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세 말걸기 육아의 힘
김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안면인식장애는 물론 이름기억장애(?)까지 가지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의 이름을 - 그것도 만나지도 않은 사람을 -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 특별한 의미다. 특히 일이나 개인적으로 기억해야 하는게 아닌데 뇌리속에 인식된 것이라면 더더욱. 이 책의 저자인 김수연 원장님이 그랬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우리집 책꽃이에 꽃혀 있던 책. 오늘 소개할 김수연 원장님이 2010년 쓰신 <김수연의 아기발달클리닉>이다. "집에서 하는 아기발달검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열심히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감명깊게(?)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기들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한 가지만 정답이라고 제시해주시는 느낌이랄까... 뭐 초보 엄마인지라 괜한 자존감 부족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ㅎㅎ

아무튼 그런 기억이 있다보니 이번 <0~5세 말걸기 육아의 힘>을 읽기 시작했을 때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저명한 유아발달전문가가 쓰신 책이니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특히 "엄마가 건네는 사소한 말 한마디가 내 아이를 똑똑하게 만든다"는 슬로건이 마치 "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똑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처럼 느껴져 살짝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똑똑해져서 나쁠 게 뭐 있겠냐만은, 뭔가 '더 똑똑해서 명문고 명문대를 지나 대기업에 취직해 보란듯이 번지르르하게 살아야한다!'는 토할 것 같은 취지로 쓰인 책들에 워낙 알레르기가 있는지라...("초등 4학년부터 시작해야 SKY 간다"라던가 "초등 4학년 공부뇌가 일류대를 결정한다"라던가... 그러고 보니 두 책이 저자가 같군?!)

각설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0~5세 말걸기 육아의 힘>. 처음 몇 페이지를 대충 훑어보고 나중에 제대로 읽을 생각이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어버렸다. 그만큼 흡입력 있고 가독성도 좋았던 책이었다. 내용은?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육아서가 있지만, 이 책은 적어도 아들이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읽고 또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책 앞에는 김수연 아기잘달 연구소의 홈페이지와 자료실이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고나니 아직까지 어떠한 발달문제도 느껴지지 않았던 아들이지만 한번 상담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의 애착이라던가 아기의 마음을 읽는 것. 때때로 너무 가깝게 있기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들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랄까? 집에서 좀 먼 것이 문제로구나...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봐도 검사가격이 나와있지 않던데, 이 부분은 아마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특별한 발달이슈를 보이고 있지 않다면 책의 내용으로 충분히 중간검사를 해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초보 엄마라면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일상의 크고 작은 이슈들을 그림과 함께 자주 소개하고 있어 유용하다.
얼마 전부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아들 덕분에 당황하기 일쑤였는데, 집에 있을 때면 그저 웃으며 "에이~ 그러지마~" 할 수 있어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러면 폐가 된다는 생각에 진땀이 흘렀다. 한번은 뷔페에 가서 식사하려다 아기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먹지도 못하고 나와버렸던 때도 있었으니까.
책에서 보니 그럴 땐 엄마가 등을 돌려 앉거나 무관심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기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바람직한 대처방법이라고 한다. 물론 한두 번 해서 바뀌지는 않겠지만 괜시리 같이 흥분하고 당황해서 아이에게 못되게 되지 않도록 새겨들어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분리되는 겉표지 안에 두 권의 책이 들어있는데, 나머지 한 권은 18개월에서 60개월, 즉 한살 반부터 만 5세까지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언어이해력 평가집이다. 이번 저서가 언어발달과 언어이해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보니 평가 역시 18개월 이후부터! 꼬꼬마 아들은 아직 7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ㅎㅎ

책을 펼치면 엄마와 아기가 마주앉았을 때 한 면은 아기가 보고 다른 면은 엄마가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림을 보고 엄마가 무언가를 물었을 때 아기가 대답할 수 있도록(혹은 그림을 가리키며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평가지다. 언젠가 아들과 이것을 함께 할 생각을 하면 마음이 설렌다.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을지... 물론 이 평가지에 기록된 월령대는 평균치이므로 발달 과정에 있어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언어가 발달하는 시기에 나누어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어, 아기의 월령대에 따라 읽고 복습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시기에 따라 표현방법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결국 이 책이 주고 있는 가장 큰 메시지는 "0세부터 5세까지는 아기가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라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 점차적으로 발달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깊이가 달라지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지게 되는데, 단순히 가시적으로 아기가 몇 단어를 구사하는지, 얼마나 말을 하는지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 한가지. 아기가 정상 범위에서 발달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 문제행동을 하게되는 경우, 누구보다도 힘들고 속상할 엄마들을 위한 따뜻한 메시지가 담겨있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육아의 고충을 모두 이해하고 토닥토닥해주시는 듯한 원장님의 말씀에 위로받을 엄마들이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책을 읽기 전 걱정했던(?) "아이를 똑똑하게 만드는" 말걸기는 유명한 대학에 들어가게 하려는 시도가 아닌,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게 만드는 언어능력임을 확인하고나니 이 책에 더욱 애착이 간다. 아들이 좀 더 자라 발달 검사지의 내용들을 활용할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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