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만큼이나 소설(?)의 시작은 엉뚱하고 묘하다. "평범한" 생활을 하던 저자의 옆집에 어느날 뜬금없이 캥거루 한 마리가 이사를 오고, 피할 수 없는 여러 번의 만남 끝에 (반강제적으로) 그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무엇보다 말이 많고 서로 보내는 시간 또한 많지만, 정작 캥거루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지껄이고 주장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들은 그 자신에 대해 어떤 것도 발설하지 않는다(여기서부터 느끼는 바가 크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은 확실히 캥거루와는 달리 소시민적이고 책임감있으며,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올바른 사람이라고 (아마도) 여겼던 저자는 날이 가면 갈수록 캥거루와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물론 둘은 사사건건 다투며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과 개인주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과 꺾이지 않는 (대부분 쓸데없는) 신념에 있어 둘은 꼭 닮았다. 어쩌면 저자는 자기 자신을 투영한 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고 뭔가 "더 나은 인간"이라고 스스로 여기는 우리들이 얼마나 실없는 존재인지 나타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