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레슨 121 - 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지식
이양일 지음 / 북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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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매일매일 셀 수 없는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음악이나 예술전문서는 드물기 때문에 그 제목만 읽어도 반가운 책들이 있습니다. <팝 레슨 121>이 바로 그런 책 중 하나에요.

사실 우리에게는 영원하게만(?) 느껴지는 팝 음악의 역사는 정말 짧아요. 재즈의 시작부터 계산한다고 해도 길게 잡아봐야 고작 150년 정도일테니까요. 중세시대부터 시작된 클래식 음악의 역사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짧은 시간동안 발전해온 것이 팝 음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역사상 가장 스펙터클했던 20세기를 지나면서 팝 음악은 사회와 기술(!)의 발전을 통해 폭발하듯 빠른 변화를 거듭해왔죠. 대중음악의 휘발성이 강해지면서 지금 그 발전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고요. 때문에 팝 음악(그리고 다양한 하위 장르들)을 정리하거나 정의를 내리는 것은 웬만한 음악적, 문화적, 사회적 지식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아우르는 통찰력까지 갖추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말 반갑기 그지없는 책이에요. “이 책이 유일한 진리다!”라고 말할 순 없어도, 팝 음악에 조예가 깊은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하여 온 지식을 정리해놓은 결과물이니까 말이에요.

총 121개의 팝 장르(물론 그 중에는 팝이라고 구분하기 애매한 것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만, 팝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장르들로 구성되어 있어요)를 소개한 이 책은 일종의 사전처럼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어볼 수 있어요. 처음부터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그 순서 또한 시간적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궁금했던 부분을 먼저 읽어나가도 좋답니다. 기대했던만큼 알차고, 몰랐던 지식으로 가득한 책이라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하위 장르를 포함하여 월드 뮤직 장르들을 소개하고 있어 배울 것도 많았어요. DJ로 40년동안 활동하셨던 저자의 내공이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었답니다. 이렇게 팝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책은 국내에 번역본조차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의 희소성은 더 높지 않을까 싶네요. 팝이나 록, 월드뮤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서재에는 꼭 있어야 할 책 같습니다.

한 가지, 책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도무지 적응이 안 되었던 건 바로 외래어 표기에요.
물론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Funk와 Punk를 구분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외래어 표기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임의로 발음표기를 하다보니 영어가 함께 표시되어 있지 않으면 암호를 해석하듯 힘겹게 추측해야 할 때도 있었답니다. 훵크, 칸츄리, 재스, 훠크, 두웝, 훌라멩코...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ㅎㅎ 괜히 외래어 표기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쓰신 저자도 대단하지만 이걸 그대로 출간하신 출판사도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읽는 내내 신경이 쓰여 정작 본문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기도 했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이에요.

책 서두에 저자가 정리한 팝 음악 도표를 보니 대학원 시절 교실 한 켠에 붙어있던 재즈 도표가 기억나더라고요. 수많은 장르와 음악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주신 저자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랍니다. 두고두고 펼쳐볼 책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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