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책장 속에 육아의 답이 있다 - 맹랑여사의 맹랑육아
서맹은 지음 / 세나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가 서문부터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엄마아빠 뿐만 아니라 보육교사와 유치원 선생님처럼 치열한(?) 육아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글을 쓴 서맹은 씨는 세 아이의 엄마이며, 16년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베테랑 원장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계기는, 그녀의 첫째아들이 등교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며 바람직한 성장과 보육에 힘쓴 그녀였는데, 정작 자신의 아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심정이 어땠을까. 한편으로는 상담치료를 다니며 다른 한편으로는 닥치는대로 심리서적과 육아서적을 읽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끊임없는 독서와 그를 통한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세상에 자식키우기만큼 내 맘대로 안되는 것이 또 있을까?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자식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마찬가지긴 하다. 남편도, 아내도, 친구도, 부모도, 자식도, 동료도... 분명 잘 하려고 했던거고 좋은 의도였는데 말도 안되게 일이 뒤틀어지는 것이 다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키우기가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건, 아마도 100% 나에게 의존해 (거의) 100% 내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억울하다고, 최선을 다했노라고, 나도 인간이지 않냐는 엄마의 외침은 공허하다. 아무리 그렇게 변명해봤자 결국 그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음을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저자의 엄마, 그리고 어린이집 원장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이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한없이 감성적이다.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쁜 때도 있다. 그저 내 아이가 최고라고 여기다가도 별 것 아닌 일에 버럭 화를 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엄마의 장점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그 누구보다도 개인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설명이나 이론으로 해석할 수 없는 그런 관계. 저자는 사랑과 연민이 가득한 엄마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 고민하고, 감동하고, 배웠다.


한편 엄마로서 잃어버리기 쉬운 객관성은 어린이집 원장이 보충한다. 아무리 내 자식이 예쁘고 사랑스럽더라도 사회에 나가 혼자 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객관성이 필요하다. 엄마의 무한한 사랑만으로 아이가 사회에 받아들여질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한 규범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아야 한다. 적절한 선을 지키며 아이를 훈육하는 것. 그것에 있어 저자의 방법을 대부분 납득할 수 있었다.



아들이 이제 두 돌이 다 되어간다. 임신한 이후 나 역시 닥치는대로 육아서를 읽었다. 오죽하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 이미 3,40권을 정독했으니 말 다했다. 그때만 해도 이미 나는 육아에 빠삭하고(??) 책에서 배운대로만 하면 별 문제 없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줄 알았다. 결과는... 불보듯 뻔하지만 오산도 그런 오산이 없었다. 책대로 되는 것이 단 한 개도 없었을 뿐더러, 열심히 공부한 시간과 나의 좌절감은 정비례했다. 한동안은 그래서 "그런거 읽지마. 쓸모없다니까!"라고 함부로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한숨 돌리고 한결 수월해진 요즘 되돌이켜보면 결코 책들의 내용이 공허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단지 내가 경험이 없고 여유가 없어 나무만 봤지 숲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가장 큰 오산이라고 한다면, 책을 마치 육아의 공식처럼 생각하고 아기가 울 때마다 치트키 입력하듯 그대로 따라했던 것이다. 아기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고, 그 무엇보다 나의 마음과 사랑을 갈급해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니, 사실 지금도 하루하루 배워가는 중이다.

그래서 저자의 말이 더욱 가슴깊이 다가온다. 조금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읽었던 책들은 대부분 2014년 이후의 책들이었기 때문에 저자가 인용하는 수많은 (좀 더 오래된) 책들이 흥미로웠다. 몇 권은 중고서점에서라도 사서 읽어야겠다고 체크해두기도 했다. 그런면에서 나에게 딱 맞는, 정말 필요한 책이었다.


하지만 아들을 위한 동화책은 당장에 나가 구입했다. 오늘 처음으로 피곤해 눈을 부빌 때까지 침대에 함께 앉아 책을 읽어주었는데, 앞으로 상황이 허락하는 한 매일 이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의 책 추천도 대부분 마음에 쏙 들었기에 만족스러웠다. 꼭 아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고함쟁이 엄마>를 읽고는 한참 눈물이 났다. 엄마의 고함에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놀랍기만 했다. 마지막 엄마의 "아가야, 미안해" 한 마디가 가슴을 울렸다. 앞으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지만, 적어도 아들에게 이 말만은 하지 않도록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의 말처럼 '다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