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꿈 그리고 존재
에반 톰슨 지음, 이성동.이은영 옮김 / 씨아이알(CIR)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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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가장 의아했던 문화쇼크(?) 중 하나가 신학이 철학과로 분류되어 있다는사실이었어요. 신학이 철학이라고?! 철학이 신학에서 제일 먼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까지도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하시는 분들이 철학 박사가 되어 오시는 게 적응이 안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각성, 꿈 그리고 존재> 역시 이런 의아함 속에서 읽게 되었던 책이에요.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자아와 존재에 대한 답을 뇌과학과 명상(!), 그리고 철학, 마지막으로 종교에서 찾은 책이라는 설명에 굉장히 궁금해지더라고요. (서문을 제외한) 본문만 7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엄청난 분량이지만 용기내어 읽기 시작했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책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알지 못했던 거죠. 

결론만 말하자면 예전에 음악학 박사 과정에서 Ernst Kurth의 텍스트를 읽었을 때 빼고, 이렇게나 진도가 안 나가고, 어렵고, 아득해지는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번역이 잘못된 건지, 원서가 어려운 건지, 아니면 단순히 제가 이 책을 읽을 정도의 지식 수준이 아닌건지… 문단을 읽고 또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거에요. 읽으면 읽을 수록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랄까. 물론 지식이 전무한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이라던가, 고대 인도의 철학, 복잡한 현대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쓴 책이라 더 그렇겠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한 문단을 그냥 넘어갔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고… 또 읽고… 그 다음에는 소리내어 읽어보고…;;

긴 설명을 마무리하며 저자는 종종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이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 말이 가장 비극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하나도 안 간단하다고!) 가뜩이나 머리에서 스팀이 올라오는데 확인사살 당하는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제가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책이었던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고전하며) 읽으면서 자꾸만 저자의 프로필을 들추어봤어요. 철학박사이면서 주로 철학, 인지과학, 불교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는 에반 톰슨. 여기서 불교는 우리나라에 퍼진 불교라기보다는 명상을 기반으로 한 인도의 종교를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프로필을 확인한 건, 엄청나게 과학적으로 보이면서도 “영적인 것”을 말할 때에는 (제가 느끼기에) 한없이 주관적이 되는 모습이 굉장히 양면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에요. 음악으로 비유해서 말하자면 어떤 멜로디를 피타고라스가 말한 수학적 원리로 한 음 한 음 분석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그러니까 이 선율에는 엄청난 영적 기운이 흐른다”라고 하는 정도랄까요. 여러 의식의 차원과 각 의식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 그리고 우리가 그 의식에 도달하는 방법(혹은 그 의식을 의식적으로 의식하는 방법)에 있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어쩌면 이건 저의 수행이 터무니없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명상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나, 꿈에 대한 과학적 접근,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도 풀 수 없었던 (그래서 더욱 심오하지만 터무니없이 들리기도 하는) 죽음에 대한 분석 등 궁금할 수밖에 없는 주제들에 대해 읽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시간이었답니다. 비록 이 책의 5%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비관적인 생각이 들지만요. 

도저히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과학과 철학도 결국 어느 수준(혹은 경계)에 이르면 서로의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걸까요? 읽으면 읽을 수록 안개에 빠져들어가는 것 같았던 <각성, 꿈 그리고 존재>. 시간이 한참 지나 다시 만났을 땐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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