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산다고 틀린 건 아니야 - 부모의 행복으로 아이를 빛내주는 부모 인문학 부모 인문학을 만나다 1
김흥식.이수광 지음 / 영진미디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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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허투루 읽어선 안되는 책이 있다. 전국투어 리허설과 공연을 돌며 짬짬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인데, 읽으면 읽을 수록 곱씹어야 할 내용이 많았기에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음미하게 된 책이 바로 <다르게 산다고 틀린 건 아니야>다.

이 책의 공동저자이신 이수광 씨는 전 이우 중고등학교 교장을 지내신 분이다. 웬만한 엄마들은 알만한 이우 중고등학교는 대안학교 중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재학생들의 성적이 좋고 명문대로 많이 진학해서가 아니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건강한 교육이념과 철학으로 진정한 교육을 지양한다는 데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 돌쟁이 엄마에겐 먼 훗날의 이야기긴 해도 여건만 된다면 아들도 이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멋진 학교라고 생각했는데, 이 학교 이념의 핵심인물이셨던 이수광 씨가 공동저자라는 말에 더없이 반가웠다. 특히 이 책은 "좋은학교만들기네트워크"라는 특별한 기획 시리즈 중 "부모 인문학을 만나다"의 첫 책인데, 앞으로 발간될 시리즈 역시 빠짐없이 잘 챙겨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아보았을 때, 하나님으로부터 흠 하나 없는 깨끗한 큰 도화지를 선물받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아들이 스스로 택하는 것이겠지만, 가장 기초가 되는 밑그림은 엄마인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두려울만큼 무겁게 다가왔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렸을 때의 교육(이라기보다는 부모의 역할과 집안 분위기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었기에 더 했다. 아직 알아듣지 못하는 월령대라 하더라도 말 한 마디를 조심하게 되었고 무심코 하는 행동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확실히 깨달은 것은 "자식에게 가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결코 교육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 자신이 진심으로 바뀌고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는 한, 연기하듯 건네는 예쁘고 고운 말투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갔으면 좋을지 고민하기보다는 그 전에, 여러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십시오. (140-141 페이지)


'부모는 아이의 거울'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 자신이 비도덕적이고 기회주의자이며 편법을 써서라도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아이에게 도덕과 신념을 가르칠 수 있기 만무하다. 결국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키포인트는 부모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훌륭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고, 내 인생의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해야한다고 책은 조언한다. 그동안 별 생각없이 세상을 살아왔다 하더라도, 이제 내 인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직시하고 목표의식을 가지고 살아갈 큰 이유가 생긴 것이다.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른 중요한 테마는 바로 배움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역시 배움=성적, 배움=시험의 공식으로만 이해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공부하기 좋아했던 나조차도 왜 공부를 하냐고 묻는다면 딱히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재미있어서요" 정도였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배움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유해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왜 배워야 하는가? 일차적으로 배움은 '자유로운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자유로움의 본질적 의미는 사고의 자유로움에 있다. 사유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을 때, 경험의 세계를 넘어 개념의 세계가 열릴 때, 다양한 영역이 중층적으로 연결된 일상을 성찰할 때 세상과 자신에 대한 인식수준이 달라진다. (180 페이지)


과연 내가 공부함으로서 얻은 지식은 나와 세상에 대한 인식수준을 향상시키고 있었을까 아니면 남들보다 많이 안다는 우월감에 오히려 나 자신을 우물 안에 가두고 있었을까? 책에 나오는 "제대로 배운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 자신이 (그간 참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배운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과연 내 아이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건강한 사고를 물려줄 수 있을지... 확신에 가득 차 "네"라고 대답할 수 없기에 더욱 노력하고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람을 사람처럼 만드는 것이 바로 인문학 아닐까. 지나치게 실용주의에 빠져 소홀해졌었다면 이 책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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