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꼬리 어딨지?
마이클 그레니엣 글.그림, 최용환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우와아앗 동화책이다!!
가뜩이나 책 욕심이 많은 나인데, 아들을 낳고 그 욕심이 두 배, 아니 몇 배나 더 커진 것 같다. 이젠 이런 저런 동화책과 전집에 거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는 중. 오늘 아침 신랑과 QT를 하면서 "요즘 내가 하나님보다 더 관심을 두는 것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냉큼 "아이고야, 난 아마 '아람 자연이랑' 전집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라는 회개(?)가 절로 나오니 ㅋㅋㅋ 이제는 좀 자제해야 할 듯 싶다.

아무튼 그래서 보자마자 "어머, 이 책은 꼭 읽어야 해~"라고 생각했던 <내 꼬리 어딨지?>. 아기 개구리(라는게 있나? 개구리 아기면 올챙이 아닌가?) 하하하는 자신에게 없는 꼬리를 찾아 떠나게 된다. 개구리가 꼬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데 자신에게 꼭 맞는 꼬리를 찾아 떠나겠다니... 음... 뭔가 추측되는 결말이 있었다.

남들에게 모두 있기 때문에 부러워서 꼬리를 찾아나선 하하하가 여러 동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은 꼬리가 없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그대로가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 딱 봐도 그림이 나오지 않는가?

그러나 웬걸. 이야기의 전개는 전혀 다르다.

하하하는 원숭이나 사자의 꼬리를 보자마자 곧장 달려들어 "이 꼬리 나 가질래"라는 상당히 건방지면서도 당돌한 멘트를 날리고, 그런 하하하를 만나는 동물들 족족 주먹으로(!) 허공에(!!) 날려버린다(....... 뭔 애들 동화책이 이렇다냐). 더 재미있는건 하하하는 한번도 굴하거나 속상해하지 않고 또또또 도전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맞아서 아프다던가, 슬프다던가 하는 감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꼬리를 찾아서 가져야만 하겠다는 집념 뿐이다.

이거 좀 엽기 아닌가? 뭐지? 친구가 이유없이 무작정 내 것을 달라고 하면 주먹으로 쳐도 된다는 무언의 메시지인가? 아무튼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깜찍한 그림체였지만 이런 반전이 숨어있을줄이야...

함께 읽던 신랑이 귀띔해준 또 한가지 사실. 하하하는 시종일관 입에 커다란 침방울을 달고 있는데, 이 침방울은 하하하가 드디어 꼬리를 찾고 나서야 사라진다 (몇 번 봤어도 난 몰랐는데). 이것은 무슨 의미일지... 뭔가 지나친 욕망이나 욕심을 표현한 작가의 의도일까나?

조금 더 당황스러운 건 바로 엔딩.
그 정도 맞고(?) 거부당했으면 포기할법도 한데 하하하는 찾고 또 찾아 드디어 자신의 꼬리를 발견하게 된다. 뭐... 자신의 꼬리가 아니라 도마뱀에게서 잘려나온 "버린 꼬리"이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도마뱀은 이 중 유일하게 하하하를 때리지 않는데, 그것이 친절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어차피 자기에게 필요없으니 가져가도 된다는 논리인지라 뭔가 꺼림직하다.

아무튼 그 꼬리를 자신의 엉덩이에 침으로 붙인 뒤(...) 행복해진 개구리 하하하. 그리고 그는 축하해주는 다른 개구리들과 기뻐서 계속 하하하 하며 웃었다 하는데...

진심... 이게 뭐지...??

당황스러운 내용 전개와 결말. 뭔가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라는 엄청난 교훈을 확실히 기대했던 나로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던 내용이다. 마치 어린이 판타지 애니메이션인줄 알고 <판의 미로>를 봤다가 면도칼에 뺨이 잘려나가는 걸 보고 식겁힌 그런 느낌? 아니, 그것보단 좀 나으려나...

기대가 너무 커서일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체에 뭔가 교훈이 담겨있을 것 같은 스토리라도 방심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게된 책.
내가 모르는 교훈과 메타퍼(metaphor)가 있는데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내 잘못이지만... 지금으로썬 암만 생각해도 뭔지 모르겠다는게 함정. 뭔가 작가의 심오한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일 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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