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세계와 필력에 대해 문외한 수준인 나지만, 미치너의 책을 읽는 순간 그의 팬이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의 담백한 문체와 카리스마 넘치는 표현력, 놀라운 호흡 때문이 아니라 (그걸 판단할만한 입장이 안 된다),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그가 보여주는 놀라운 주관과 신념 때문이었다 (비록 도덕관념 역시 상당히 주관적이고 편협적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그가 마치 '작가라면 이래야지, 그렇게 남들과 타협하고 남들 눈치 보고 살면서 너 자신을 작가라고 할 수 있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젠장. 선택할 수만 있다면 미치너 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