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쉽게 하기 - 일본에서 소문난 정리수납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혼다 사오리 지음, 권효정 옮김 / 유나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매사에 책을 읽고 책으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결혼하던 6년 전 집안일에 대한 책을 몇 페이지 읽고는 그대로 덮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나름 오랫동안 혼자 살았기 때문에 살림초짜는 아닐거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이대로 하다가는 평생 집안 청소만 하다가 죽을 것 같았다. 매일 해야하는 일도 산더미같은데 주말이라고, 간절기라고, 여름이라고, 겨울이라고 또다시 어마어마한 일을 해야하다니... 도대체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걸까? 그 사람은 자기 시간이 있기는 한 걸까? 착잡해진 심경으로 책을 구석에 밀어넣었다.


그로부터 6년째. 아들의 탄생과 함께 엄청나게 변해버린 내 일상은 집안일과 육아로 점철되어 있다. 치우고 또 치워도 전혀 티가 안나는 우리집. 그나마 사람사는 집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신랑과 나는 오늘도 눈썹이 휘날리도록 틈날때마다 청소를 한다. 지난 22개월동안 집안일에 들인 시간으로 논문을 썼으면 박사가 두 번은 되었겠다는 슬픈(?)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어 청소를 하건만 결과가 영 좋지 않다. 늘 청소가 안 된, 엉망인 부분들만 눈에 띄고, 그것들을 뒤집어 청소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독하게 마음먹고 뒤집어 엎더라도 며칠만에 예전 모습을 되찾아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덤이다.


자. 그렇다면 아이디어의 천국이라는 일본에서 정리수납 분야 베스트셀러 1위의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니, 꼭 읽어야만 했다. 수납 컨설턴트라니 내겐 좀 생소했지만 끊임없는 집안일에서 조금이나마 날 해방시켜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일본에서 소문난 정리수납 컨설턴트라는 혼다 사오리 씨의 <집안일 쉽게 하기>가 도와줄 수 있을까?


일단 이 책은 상당히 얇다. 게다가 책 내용 중 3분의 2는 족히 사진이다. 글밥이 두려운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택일 것이다. 모든 노하우는 한 장 이상의 사진과 짧은 설명으로 소개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그 예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집안의 정리정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효과적으로 서류를 정리하고, 다음 날의 스케쥴을 준비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관리하는 법. 건설적인 메모와 할 일 정리까지 알려주고 있는데,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받아들이면 될 것 같았다. 의외였던 것은 저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도 (책에 소개된 사진 중 아이폰이 잠시 등장한다) 90년대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수첩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고객정보나 중요한 연락처 등도 매 년 수첩에 새로 적는 것 같았다. 다이어리 쓰는 데 취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가슴이 두근거릴만한 마스킹테이프와 포스트잇, 형광펜과 색색깔의 볼펜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수첩 사진도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저자가 예로 보여주는 저자의 집이 대단히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수납정리 책을 읽었을 때였는데, 다른 집 거실과 맞먹는 크기의 드레스룸이나 우리집 안방보다 큰 아이방을 키즈카페처럼 꾸며둔 사진을 보면서 적잖이 괴리감을 느꼈던 터였다. 이건 뭐 마치 "이렇게 정리하세요"가 아니라 "돈 벌어서 5,60평대 아파트로 이사하세요"의 느낌이랄까나 ㅋㅋ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심지어 저자의 집은 우리나라 기준에서도 상당히 작고 수납공간도 부족한 편에 속한다. 우리집이 저랬다면 이 많은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했을까 심란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때문에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조언과 팁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좁은 주방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부족한 수납공간을 활용해 이불이나 겨울옷 같은 큰 부피의 짐들을 정리하는 것이야말로 주부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아무리 좋은 집안일 노하우라도 모든 사람에게 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지만, 다 내게 맞는 것은 아니었다. 각자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방법도 참조하되 좋다고 생각되면 따라 해 보고, 뭔가 맞지 않는 것 같으면 바꿔본다. (13 페이지)


그녀의 말처럼 책에서 내 생활에 맞을 법한 내용만 따로 정리해두었고, 그동안 내가 (나름) 실천했던 정리 노하우와 비교해보았다.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바꿀 것은 과감히 바꿔보도록 했다(그러면서 부엌정리를 위한 아이템만 몇십 만원 지른 건 비밀). 당연한 말이지만 이 책처럼 효율적으로 집안일을 하려면 물건이 적어야 한다. 한참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이김에 차근차근 필요없는 물건을 처분하고 집안 분위기를 바꿔봐야겠다 생각했다.


물론 이 책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일단 저자가 아이 없이 부부만 살고 있는 집을 예로 들었기 때문에 육아맘들이 실천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 많다(나도 이렇게 심플하게 살고싶다고! 하지만 현실은 온집안의 키즈카페화). 또한 특이하게도 저자는 자신이 사용한 모든 정리도구나 소품의 브랜드와 모델명까지 소개하고 있는데(심지어 3M테이프까지도), 상당히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물론 예쁘고 깔끔한 건 인정! 그중에는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이제 아들이 22개월. 늦어도 내년에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나도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있는 아로마 디퓨저에 아로마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이번 주 스케쥴을 정리하며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기고, 노트북을 챙겨 카페에 가 작품 구상을 할 시간도 생기겠지(아마도. 아닌가?). 저자가 소개하는 삶은 하루하루 전투에서 살아남고자 노력하는 육아맘에겐 로망같이 들린다. 한번에 다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가면서 효율적인 집안일 패턴을 잡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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