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아이로 키워라 - 상식을 뛰어넘는 29가지 육아법
헤더 슈메이커 지음, 김정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임신하면서 한두 권씩 사서 모으기(?) 시작한 육아서적이 책장 하나를 차지하고도 남는다. 조금 늦게 엄마가 지인들에게 선물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얼추 6,70권이 되는 셈이다. 사실 이렇게 많은 육아서적이 있는지도 몰랐고 지속적으로 발간되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웬만한 육아서적은 읽어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이 읽었는데도 아기는 아직까지 나에게 "미지의 세계". 수많은 책을 읽고 깨닫게 것은 아기가 아직까지 나에게 "미지의 세계"라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왕초보 엄마로써 내가 저질렀던(?) 가장 실수는 내가 읽고 공부했던 육아의 지식들에 따라 아기가 움직여줄 것이라 지레 짐작했던 것이 아닐까? 마치 숨겨진 치트와 공략매뉴얼을 손에 거머쥔 것처럼 아기를 이리저리 조종하려 했던 것이 가장 시행착오였던 같다. 아기는 도무지 어떠한 이론으로 담을 없는 신비롭고,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엄청난 존재인데 말이다.

돌이 지나고 어느 정도 고비를 넘겼다 생각했던 생각은 그야말로 크나큰 오산이었다. 자아가 생기고 스스로 걸을 있게 되면서 드디어 선배맘들이 말하던 "진짜 육아" 시작되었다. 생리현상과 부족한 잠과 싸워야 했던 지난 1년과는 달리 이젠 진짜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듯한 느낌이 든다. 아이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원하는 것은 세부적이 되었으며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시 벌어지는 상황 역시 엄청나게 다채로워졌다

수많은 엄마들이 (그리고 아빠들이) 이맘때쯤 고민에 빠진다. 예전에는 그저 아기가 울면 기저귀를 봐주고, 먹을 것을 주고, 안아주기 바빴다면 이젠 드디어 "안돼!"라는 말이 입에 쩍쩍 달라붙기 시작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아이는 "안돼!"라는 말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알아듣는 같은데도! 물건을 쏟고, 엎지르고, 던지고, 소리지르는 아기의 새로운 모습을 보며 엄마아빠는 드디어 육아가 기본적인 생리현상에서 확장되어 "교육" 지경에 도달했음을 느끼는 같다

14개월이 지난 아들은 요즘 소리지르기에 재미를 붙였나보다. 아빠를 닮아서 청아하기 그지 없지만 어마무시하게 목소리를 가진 아들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를 때마다 진심 언젠가 내가 완벽하게 청력을 잃을 것만 같은 공포에 사로잡히곤 한다 (더불어 아직까지도 높은 주파수대역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들리는 것을 보니 내가 청각 관리를 잘했다는 생각까지도). 소리에 민감하고 귀로 먹고 사는 사람인데이정도면 거의 테러 수준이다. 타이르고 싫다고 표현도 해봤지만 당분간 그만둘 같지는 않다. (책과 인터넷에 나온)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보던 우리 부부는 "이것 또한 언젠가 지나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그저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아무튼 이맘때 아기들을 키우는 엄마 소리를 지르는 때문에 고민되는 엄마는 하나가 아닌가보다. 간단히 검색만 해봐도 수많은 엄마들의 아우성(!) 흘러넘치니 말이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추천을 받은 답변들 상당수가 "아이를 체벌하고 때리라" 말하는 것이다.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도 기싸움에서 이길 없다나... 당최 14개월 아이의 어디를 때릴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자기 자식과 기싸움을 하려는 엄마의 궁핍한 정서지능이 딱하기 짝이 없지만, 그러한 답변이 또다른 공감을 얻고 추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고 살해하기까지 하는 극악한 범죄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마냥 남의 일이라고 넘어갈만한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아직 알지 못한다고 무작정 모두 오냐오냐 수는 없는 일이다. 엄마 입장에선 그게 오히려 편한 일일진 몰라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확실한 훈육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디까지가 훈육인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 누구도 확실하게 답하기 힘든 부분에 있어 "상식을 뛰어넘는" 답을 제시하는 책이 있다. 바로 <욕심많은 아이로 키워라> 이러한 주제에 있어 오늘 소개하고픈 책이다



서론이 무지막지하게 길었다. 그만큼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다
일단 스물아홉 개의 "상식을 뛰어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만큼 책의 분량도 장난이 아니다. 웬만한 전공도서같은 두께에 빼곡히 담긴 육아의 지식들을 읽고 있노라면 번을 읽어 달달 외워 시험이라도 쳐야 같은 분위기다. 예전에 읽던 육아책들 대부분은 반은 아는 내용을 슬슬 넘기면서 공감하며 읽을 있었는데 책은 전혀 달랐다. '? 이게 뭔소리야?' 하며 번이나 챕터를 읽어야 때도 있었으니까


일단 책에 담긴 육아 비법은 40 전통의 SYC(School for Young Children) 유치원의 교육 철학이라고 한다. 저자인 헤더 슈메이커는 저널리스트로 육아와 가정생활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쓴다고 하는데, 그래서인가 그녀의 글은 간결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때로는 상당한 호소력과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스물아홉 개의 법칙은 또다시 여덟 개의 주제로 나뉘어지는데,

1.
자유 놀이의 부활
2.
뿔난 감정
3.
사람 나누기, 장난감 공유하기
4.
뛰어놀 있는 : 아이, 권력, 활동
5.
창조력, 인내력, 그리고 진심 없는 칭찬
6.
나쁜 , 공손한 , 거짓말
7.
민감한 주제들
8.
상식을 뛰어넘는 생활 육아 법칙

테마로 분류된다

사실 '욕심많은 아이'라는 제목으로 책의 내용을 쉽게 추리할 있지는 않다. 잘못 들으면 마치 아이에게 많은 꿈과 포부와 야망을 심어줘야 한다는 의미로 들을 있을테니까 (솔직히 내가 그랬다). 하지만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하지 않아도 것으로는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히 여겼던, 혹은 아이들에게 당연하게 요구했던 (혹은 어렸을 어른들로부터 당연하게 요구받았던) 것들이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 장난감을 나누어 쓰는 , 화가 났을 내색하지 않고 입을 다무는 , 한참 놀고 있더라도 엄마가 그만하라고 벌떡 일어나는 등등.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어렸을 천사 같기만 했던 아이들은 어째서 청소년기에 접어들어 (많은 경우) 엄마아빠와 원수지간이 되어버리는걸까? 도대체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기에? 마녀가 나타나 주술이라도 걸어버리는 것일까? 아들을 키우면서 청소년 자녀를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내가 하는 생각이다
책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사회를 배워나가며 규칙을 알고 행동의 제약을 받는 것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배우는 사회의 규범은 무엇보다도 부모가 만든 규범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집안 규범들은 임기응변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다 일관성이 있지도 않고, 아이들로 하여금 불만감과 불공평함을 느낄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그것을 인지하고 스스로가 반박할 있을 때가 되면 더이상 " 듣는 순한 " 되길 거부하는 것이 아닐까? 모르긴 몰라도 많은 경우가 이럴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나부터도 그렇다. 아들에게 하거나 하지 말라고 하는 많은 것들의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이유 역시 아들보다는 나를 위한 경우가 많다. 물론 대의적으로는(?) 아들을 위한 것일지 몰라도 결국 낮잠을 잘자고, 먹고, 놀아야 내가 편하다는 생각이 저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졸리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아들을 재우려 하고, 먹이려 하고, 귀찮은 것들을 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 번인지...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제약을 둔다면 정말 숨막혀 도망가고 싶을텐데 말이다

책은 내가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린시절로 돌아간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제는 까마득한 나의 어린시절, 어른들의 모순된 행동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것들, 가졌던 부정적인 감정들, 정의(?) 대한 상충된 생각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용납하긴 어렵다.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라면 더더욱! 용납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일시적으로 권력에 굴복하는 것일뿐, 자신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면 반드시 고개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것인가? 책을 통해 나는 "진짜 훈육"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볼 있었다. 일방적으로 "나는 엄마고 너는 자식이니 너는 조용히 말을 듣고 따르기나 !"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최소한의 것을 가르치며, 안에서 최대한 나의 개성과 자유를 누릴 있도록 해주는 . , 모든 것은 하나의 전제를 만족시켜야 한다. '다른 사람이나 남의 물건에 상처를 입히지 '. 지극히 이상적으로 들리지만 부모라면 반드시 시도해봐야 일이 아닐까? 어렸을 때부터 "시끄럽고 무조건 이렇게 해야만 " 반복하면서 나중에 아이에게 창의적이고, 새롭고, 기발한 사고를 요구하는 것만큼이나 모순된 것이 있을까 싶다.  


사실 책의 내용이 살에서 일곱 아이들의 행동발달을 기준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이제 겨우 14개월이 지난 아들에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것 또한 선입견일 지금의 아들과도 충분히 연습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아들에게 구두 편지를 쓰게 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출하게 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 "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다른 제안과 방법을 제시하는 (그러니까 "금지" 아닌 "제한") 지금의 아들에게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롤테이프를 좋아하는 아들은 시도 때도 없이 롤테이프를 가지고 놀려고 하는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는 구강기 탓에 자꾸 롤테이프를 뜯어 먹는데 있었다. 신랑과 나는 때마다 슬며시 롤테이프를 낚아채 보이는 곳에 숨겨두곤 했는데 (물론 열에 아홉 번은 들켜 대성통곡을 들어야 했지만), 책을 읽은 뒤에는 입으로 가져갈 때마다 다시 바닥에 굴려주며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라 말해주었다. 물론 아들은 자꾸 입으로 가져가려 했지만 며칠 입에 가져가려 "에이~~"라고 말하면 웃으며 바닥에 굴리는 것을 보니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는 같다. 같은 말을 번이고 해야 하는 것은 번거롭지만 아들은 확실히 입에 가져가는 숫자가 줄었고 하루에 씩이라도 횟수가 준다면 충분히 만족하며 할만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려 560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서평에 쓰는 것은 무리도 있을뿐더러 무의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분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책의 내용을 읽을 때는 앞뒤 컨텍스트(Context) 살피며 문장 안에 의미를 제대로 곱씹어봐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만큼 충격적인 것도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뛰어넘는"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자마자 포스트잇에 "아들이 살이 되면 다시 읽기"라고 써서 붙여두었다. 확실히 책은 읽는다고 익힐 있는 책은 절대 아니다. 번이고 읽고, 실제 생활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 것으로 만들 있지 않을까? 하나하나 공부해야 하니 번거롭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많이 버려야 하는 일이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생각했다

아쉬운 , 그렇게 오래 두고두고 보고싶은 책임에도 제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책이 유난히 그랬을 수도 있지만 여러 읽다보니 페이지가 따로따로 분리되어 나오기도 했고 (도대체 이게 언제적 마지막으로 겪었던 일인가!) 두꺼운 책임에도 넘겨서 보기가 쉽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아들이 살이 되어 다시 읽을 즈음엔 날아다니는 페이지를 찾아 읽어야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정말 소중한 깨달음을 ,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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