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는 자신을 작곡가(Composer)가 아닌 발명가(Inventer)라고 소개했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성경 말씀처럼 더이상의 새로운 음악을 창조할 수 없기 때문에 창조가 아닌 "발명"을 한다고 주장한 셈이죠.
실제로 그의 작품세계를 보면 이런 주장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때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좀 더 멋진 멜로디와 드라마틱한 구성, 웅장하거나 혹은 절제된 곡을 쓰고 있었다면, 케이지는 음악은 무엇이고, 음악을 창조하는 행위는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으니까요. "연주"라고 하면 당연히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와 음악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케이지의 4'33''는 지금까지의 작곡가적인 행위 자체를 뒤바꿔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물론 전통적 의미의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들 사이에선 괴짜에 궤변을 늘어놓는 것 같은 작곡가인 케이지지만, 이후 현대음악에 있어 그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어쩌면 이후 작곡가들에게 커다란 교훈과 계몽을 선사한 셈이니까요. 

이미 <남자의 물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정운 교수님의 <에디톨로지>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첫 챕터부터 누가 볼까 놀랄만한 사진(!)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작가가 평생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번에 발간된 책이 아니라 김정운 저서 100만부 돌파 기념으로 개정증보되어 재판된 하드커버 스페셜 에디션이죠. 저자의 다른 도서들은 도서관에서 빌려봤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에디톨로지는 발간 당시 초판이 아닌 "하드커버 스페셜 에디션"으로 소장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답니다! 이런 책이야말로 아주 튼튼하게 제본되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보고, 또 보고, 한참 지난 후에도 다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니까 말이죠. 

비슷한 이론을 주장해도 외국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말은 그냥 넘겨버리는 국내 학계에 단단히 뿔이 난 저자는, 적어도 자신이 정립한 "편집학"만큼은 고유의 이론으로 삼고자 "에디톨로지(Editolog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나중에 편집학이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지속적인 연구대상인 학문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죠. 이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이기가막히게 재미있습니다. 아니, 이 책은 인문서답지 않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전철 안에서 혼자 읽다가도 탁 하고 머리를 치게 될 정도로 기발하기도 하고요. "비슷한 것을 읽고, 비슷한 것을 보면서 나는 왜 이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았지?" 하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아무리 어려운 이야기라도 저자의 필력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로 거듭납니다. 저자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려면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이에요. 책을 읽다보면 오랜 독일 생활을 거쳐 현지화(?)가 된 저자가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비엔나에서 공부하던 시절 무려 세 개의 박사학위(음악학, 의학, 철학)의 소유자였던 한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르더라고요.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되면 내가 바보가 아니라 쓴 사람이 바보인거야(Wenn es nicht verständlich ist, bin ich nicht der Deppat, sondern derjenige, der das geschrieben hat)" 교수님 정도 되니까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복잡하게 이야기하는 사람 치고 제대로알고 있는 사람은 적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저자는 정말 대단한 석학(!)이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어요. 미술은 물론 과학, 철학, 역사, 지리 등 여러 방면에서 문외한인 제가 읽어도 이해가 쏙쏙 되도록 설명해주시니까요. 어렸을 때 이렇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과목에 상관없이 푹 빠져서 공부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더불어 저자는 어떻게 이렇게나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지식을 연마할 수 있었을까 놀랍기도 해요. 

결국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는 이 시대에는 오직 편집만이 진정한 창조가 될 수 있고, 기존의 지식을 어떻게 편집하느냐가 곧 자신의 능력이자 미래"가 된다는 거에요.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실용서에서도 읽을 수 있었지만 <에디톨로지>는 근본적으로 달랐답니다. 저자의 성급하거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역사와 철학, 사회학, 그리고 인문학을 통해 밝혀진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죠. 적절한 예와 함께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는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희열마저 느껴진답니다. 같은 부분을 읽어도 읽을 때마다 좀 더 이해가 가기 때문에 두고두고 다시 읽을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요즘엔 흔히 만나기 힘든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고요. 

14년 동안 살면서 나름 잘 파악하고 있는 오스트리아(혹은 독일)의 문화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시선을 통해 "아, 이게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새롭게 깨달았던 것이 많았어요. 어렸고 철이 없어서 음악 외의 것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후회스럽기도 했답니다. 조금 더 눈과 귀를 열었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에디톨로지>를 통해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더라도, 제 생각을 풍부하게 해줄 많은 것들이 생각나서요. 결국 이게 진짜 융합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조금 더 용기를 보태주는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흔 전에 챙겨먹는 채소 요리 - 맛있게 비워서 몸이 가벼워지는 채소 중심 레시피
마쓰무라 마유코 지음, 조민정 옮김 / 보누스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꾸준히 채식을 하다가 임신을 하면서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어요. 제 몸이라고 생각하면 소신껏(?) 채식을 할 수 있겠는데 주변에서 "그러다가 아이가 큰일난다", "너만 생각하면 어떡하니" 라고 겁을 줄 때마다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나고 이유식에서 유아식, 이제 일반식을하게 되었는데도 아직 예전의 채식 식단으로 돌아가지 못했어요. 엄마아빠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신기하게 아이는 "우와~ 소시지다!", "고기 먹고 싶어요" 라고 말하곤 합니다. 고기가 뭔가 특별하고 맛있는 것이라는 주변 분위기(?)가 한 몫 한 것 같아요.


요즘처럼 푹푹 찌는 더위에는 가만히 앉아있어도 체력이 소진되는 느낌이죠. 다른 분들은 이럴 때 보양식을 챙겨드신다고 하는데 제 경험은 좀 달라요. 예전에 싱싱한 샐러드와 과채 주스를 만들어 먹으며 클렌즈를 한 적이 있었는데, 몸이 가뿐하면서도 생명력이 넘쳤던 기억이 있거든요. 신진대사도 활발해지고 찌뿌둥했던 몸도 가벼워졌던 그때가 그리워지곤 한답니다. 예전에는 제가 마음먹고 채식을 하면 그만이었지만 아이를 낳은 지금은 그렇지를 못해요. 서로 다른 두 메뉴를 동시에 준비할 것이 아니라면무조건 아이에게 맞추게 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다시 차근차근 채식으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하면 채소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할 수 밖에 없답니다. 

그러다가 만난 책이 바로 <마흔 전에 챙겨먹는 채소요리>에요. 열매채소와 뿌리채소, 잎채소와 기타 채소 등 무려 52종의 채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죠! 
특이하게도 저자는 음식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영양소 중 하나를 꼽아 고혈압 예방, 피부 미용, 소화 촉진, 피로 해소, 식욕 증진 등 다양한 목표를 위한 재료의 조합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음식의 궁합"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 칼륨과 비타민C가 많은 배추를 돼지고기(단백질), 호박(비타민C/E) 그리고 달걀(콜린)과 함께 먹으면 두뇌를 활성할 수 있는 조합이 된다라는 것이죠. 

눈치채셨겠지만 <마흔 전에 챙겨먹는 채소요리>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책이 아니에요. 오히려 어떻게 채소와 해산물, 육류를 조화롭게 먹을 수 있는지 소개하고 있는 책이랍니다. 해산물과 육류는 채소만큼 자세히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간단한 설명과 함께 제철이 언제인지 알려주기 때문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각 채소에 대한 상세한 설명, 그리고 다른 음식 재료와의 조합 리스트 이후에는 저자가 권장하는 "맛있는 레시피"가 실려 있는데요, 난이도가 높지 않고 비교적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라 부담없이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단, 거기에 필요한 재료를 모두 구할 수 있다면요!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한다면 막상 재료를 구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오스트리아에는 바이오 마켓(Bioladen)이 따로 있어 일반 수퍼마켓에서 팔지 않는 채소나 허브, 향신료 등을 살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가게가 흔치 않기 때문에 상당수의 재료를 구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이름도 생소한 오크라와 염교, 에샬롯, 공심채와 소송채, 경수채 등은 일반 마트에선 구할 수 없을테니까 말이죠. 고대 이집트 왕이 이것으로 만든 수프를 먹고 병을 치료했다는 일화 때문에 '왕의 채소'로 불리우는 "멜로키아"는 심지어 재배가 흔하지 않다고 해요. 때문에 먹으려면 직접 모종이나 씨앗을 사다가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데 과연 이렇게 해서 먹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네요. 특이하고 이색적인 채소를 소개하는 건 좋았는데 너무 '그림의 떡' 같은 채소들의 등장이 아쉽기도 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는 멋진 책이에요. 무엇보다도 고기와 해산물이 적절히 섞여있기 때문에 채소는 불편해하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시작이 될 수 있을 거에요. 어른이야 몸에 좋다고 하면 억지로라도 먹지만 아이들은 맛이 없으면 어떻게 해도 먹지 않으려 하니까요.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재료들을 모아 맛있게 만들어주면 어느새 채소와도 고기만큼이나 친해져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평상시에 먹는 음식들에서는 채소가 단순히 고기의 들러리거나 아이들의 식성이나식감에 맞지 않게 조리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죠. 

당장 구하기 쉬운 채소부터 사서 시도해봐야겠어요. 요리엔 잼병이지만 맛있는 채소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동기부여가 된답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은 정말 깔끔하고 예쁘게 구성되어 있는데다 채소도감처럼 꾸며져 있어 아이와 읽기에도 그만이에요. 채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게 어디어디에 좋고 언제 자라고 이렇게 먹는거래~"하고 알려주니 아들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듯 한참을 보더라고요. 이렇게 채소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다면 더더욱 환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여행 플랜북 - 한 권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세계여행
김동국 외 지음 / 미호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 외국생활 때문인가 저는 누구보다 집을 사랑하고 집에 있는 걸 좋아했답니다. 일주일내내 집에 있어도 전혀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아늑해서 좋았어요. 타지생활을 하다보면 집이 그립고, 고향(?)이 그리웠으니까요. 그래서 공연이나 콩쿨, 세미나 등으로 다른 도시에 다닐 때면 호텔을 벗어나지 않고 늘 방에 콕 박혀 있었답니다. 지금은 가장 후회하는 일 중 하나에요. 

8년 전, 결혼하며 한국으로 완전히 들어오게 되었을 때의 마음은 '여차하면 다시 나가서 살지 뭐~ 이제 동반자도 있겠다, 얼마나 좋아?' 였는데... 세상에. 다시 나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유학이나 이민은 고사하더라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느껴진답니다. 이제 아이까지 생기고 나니 더더욱 그렇지요. 
그래서인가, 아니면 드디어 철이 들어가는 것인가(?) 요즘에는 참 여행 생각이 간절하답니다. 하다못해제주도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도 설레고 행복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다른 곳에 가서 고생하는 것이 그렇게 싫었는데, 아이가 조금 큰 지금은 고생 좀 하더라도 새로운 곳을 보고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세계여행 플랜북>은 이런 저에게 단비같은 책이었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실제로 세계여행(혹은 대륙여행)을 한 다섯 팀(!)의 실질적인 경험담과 팁이 실려있어 언제 올지 모르는 우리만의 세계여행을 좀 더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어요. 

7월 초, 결혼기념일을 맞아 제주도에 2박 3일 다녀오면서 깜지 쓰듯 여행 계획을 빼곡히 짜봤답니다. 아들도 웬만큼 커서 액티비티를 함께 즐길 수 있기도 했고 숙소에만 콕 박혀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게다가 하필이면 여행이 폭풍을 동반한 장마 때라 비가 올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의 수를 따져 꼼꼼하게 시간표를 작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시간표를 짜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먼 거리를 이동하는 여행이나 바꿀 수 없는 일정(비행기나 기차 시간표, 숙식 등)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려면 경험이 좀 쌓여야 할 것 같았답니다. 처음부터 장기간의 세계여행보다는 몇 주, 혹은 몇 달 정도의 여행을 하며 스스로가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지 연습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가장 놀랐던 것은 세계여행이 의외로(?)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단 일주일 유럽여행 여행사 코스에 몇백 만원이 깨지는 것을 보면서 세계여행을 하려면 적어도 집과 재산을 다 팔고(?!) 떠나야 하는구나 싶었는데, 고급 액티비티를 서너 개 포함해서 2년 일정에 3500~4000만원이라니, '이거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구나!' 싶었답니다. 물론 지금 당장은 가능하지 않다 하더라도 목표를 가지고 꿈꿔볼만한 목표가 된 것 같아요. 
게다가 저자들이 제안한 루트뿐만 아니라 아낌없이 전수한 노하우와 함께 직접 원하는 일정을 짜볼 수 있기에 "맞춤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남부 프랑스의 코타주르라던가, 크로아티아의 리예카 등 제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도시들은 아쉽게 빠져있었지만 저자들이 가르쳐준 것을 참고해서 루트를 짜면 충분히 여행일정 안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답니다. 확실히 가고 싶은 도시는 개인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책의 대부분을 도시를 소개하는 데 쓰고 있긴 하지만 앞뒤로 수많은 노하우를 공개한 이 책이 참 고맙기도 합니다. 

여행에 들고 다니기엔 이 책은 꽤나 묵직합니다(저자들의 조언에 따르면 가장 먼저 가방에서 빼야 할 물품이기도 하지요 ㅎㅎ). 혹시나 해서 eBook으로 출간되었을까 찾아봤더니 아직이더라고요. 만약 전자책으로 출간된다면 꼭 다운받아서 가져가고 싶은 "세계여행 잡학사전"같은 책이었답니다. 언젠가 올 지 모르는 인생 버킷 리스트를 꿈꾸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트경영 - 4차 산업혁명과 파괴적 혁신 대우휴먼사이언스 22
홍대순 지음 / 아카넷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하고 있는 예술인파견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시로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은 '과연 나는 이 사업을 통해 예술적 개입을 실현하고 있는가'입니다. 


예술적 개입(artistic intervention)
듣기만 해도 "있어 보이는" 말이긴 합니다만 직접 현장에서 뛰고 관련 서적을 읽고 인터넷에서 선례 자료를 찾아보아도 더욱 막막해지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벌써 5년째 국가지원을 받아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고 있는 예술인파견지원 사업을 극도로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예술인들이 기업 혹은 기관에 파견되어 예술적 개입을 통해 기업/기관의 이슈를 분석하고 혁신을 이룬다" 정도일텐데 예술과 경영이라는, 어찌보면 극적으로 대치되는 관계에 있는 두 분야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혁신을 만들지에 대한 실질적인 매뉴얼은 아직 미비한 상태입니다.

이 책 <아트경영(The Art of Business)>의 저자 홍대순 씨는 세계 최초로 경영 컨설팅 회사인 Arthur D. Little의 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경영 베테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제목인 "아트경영"은 예술로 경영해나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영문 제목 "The Art of Business"는 전혀 다른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혼란스럽네요. 굳이 저자의 이력을 자세히 보지 않아도 그가 "예술"보다는 "경영" 쪽의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다른 경영 전문가와 다른 점이라면, 기업의 미래를 "예술"에서 찾고있는것입니다. 


아트경영에서의 투입 자원은 경영과학 시대의 물리적 자원과는 다른 상상(imagination), 감성(emotion) 등의 매우 소프트한 자원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자원들이자 무한 자원이다. 사용하고 사용해도 소진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상상과 감성 자원을 통해 구현하는 산출물은 의미(meaning), 심비(beauty), 감동(excitement)으로 구성된다.


사실 지금 모두가 변화와 혁신을 외치지만 그 변화와 혁신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이 없습니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회사마다 외치는 혁신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 같아요. 번지르르한 말 뒤에 정작 내실은 없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저자는 소프트한 자원으로의 전환, 가치의 변화,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업무환경 등이 없다면 그토록 애타게 외치는 변화는 찾아올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때 변화의 주된 핵심은 예술가들의 창작과정에서 얻은 것이며, 이는 인간의 본성에 부합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오랜 세월동안 예술과 경영 사이의 접점을 찾고 예술을 경영으로 접목시키기 위한 저자의 연구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짧은 시간 고민한 뒤 가설을 세운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례와 이론을 공부하고 분석하며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저자의 노력에 숙연해질 정도니까요. 분명 이런 가설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예술경영에 대한 지식도 이해도 전무했을텐데 말입니다. 
저자의 연구는 기업을 경영하는 실무진에게도 유익하지만, 예술인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예술인의 본분을 다시한번 깨닫고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되니까요. 또한 저자가 갈망하는 예술이 우리 사회에 이런 긍정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려면 우리 예술인들의 역할이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정작 창작활동을 하는 우리들은 쉽게 그 가치를 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하니까요. 

1부에서는 "왜 아트경영이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2부에서는 아트경영이 실무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아무래도 아트경영 자체가 생소하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사례가 없다보니 2부 보다는 1부가 훨씬 임팩트있고 호소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후에는 2부가 1부만큼 단단해지도록 국내에서도 좋은 사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알지 못하던 가치를 정립하고, 그것에 시간과 열정, 자원을 들여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테지만 말이에요. 

책에서 소개된 오스트레일리아의 원로배우 폴 호건(Paul Hogan)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습니다. 어쩌면 그의 Statement가 왜 아트경영에 미래가 있는지 단번에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한 세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 폴 호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던 작가와 출판에 대한 이야기
정혜윤 지음 / SISO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동안 자기계발과 실용서에 빠져있다가 어느 순간 "현타"가 왔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한 권을 써머리(Summary)해도 A4용지의 반도 채 되지 않는다던가, 30페이지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을 지지부진하게 끌어 300페이지를 만든다던가, 책 제목이나 프롤로그와는 전혀 다른 결론으로 끝나버리는 책들. 그중 일부는 사서 본 책도 아닌데 읽은 시간이 아까워 억울할 때도 있었어요. 조금 더 과장해 보태자면,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베어진 나무에게 미안해질 정도랄까요. 


새로운 인생의 챕터를 꿈꾸며 책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미 몇 년 전부터 불고 있는 유행이죠. 문제는 어디에나 그렇듯이 "수요"가 있다보니 그것을 노린 상술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는 거에요.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어렵지 않게 "책쓰기를 위한 책"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중 대다수는 마치 동네 헬스클럽 전단지에나 쓰여있을 만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요, "당신도 한 달 만에 책을 낼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책 쓰기", "잘나가는 작가로 제2의 인생 살기" 등 다이어트 광고같은 책들이 쏟아져나오다 보니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어지지 않더라고요. 간혹 그런 책들을 읽어야 할때면 끝까지 멈추지 않고 읽는 게 고역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어요.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뭔가 제목에서부터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이 책 또한 "이것만 알면 당신도 작가!" 라고 이름붙일 수 있었을텐데 왜 이렇게 다소 딱딱해보이는 제목을 선택했을까 싶기도 했죠. 어쩌면 바로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참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인 정혜윤 씨는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맥락상) 이 책의 출판사인 SISO의 대표이자 10년넘게 북에디터로 활동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넘사벽의(?) 커리어 우먼인 것만 같은데, 아이를 낳고 2년 뒤 1인 출판사를 차려 바쁘게 일하고 있는 워킹맘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녀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남편의 외조가 절대적이었다고 하네요. 지금도 쉴 새 없이 원고를 확인하고 글을 다듬고 책을 출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혜윤 씨가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이 책을 쓰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책 쓰는 것에 기술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면 웃긴 일이고 개성이 드러나는 글, 사유가 녹아 있는 글이 점점 없어져 가고 있는 이유도 ‘무조건 내가 알려주는 대로 써라, 무조건 이렇게 하면 된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독자들 역시 그렇게 써낸 책에는 관심이 없고,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다 안다. (186 페이지)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원고들을 보며, 새롭게 작가로 데뷔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도 많았을 테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은 상당히 "겨냥한" 느낌이 들어요. 제가 좀전에 언급했던 "다이어트 광고같은 글쓰기 비즈니스"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 것 같거든요. 우아하지만 단호하게 비판하는 그녀의 말이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그 어떤 주제가 나와도 구체적인 방법은 없고 ‘자신을 만나 컨설팅과 조언을 듣고 바뀌었고, 변했다’로 끝을 맺었다. 결국 그 대표를 만나 컨설팅과 조언을 듣지 않는 이상 그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그런 노하우를 밝히는 것이 영업 비밀을 누설하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글이라면 이 책은 고급스러운 전단지에 불과할 뿐이다. 어쨌든 그 책은 무언가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독자에게 꽤나 큰 배신감을 안겨 준 책이었다. (28 페이지)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저자의 말대로 "나한테 와서 인생 바뀐 사람이 정말 많다. 책에서는 공개 못하는 노하우를 몇백 만원 클래스에서는 공개한다"고 강조했던 책이었죠.



아이를 키워 본 주부가 책을 쓴다면 ‘아이 교육 전문가, 놀이 육아 전문가’ 등으로, 직장인이 책을 쓴다면 ‘독서법 전문가, 퇴사 준비 전문가’ 등으로 없던 직업을 하나씩 만들어 주는 것이 우아하게 말해 브랜딩이고 막말로 하면 포장이다. (213 페이지)


이렇게 신랄하게(?) 다른 책들을 비판한 그녀의 책은 어떨까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정직하게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자가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팁들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느낌이었어요. 작가가 되고 싶거나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마음자세와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가 갔어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에 쉽게 전문가가 될 수 있다"처럼 터무니없는 주장도 없으니까요. 저자가 말한 것처럼 시간과 노력을 다해 가치있는 글을 써서 책으로 출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도(正道)이자 유일한 길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아낌없이 노하우를 쏟아내었지만 이 글을 읽고 실천할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겠죠. 저도읽으면서 책쓰기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을 반성했답니다. 연말로 생각했던 출판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더욱 치열하게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이었어요. 지금 책쓰기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괜히 엄한(?) 책에 시간과 돈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이 책으로 자신만의 특별한 출간 준비를 하시길 바라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