만나려 할 때 언제나 거울상과 어긋난 존재와 대면할 수 밖에 없다. 그 어긋남으로 인해 집착이 생긴다. 그는 자신의 거울상과 실제 타자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그 어긋남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점은 인물들이 서로에게 비춰진 거울상처럼 반복된다는 것이다. 일정한 패턴이 있고 그 패턴은 무한하게 반복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것은 마치 연쇄무늬를 가진 벽지같다. 특별출연한 이사비 부분은 연쇄무늬의 벽지 끝부분이 잘려나간 것과 같다.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다. 애정사를 테마로 삼고 있지만 인간사회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타자 그 자체와 만나지 못한 채 나르시시즘의 방에 갇힌 자들의 무한한 연쇄로 구성된 사회말이다. 그리고 그 사회는 자기 밖의 괴물만큼이나 더 무시무시한 사회다.

이런 사회 속에서 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나'의 확장태로 타자가 없는 대신 '다른 자(異者)'가 있다. '다른 자'란 나 아닌 자로 규정되는 자로, 나의 존재에 의존해 있는 것에 불과하여 결국 나의 나르시스즘의 확장형식(거울상)일 뿐이다. 따라서 남자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은 얼굴이 없다. 그는 남의 얼굴에서 자기만을 볼 뿐이다. 이 때 타자가 억압된다. 어디에서 억압되나? 그 남자 주인공의 정신 속에서 억압된다. 그것은 괴물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때가 되면 언제든 다시 돌아온다. 백인들이 흑인 노예의 반란을 끊임없이 두려워 하듯이, 자본가들이 임금노예들의 봉기에 노이로제가 걸리듯이, 가부장적 남자들이 아내와 딸들에게 살해위협을 느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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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8-1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갔습니다 ㅠ.ㅠ;;

간달프 2004-08-1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윗매직님~ 궁금한 거 있는데요. 이모티콘 눈썹이에요 눈물이에요?

sweetmagic 2004-08-13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 간달프님이 입을 여셨다 !!

저.... 저 그 그게요 - 아 떨려서 말도 안나와 ... -

... 워...원래는 누..... 눈썹인데요.
저 저는 가...감도...오..옹의....눈물이라고 우기고..싶어요.
아... 아니 우길래요 ...

푸다닥....


바보 바보
" ㅠ ㅠ" 는 눈썹이구요 눈물은 " T . T " 를 많이 써요 라고 왜 말 못해 !!

히히 ^^;; 감동의 눈물이라구요 ~~ !!

간달프 2004-08-1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꾸 잘 안해서 미안해요. 담 부턴 꼭 대꾸할께요^^ 말대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