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위한 세계 최고의 EQ 수업
쑤린 지음, 원녕경 옮김 / 다연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 책 제목이 "세계 최고"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PR 할 수 있는걸까? "세계적인", "세계 최고", "제일" 등의 수식어에 민감한(이라고 쓰고 안좋아한다고 읽는) 나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약간의 불신을 가지고 있던게 사실이다. 게다가 부제는 "백만 불짜리 리더십 강의 10개"다보니 뭔가 허울좋은 약장사는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다름아닌 책의 목차 때문이었다. 나름 이 책 저 책 꾸준히 읽으면서 얻은 지혜 중 하나는 "목차가 실하면 평타는 친다(?)"랄까나. 아무튼 목차가 좋은 책 치고 내용이 부실한 책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한 듯 하다. 

나 자신을 리더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목차를 읽어보니 한동안 핫 이슈였던 감성지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책인 것 같아 냉큼 읽기 시작한 <리더를 위한 세계 최고의 EQ 수업>. 막상 읽으려니 묵직한 것이 분량이 꽤 되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으로 인해 2016년을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슬럼프 아닌 슬럼프, 매너리즘 아닌 매너리즘(말장난인가?)에 빠진 요즘에 나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일침이 있었을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돌파구를 찾은 느낌이었다. 

IQ의 시대가 가고 한참 EQ가 떠오르던 시절, 수많은 책들과 방송, 기사들이 EQ에 대해 떠들었고 EQ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사실 대부분은 EQ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 말로 "감성지능"이라 번역되는 EQ는 주입식 교육으로 대변된 IQ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으로 떠올랐고 너도 나도 EQ를 키우는 교육이라며 선전하곤 했다. IQ를 주입식 교육과 동일시 하는 것부터가 잘못되었지만 EQ에 대한 오해는 더욱 가관이었다. 뭔가 자율성이 있고 감성적이며 기존에 틀에서 벗어난 교육은 죄다 EQ 교육이라고 했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중지능"이 엄마들 사이에서 뜨겁게 각광받고 있지만 EQ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다음 챕터로 우르르 넘어가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 역시도 EQ의 개념이 모호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EQ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정립할 수 있었다. 열 개의 챕터를 지나는 동안 저자는 끊임없이 EQ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어떻게 발달시킬 수 있는지 설명한다. 정체불명의 코끼리를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 때로는 코를, 때로는 다리를, 때로는 귀를 따로따로 알려주지만, 결국 하나의 코끼리를 의미하듯 서로 동떨어져 있는 듯한 내용들도 결국 EQ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감성지능을 지닌 사람은 냉정하고 정확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적합한 길을 선택해 속도를 조절할 줄 안다. 한마디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안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을 바로 알 때 남도 관리할 수 있다. 자기관리를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속의 이런저런 욕망과 감정을 제어해 착실하게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34 페이지)

저자 쑤린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그의 글을 읽으면서 중국과 미국의 문화가 공존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문체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던 것은 그 때문일까. 지극히 이성적이면서도 동양적 문화에 (비교적) 쉽게 반영될 수 있는 예를 다룬 것도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자신의 주변인물과 피상담자들의 예를 통해 쑤린은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특징을 차근차근 설명해나간다. 사실 감성지능이라고 해도 뒤에 "지능"이 붙는 바람에 "지능이 낮다"는 말이 상당히 불쾌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특히 저자가 꼬집는 "감성지능이 부족한 사람"의 모습이 나와 일맥상통할 때 더욱 그랬다. 스스로 불편하지만 나쁘지는 않다고 느꼈던 성격적 약점들을 모조리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거나, 힘들어 주저앉아버리고, 무기력함에 하루하루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도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있을 뿐, 나는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그것이 나의 낮은(!) 감성지능으로 인해 야기된 일이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하긴. 그렇게 감성팔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때가 아니었으니까. 

EQ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워나가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EQ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소개되었을 뿐 감성지능의 대부분은 우리가 "인격"이라 말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었다. 인격이 된 사람, 인격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만한 사람들은 EQ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뚝심있게 성공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결코부당하거나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들.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낮추고 배려해주면서도 존경을 받는 사람들. 상상속의 동물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 중 이러한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자신을 낮추거나 상대방에게 즐거운 사람이 되려고 했다가는 "호구잡히기" 십상이다. 저자는 여기서 EQ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성지능이 높은 것과 그저 친절하고 좋은 성격을 가진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니 말이다. 

감정지능이 높은 사람은 너그럽고 긍정적이며 진취적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감정을 조절할 줄 알며 일상생활 중에 발생하는 갈등을 적절하게 해소할 줄 안다. 그들은 긍정적인 태도와 유머를 앞세워, 필요한 순간 긴장감을 걷어내고 타인과 자연스럽고 편안한 대화를 나눈다. (302 페이지)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비즈니스와 외적 삶에 그치지 않고 내적 관계, 즉 연애의 기술과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EQ가 단순히 사업에 성공하고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남용되는 것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Q가 높다는 것은 밖으로 보이는 실력과 능력, 자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볼 수 없는 내면의 연륜과 따스한 감성까지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결국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이 아닌 진짜 나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만 척박한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쉽게 포기하고 분노하고 좌절하는 우리 세대에 정말 필요한 것이 바로 EQ, 즉 감성지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한 번 정독한 후에 미리 표시해둔 부분들을 다시 읽으면서 요점정리를 했다. 그래야만 하는 책이었다. 물론 그렇게 했음에도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유없는 패배의식과 매너리즘에 빠졌던 내 자신을 일으킬 수 있는 훌륭한 동기가 되었던 것 같아 감사하다. 2016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실현할만큼의 끈기와 인내, 그리고 뚝심이 있는 나 자신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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