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 아이의 힘 - 이해하는 만큼 발견하는 아이의 잠재력
이정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아들이 내성적인 아이구나"라는 확신 아닌 확신에서 시작되었답니다. 누구보다 잘 웃고 장난이 가득한 아이지만,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금방 힘들어하고 조금이라도 갈등이 생기거나 낯선 상황에서 도망가고자 하는 때가 많았거든요. 넘어지거나 다쳤을 땐 오히려 울음이 짧은데, 다른 아이들은 신나게 노는 환경을 무서워한다거나, TV에서 조금만 긴장 상황이 연출되면 보고싶지 않다고 하니... 내성적인 아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아들은 내성적이고 이런 아들의 힘을 찾아야겠구나 ㅋㅋ) 이 책의 제목에 매료되었고, 아이를 다그치지 않으면서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도해주고자 읽게 되었답니다. 물론 첫 1/3을 읽기 전에 "아, 우리 아들은 내성적(내향적) 아이가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이 들었지만요.


제목은 "내성적" 아이이긴 하지만,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내향적" 아이와 "외향적" 아이를 구분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두 기질의 아이들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양쪽 성향의 일반적인 모습이나 특징을 많이 설명하는 편인데요, 자세히 읽다보면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엄마 입장에선 "도대체 그래서 우리 아이가 내향적이라는거야 아니면 외향적이라는거야?"라고 할만한 부분이에요. 

하지만 저자는 저명한 심리학자 융(Jung)을 인용하여 내향적 성향(혹은 기질)과 외향적 성향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외향성과 내향성을 구분하는 기준은 '에너지의 방향성'으로 결정된다. 
외향성은 에너지가 외부로 흐르는 특성이고,
내향성은 에너지가 내부로 흐르는 특성이다.

이 전제를 기준으로 바라보면 아이가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 파악하기가 훨씬 쉬워지는 것 같아요. 물론 아이들 중에는 양쪽 성향을 동시에 가진 "양향성" 아이들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아들의 행동과 패턴을 생각하며 책을 읽다보니, 아들은 확실히 외향적 성향이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입장에서는 일부 아이들처럼 어느 상황에서나 능숙하게 대처하거나,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율동을 따라하지 않는 것이 내향적이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단지 쑥스럽거나 꼭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더라고요. 아들이 평소에 보이는 반응이나 행동을 보면 스스로의 생각에 잠기는 것 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끝없이 말을 걸고, 물어보고,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전형적인 외향적 아이의 특성을 보이는 것 같았답니다.

이 책이 정말 유용했던 것은, 지금까지의 많은 육아서들이 "아이를 충분히 기다려주라"고만 했다면, 이 책을 통해 "왜 기다려줘야 하는지, 언제까지 기다려줘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무것도 못하는 꼬꼬마 시절에는 그렇게 관대한 엄마일 수 없었는데, 제법 말도 하고 논리도 생기고 나니 저도 모르게 바라는 것이 점점 많아지게 되더라고요. 예전같으면 그냥 웃으며 넘어갔을 법한 일인데 "왜 이렇게 꾸물거렸어! 멍하게 있으면 안되잖아" 하고 잔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와요. 돌이켜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하는 걸 멈추고 싶었는데, 이 책으로 제대로 동기부여가 되었답니다. 

특히 아이들이 많은 것을 흡수하고 전반적인 성격을 형성하는 유아기의 경우, 자신의 성향과 기질을 양육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피드백을 주었느냐에 따라 아이의 자존감은 물론, 정서적 건강과 앞으로의 발달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습관적으로 "왜 이렇게 느려터졌어?", "그러면 그렇지. 또 잃어버렸지." 혹은 "하여간 불같은 성격은 누굴 닮아가지고" 라는 말을 들은 아이가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성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자존감이 낮아질 것이라는 건 아마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죠. "뭘 하고 싶었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신중한 것도 좋지만 우리 몇 시까지는 이걸 끝내볼까?" 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건강한 정서를 위한 양육의 첫걸음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답니다. 

아이가 있는 엄마들, 그리고 당연하지만 아빠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요즘 흔히 "구나" 체라고 해서, "아~ 그랬구나, 힘들었구나" 등의 어투가 유행하곤 하죠. 잘 모르고 따라만 했다가 머리에서 스팀이 나는 경험을 하신 분이라면, 아마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가 내향적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