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읽는다 - 금세기 최고 멘탈리스트의 강력한 신체언어 규칙 16
토르스텐 하베너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일스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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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부터 엄청나게 기대하던 책이다. 세상에 생각을 읽는다니! 오래전 멜 깁슨 주연의 "What Women want"가 떠오른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단한 여성편력가였던 주인공이 번개에 맞은 후(?) 여성이라면 (그것이 개나 고양이라 할지라도!) 누구의 생각도 읽을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영화니까 그렇지 현실이었으면 어떤 여성과도 사랑에 빠질 수 없을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는 (아마도) 누구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싶어 한다. 함께 사는 가족이나 사귀는 연인, 친구들의 생각도 그렇지만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이나 상사들, 동료들의 생각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한편 어느 누구라도 "진짜 마음"을 알기 두려워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저자인 토르스텐 하베너는 유명한 공연예술가(책에선 "무대예술가"라고 번역되었는데 아마도 Buehnenkuenstler라는 독일어를 직역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그의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공연예술가가 더 올바른 단어선택이 아닐까 싶다)인데, 관객의 신체언어를 통해 그의 생각을 간파하는 특별한 공연 프로그램으로 독일은 물론 유럽 각지에서 성공적인 투어를 마쳤다고 한다. 아직 내가 비엔나에 살고 있었을 때부터 유명했다고 하는데도 이름을 처음 들어 궁금한 마음에 위키백과를 검색해보니, 확실히 책에 소개된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프로필이 있었던 것은 함정 ㅎㅎ


비과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콘텐츠에 대단히 시니컬한 독일 정서답게 그는 "마술사 그리고 작가"로 소개되어 있었다. 물론 그가 자신을 소개할 때 사용하는 단어 멘탈리스트 역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였지만, 이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라고 주장한다"라는 설명이 곁들여진 건 덤. 아무튼 현지에서는 그의 이러한 특별한 능력 및 콘텐츠 등을 하나의 놀라운 볼거리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고 그가 현지에서 인정을 받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의 첫 책인 <생각을 읽는다>를 비롯, 여러 권의 저서들은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고, 초청공연과 강의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콘텐츠와 남다른 능력으로 사람들을 매혹하는 그의 비밀을 조금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읽고 하베너와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그 역시도 책에서 일만 시간의 법칙을 소개하며,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감히 말하건대 노력과 연습으로도 이룰 수 없는 일이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강력한 신체언어 규칙 16"이라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신체언어의 비밀은 그닥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사실 신체언어의 비밀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마치 치트키처럼 알고 있기만 하면 무엇이든 공략 가능한 마법주문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가 말하는 신체언어를 읽어내는 방법을 하나로 요약하자면 "섬세한 관찰력과 날카로운 눈썰미, 그리고 수많은 경험" 정도가 될 수 있을텐데, 이것 역시 각 사람이 가진 재능이 천차만별인만큼 하베너처럼 되겠다는 야무진 꿈은 아무래도접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의 능력을 제한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놀라운 일은 아마 그에게도 자주 일어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 자신도 책에서 밝힌 바 있듯 그의 쇼는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처음부터 철저히 계산되고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오히려 다른 의미에서 놀라운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건강한 자존감의 정립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자신감의 향상이다. 실제로 그가 남녀관계나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해 조언하고 있는 부분은 가정불화나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신선하다. 여기서도 그의 핵심 메시지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그를 조종하려 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생각하라"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근본적으로 당신 자신만이 스스로를 불만족스럽게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할 위치가 안 된다. 당신만이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고 열쇠를 쥐고 있다. 당신이 화가 나서 분노하는 경우는, 상대방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다른 사람이 행동하지 않아서일 경우가 많다. (90 페이지)



무릎을 탁 치게 만든 말이다. 사실 내가 허락하지 않고선(?) 내가 화낼 일은 없다. 뭐가됐든 나 스스로가 화내길 허락했기 때문에 짜증이 나는 것이고 거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내 감정을 다스려 화낼만한 가치도 없다고 타이르고, 거기서 더 나아가 상대방을 인정하고 용납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감정노동을 아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상당히 이상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하베너는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실천에 옮길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특별해진 것은 아닐까?



당신의 생각은 아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멋진 것에 집중하면 당신의 몸이 다른 신호를 보낸다. 멋진 것이 아무리 만들어낸 것이라 해도 효과가 있다. 당신의 얼굴 표정은 부드러워지고 긴장이 완화되어 몸이 보내는 신호도 열린 자세가 된다. (232 페이지)



어떻게 생각하면 이 책이 주는 핵심 메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국 내가 읽어야 할 생각은 바로 나 자신의 생각이고, 그 생각을 다스릴 수 있어야 원치 않는 나의 모습을 버리고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익히 들어오던 '마인드컨트롤'의 개념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주변 사람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는데, 읽으면서 나 스스로의 감정과 행동 패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베너는 부지런히 책을 출간하는 한편 신체언어를 주제로 한 강연에도 힘쓰고 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를 넘어서지 못한(혹은 그의 존재를 위협할만한)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만 보아도 그의 특별한 능력이 그만큼 특별한 재능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신체언어에 있어서만큼은 그야말로 보통사람인 나로서는 그의 놀라운 세계를 잠시 둘러볼 수 있던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더불어 이 책에서 말하는 자기 암시와 긍정적인 생각의 힘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71-72 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는 간단한 테스트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왼쪽"이라는 단어가 오른쪽에 적혀있을 때 "왼쪽"이 아닌 "오른쪽"이라고 읽어야 하는 (즉, 뇌가 익숙한대로 읽어선 안되는) 테스트였는데, 오른쪽과 왼쪽 정렬이 틀리다보니 의미가 없어졌다. 나름 뇌과학의(?) 흥미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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