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
허우원용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연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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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배우기 위해 이 세상에 났다. 우리 앞에 놓인 고난과 좌절은 어쩌면 우리가 아직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배우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들 아닐까? 인생은 이처럼 각자 다른 모습이지만 공평하게 배움의 기회를 준다. 만약 인생에서 고통과 시련이 계속 반복된다면 그것은 아직 극복하는 법을 완전히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28 페이지)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알 것이다. 죽기살기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잠깐 아차하는 사이 찾아와버린 요요가 얼마나 무서운지. 예전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여기저기 덕지덕지 살을 붙여주니, 이것보다 더 애통한 게 있을까 싶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고무줄의 탄성처럼 (살기위해) 이전 몸무게로 돌아가려는 우리 몸의 성질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때마다 나는 내 몸에 소리친다. "이봐! 그게 아니라고! 돌아가지 말라고! 괜찮다고!!"


반 농담으로 들어본 예지만,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끝까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건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렇게 열심히 뺀 살을 도루묵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역시 나니까 말이다). 살아보니 참 신기한 것이 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뭣도 모를 때라는 것이다. 공부를 해보니 그렇고, 직업에서 그렇고, 사람을 만나면서 그렇다.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면 그런 내게 가장 패악스런 존재 역시 나였던 것 같다. 스스로 용기를 꺾고, 좌절하며, 악담을 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사실 내가 나에게 비아냥대는 걸 생각하면 간혹 듣는 주위사람들의 비판은 새 지저귀는 소리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무지하게 열심히 능률 오르게 살고 있지도 않으면서 뭔놈의 기준만 그렇게 높은지 모르겠다 (봐. 또 그러잖아). 


육아로 인한 삶의 변화와 (아직까지도 완벽히 적응 못한) 달라진 일상, 경기침체로 인해 부담이 가중되어 가는 작품활동과 경제활동, 나이가 들수록 그 무게가 더해지는 책임감과 죄책감 등으로 인해 힘든 요즘, 내게 꼭 필요한 책 한 권을 만나게 되었다. 자신을 건설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책, 힐링과 배움이 공존하는 그야말로 참 귀한 책이었다. 바로 <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다. 


세상에 저자같은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저렇게 기꺼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것도 "중요한" 사람이 아닌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 시간을 내어주고, 함께 고민해주고, 진심으로 상담해주는 것이 가능할까? 저자도 사람이고, 한정된 시간 가운데서 자신의 삶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참 많을텐데 말이다. 책 전반을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이타적인 삶이 처음에는 그리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솔직히 내 머릿속엔 괜히 다른 사람의 일에 휘말려 "인생이 꼬인" 많은 사람들의 예가 떠올랐다. 저자의 높은 인성에 놀라면서도, 나 자신도 그렇게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하지만 책 중반쯤 읽었을 때였나, 갑자기 책을 처음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인생의 문제에 대해 저자와 함께 사유하면서 느긋하고 편안하게 읽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때문에 따로 메모나 아웃라인을 하지 않았다. 책 중반에 와서야 이 책이 그렇게(?) 읽어서는 안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깊은 감동이 밀려왔고, 저자의 조언을 통해 그동안 나를 억눌러왔던 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노트북을 열어 필사하며 아웃라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중요한 몇몇 내용만 적을 생각이었는데 끝까지 적고 나니 무려 만 자가 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그대로 필사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아마 그렇게 했을 것이다. 


1. 나는 정말로 돈을 사랑하는 것일까? 

2.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도 될까?

3. 레더호젠이라는 반바지 

4. 기분이 우울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5. 긴장이 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6.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7. 문학 서적을 읽는 것이 고리타분한 일일까?

8. 어쩌면 나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인지도

9. 사물의 본질로 돌아가다 

10. 우리는 모두 문턱값 3의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열 가지 질문이자 이슈들이다. 제목만 쭉 읽어도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문제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일 만나고 매일 부딪히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런 문제 말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게으르고 무능한 자기 자신에게 진력이 났을 때, 자신이 한 선택에 자신이 없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계속 밀고 나가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을 때 결정적으로 도움이 될 조언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그런 조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의 메시지는 두말할 것 없이 훌륭했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 역시 대단했다. 제법 두꺼운 굵기의 책이었지만 하룻밤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예시와 재미있는 농담, 감동이 전해지는 이야기가 더해지며 메시지는 힘을 얻었고, 더욱 오래 마음에 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는 (그가 책에 쓴대로) 문학 서적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값진 일인지 몸소 증명해보였다.


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나는 마치 새로운 멘토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직접 마주하고 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선생님이라면 더 좋겠지만, 때로는 내용을 통해 나 자신을 묵묵히 비춰볼 수 있는 책이 더 나을 때도 있다. 이 책은 두고두고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바라건대) 조금씩 지혜가 생길수록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도 더 넓어지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의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책이었다. 답답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현실 가운데서도 감사하며 진취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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