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건강한 아이 - 아이 뇌를 건강 체질로 만드는 생활습관 35
구보타 기소 지음, 조민정 옮김 / 니들북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사실 "똑똑하게 키운다는" 것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들리지만은 않는다. "똑똑하다"라는 것은 마치 학교 공부에 뛰어나고 명문대에 진학해서 대기업에 입사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 그럴까나.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뇌가 똑똑한 아이, 뇌가 뛰어난 아이가 아니라 <뇌가 건강한 아이>라니 말이다. 

최근 발간된 우리나라의 몇몇 서적도 그렇지만, 일본 서적을 읽을 때 (특히 그것이 육아서적이라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마치 읽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듯한 따뜻한 문체가 아닐까 싶다. 보통 이런 육아서적을 읽다보면 대부분 "그러니까 결국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다 엄마 탓"이라는 결론이 도출되기 마련인데 (뭔가 억울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다) 이 책은 "그러니까 이렇게 하지 마세요" 보다는 "이렇게 해보면 참 좋겠죠?"의 느낌을 받았다. 뭐가 됐든 읽는 엄마 입장에선 고맙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들이 태어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는 상투적인 말이고, 지금 돌이켜보면 영원히 아이를 키우고 있었던 것처럼 그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잠 못자던 날들, 뭐가 뭔지 알수가 없어 같이 울고 좌절하고 힘들었던 시간들... 출산 전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마득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돌을 바라보는 아들을 볼때면 언제 저렇게 컸나 싶어 뭉클할 때가 있다. 아마 겪어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감정이지 않을까.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고작 두 돌이 다 되어가는 아기인데 벌써부터 주변 엄마들이 심상치가 않다. 어떤 어린이집이 프로그램이 좋다더라, 어느 어린이집은 영어와 중국어까지 가르쳐준다더라 (얘네들 아직 한국말도 안되지 않나?), 특별활동으로 어느어느 수업을 들어야 오감개발이 되고 뇌발달에 좋다더라 등등... 조기교육의 열풍은 초등학생을 넘어 유치원생, 어린이집 아기들에게까지 닿았나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편으로는 성질이 솟구치기도 한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들의 머리에 뭘 쑤셔넣고 싶은 것인지 알수가 없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유난히 언어발달이 늦은 아들을 보면서 "혹시 엄마인 내가 언어 노출을 잘 안시켜줘서 그런가?" 하는 막연한 걱정이 드는걸 보면, 줏대 없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게 나인가보다.

사실 수면, 식사, 운동, 학습, 교육 등 분야마다 전문가는 있지만, 이 모든 분야와 깊이 관련된 '뇌'에 대해 잘 파악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연구한 뇌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아이의 뇌를 발달시키기 위해서, 두뇌가 명석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특별한 교육법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의 생활습관을 통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머리말 중)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좀 특별하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초등하고,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부모들이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사실 학교에 들어간 자녀들에게는 조금 늦은 감이 있고 아이가 아직 미취학생일 때, 그러니까 엄마아빠와 비교적 오랜 시간을 보낼 때 사용할 수 있는(아니, 사용해야만 하는) 방침들이 소개되어 있다. 

흔히 영재 교육이라고 하면 특별한 학교에 보내거나, 특별한 수업에 참여시키거나, 남들이 하지 않는 특별한 활동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충분히 뇌를 자극하고 문제해결력을 키워나가며 사회를 배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한동안 "엘리트 교육"에 기울었다가 근래에 "인성 교육"에 관심이 커지는 우리나라 교육 트렌드와도 맞는 접근법인 것 같다. 

저자는 지나치게 치우친 교육으로 인해 (예전에는) 생활을 통해 충분히 배울 수 있었던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설거지나 간단한 요리를 도우며 충분히 배울 수 있는 협동심과 문제처리능력을 학원에 보내 배우게 한다던가 아이들과 놀고 다투고 싸우는 과정을 가로막아 인간관계에 필요한 경험을 쌓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이다. 책을 읽어보니 나 역시 아이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뇌발달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느긋하고 좀 더 여유롭게 지켜봐줄 수 있어야겠다. 

특히 영유아기의 어린 아이들을 가진 엄마아빠들이 읽으면 정말 유용할 것 같다. 미리 모든 것을 알아서 완벽하게 키워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을 사랑과 여유로 보듬어줄 수 있으려면 엄마아빠가 먼저 배우고 깨달아야 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또한 갓 학교에 들어간 자녀 덕분에 사교육과 특별활동, 학원수업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엄마아빠에게도 아주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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