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
최효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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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성공하기 바란다면 독신(독서의 신)으로 키워라."

귀가 닳도록 들어 식상하기까지 한 이야기지만 자녀를 사랑한다면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라고 한다. 그 땐 이치에 맞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여겼는데, 막상 아들이 태어나고 나니 그렇게 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엄습한다. 아프면서 크고, 위기를 돌파하며 성장하는 것인데 엄마 마음같아서는 그저 햇살 가득한 날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웃고 또 웃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고 기도하지만, 우리 인생살이가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니, 오히려 하루하루 척박한 고생과 무모한 도전에 허덕이지 않는다면 다행이다.

요즘같이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성공하기 위해(혹은 인간다운 삶을 안위하기 위해) 너무도 많은 것들이 요구되는 시대에 아이에게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엇이 내 아이를 험난하기 짝이없는 이 세상에서 굳건한 성인으로 만들어주고 지켜줄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물론 내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믿음이다. 엄마로써 꼭 물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건강한 신앙이다. 하지만 그 다음은?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살 것이 아니니까 공부도 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야 할텐데, 그렇다고 내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되는 "학부모"가 되기는 죽기보다 싫기에, 이제 간신히 돌을 바라보는 아들을 보면서 내가 어떤 교육관과 철학으로 이 아이를 키워야할지 자주 생각하곤 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내 생각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한 가지 만큼은 분명하다.

공부는 못해도 좋아, 하지만 책 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읽자!

그런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하고 유익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예담의 신간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이다.


처칠 가와 케네디 가, 네루 가, 루즈벨트 가, 버핏 가, 카네기 가, 헤세 가, 박지원 가, 밀 가, 이율곡 가 등 열 개의 명문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세계적인 인재를 배출한 가문에 내려오는 독서 비법을 전하고 있다. 각기 다른 배경과 상황에 처한 가문에서 역사에 남을 위인이 탄생하기까지 그 가문만의 특별하고 독자적인 독서 풍토가 있었다는 전제 하에서 시작하며 독서에 얽힌 각 가문의 이야기와 그로 인해 자녀들이 받았던 영향을 분석하고, 마지막에는 즐겨 읽힌 책들의 목록과 가문에서 탄생한 꼭 읽어야 할 도서 목록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부끄럽지만 인도의 총리 가문 네루 가라던가 영국의 지식인이었던 존 스튜어크 밀의 밀 가는 생소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읽으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는데, 하나의 인재가 탄생하기까지 그 집안의 분위기와 부모님의 교육철학, 솔선수범하여 행동으로 보여주는 생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친절하게도 본문의 내용을 다시 추려 번호와 함께 핵심을 짚어주기 때문에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복습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저자는 17년간 기자로 일하다가 칼럼니스트이자 작가로 변신하여 이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교육서를 몇 권 집필한 경력이 있는데, 책의 뒷날개에 간단한 설명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제목만 읽어도 귀가 솔깃해지는 명문가의 자녀교육법이라니... 왜 이 책들이 우리나라에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모든 내용에 공감할 순 없었다. 특히 자녀를 정치가로 만들고 싶으면 이 가문을, 예술가로 만들고 싶다면 저 가문을 참고하라는 저자의 말이 조금은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첫째로 내가 멋대로 자녀의 미래를 결정지어 그쪽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기 때문이었고(자식은 포켓몬이 아니야!), 둘째로는 독서가 마치 성공을 위한 열쇠로만 치부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책에 수록된 명문가의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성공하기 위해서 책을 읽히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독서를 통해 지식과 견문을 넓히고 나아가 인성을 키움으로써 "인간다운 인간"을 만들기 위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자라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재로 키워져 큰 일을 했던 것은 아닌지... 뭐 알 수 없는 일이지만서도, 독서가 돈 많이 벌고 성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참 슬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이렇게 책 읽혀서 자녀를 성공시켜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읽으면 읽을 수록 그동안 독서에 소홀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쩍 이것 저것 인지하는 것이 많아진 아들을 위해 좀 더 본을 보이고,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겠다는 다짐도 했고 말이다.
저자의 다른 책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서라도 한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무엇이 어떻건간에 책을 읽는것이야말로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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