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 문화 다 스타 산책
권유리야 외 지음 / 문화다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죽을래야 죽을 시간도 없는 요즘이지만(?) 출간 소식을 듣고 이 책은 왠지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이유모를 의무감이 들었던 책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꼭 읽어야만 하는 그런 책 말이다.

"마왕" 신해철이 떠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믿을 수 없을만큼 황당하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들은 법앞에 세워진 상태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재판을 통해 정의가 실현되길 기도하는 것 뿐이니 잠시 옆에 밀어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오히려 그가 살아있을 때 어떤 존재였고, 그의 음악과 업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싶다. 아니, 그 전에 "마왕"을 제대로 추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신해철과 특별한 "만남"을 가졌던 평론가들과 팬들이 그를 추모하며 쓴 이 책은, 그를 만났던 저자들만큼이나 다채롭고 군데군데 그리움과 애정으로 얼룩져있다. 저자의 연령층도 50대 대학 교수부터 30대 음악평론가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두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는 문화예술 분야의 평론가라는 것이며, 둘째는 직접적이든 그렇지 않든 생전 신해철과 의미있는 "만남"을 가졌던 것이다.


그들의 만남의 종류, 그리고 추모하고자 하는 분야에 따라 책은 "신해철을 그리워하며", "신해철과 대중", 그리고 "신해철의 음악 세계"의 세 파트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무려 14명의 저자의 글들이 모여있는데도 신기하리만치 그들의 추모사와 헌정사는 일치하는 굵은 내용적 흐름이 있다. 문체만 다를 뿐 마치 한 사람의 마음으로 쓴 것처럼 말이다. 특히 신해철의 노래를 들으며 가장 찬란했던 20대를 보낸 저자들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 때 그 시절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게 된다. 물론 신해철이 데뷔하고 왕성한 활동을 펼쳤을 때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에 나는 너무 어렸기에, 넥스트의 노래라고는 애니메이션 "라젠카"의 사운드트랙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정작 애니메이션은 제대로 본 적이 없는게 함정). 투니버스에서 집중 홍보되던 라젠카 뮤비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엄청나게 멋진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을 만들기 시작했구나 싶어 두근두근 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보다 약 10년 정도 먼저 태어난 세대에게 신해철은 대중가수나 아티스트 이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대가 만들어낸 고독하고 외로운 천재였고, 죽음으로 우리 곁을 떠나기까지 마땅히 받아야 할 평가와 관심을 누리지 못한 인물이 아니었나 싶다(물론 본인이 손사래치며 받으려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신해철을 말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독설", "거침없는 비판"과 "트러블메이커" 정도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졌던 단편적인 인식들이 사회적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슈가 되기 위해서, 남들보다 잘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삐뚤어진 세상 가운데서 소신껏 말하다 돌에 맞아 죽더라도, 할 말은 다 하고 세상을 떠야겠다는 그의 신념을 곧이 곧대로 표현했던 것이 아닐까 사뭇 가슴이 먹먹해졌다.


대중음악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3-40년의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예전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끝없이 그립게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음악이 더이상 음악으로 존재하지 않는, 소비되고 거대한 자본에 의해 팔고 팔리는 콘텐츠가 된 지금, 소위 "외면받더라도 할 말은 하는" 음악이 설 수 있는 자리는 너무나도 협소하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으로 플랫폼은 정말 많아졌지만, 오히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모든 것이 소음이 되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결국 모든 것이 뒤엉킨 아수라장 가운데 판 돈 높은 홍보의 효과를 누리는 음악"콘텐츠"들이 시선을 끄는 동안 그렇지 못한 음악들은 점점 저 바다 깊숙히 가라앉아버리겠지.

물론 음악산업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음악이 볼거리와 오락의 요소로 변질되면서 뮤지션을 꿈꾸는 다음세대조차 깊이 있는 음악보다는 "잘 팔리는" 음악을 하고싶어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신해철은 갔더라도 그의 음악이 주는 울림이 우리와 함께 좀 더 오래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이 변해갈 때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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