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재발견 - 내 속에 감춰진 진짜 감정을 발견하는 시간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이현주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미리 밝혀두자면 이 책의 저자인 조반니 프라체토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엄친아다. 젊은 나이에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은 식학에다 그가 쓴 이 책이 가디언지가 선정한 최고의 인문 심리서라니... 뇌과학이라는 복잡하고 신비로운 분야의 권위자가 된 그의 이야기가 많이 궁금했다. 감정의 "재발견"이라는 책 제목부터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말이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들을 몇 권 읽은터라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 모두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단 그의 문체에서 느껴진 특별한 것이 있다면, 대단히 뛰어난 젊은 학자가 "감정"이라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야를 "뇌과학"이라는 (소위 "뜨는") 매개체를 이용해 분석하는 데서 비롯된 자신감+호기심 어린 광기가 아닐까 싶다. 조금 과장하면 자신이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 생각했던 지킬 박사 같다고 할까. 물론 그 역시 군데 군데 뇌과학만으로 감정의 비밀을 밝혀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가 자신의 연구에서 느끼는 강렬한 매혹은 그의 문체에 여실히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분노와 죄책감에서 시작하여 불안, 슬픔, 공감, 기쁨 그리고 사랑까지.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까운 감정들을 실험과 이론으로 도출된 가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한 가운데 자신의 경험담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것이 흥미로운데, 확실히 일반적인 감정이라 하더라도 문화권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과학 분야에서 만족하지(?) 않고 소설과 극본을 쓰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아마도 저자의 이런 배경이 다른 사람의 복합적인 감정을 더 이해하고 싶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인가 감정을 대하는 저자의 자세는 상당히 흥미롭다. 자신이 겪은 감정변화조차 제3자인 것처럼 동떨어져 관찰하는 듯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감정에 대해서 쓰고 있는 저자 자신은 감정을 초월한 듯 보이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진짜 감정 뒤에 숨겨진 비밀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제대로 실망할 수도 있다. 우리가 알다시피 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동물같아서 어떠한 이론이나 가설로도 정의내릴 수 없게 날뛰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상당히 제한적인 접근이라도) 뇌과학 혹은신경과학을 통해 설명하지 못할 것을 설명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하는 프로세스는 상당히 흥미롭다. 게다가 이 책은 쉽게 읽히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내가 모르는 감정의 또 다른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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