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부모수업 - 자녀를 키우는 엄마가 반드시 읽어야 할 첫 번째 교과서
이미화 지음 / 위닝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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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만하면 다시 화두로 떠오르는 일부 어린이집의 충격적인 실태. 그 시작이 되었던 어떤 교사의 네 살 여자아이 폭행사건은 아직도 또렷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처음엔 어떻게 아이를 저렇게 때릴 수 있을까 충격을 받았었는데 차츰 그 아이가 "맞은 후"가 더 경악스러웠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자리로 돌아와 서있었으니 말이다.

분명 이것이 수많은 어린이집 중 극히 일부의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귀결된 사회적 반응은 분명했다. 더이상 어린이집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귀한 내 자식 어린이집에 맡겨놓으면 거구의 교사에게 따귀를 맞을거라는 분노와 두려움이 팽배했다. 더이상의 "어린이 안전지대"는 없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7개월이 지나는 아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도무지 글로 옮겨쓸 수 없다. 하루종일 져야 하는(?) 내 고단한 십자가(??)임엔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든 아기 얼굴을 한참동안 보고있어도 질리지 않는 이 이상한 감정은 무엇일까. 어쩔 수 없이 꼭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임에도 차마 아기의 토실토실한 다리에 바늘을 찔러넣는걸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마는, 세상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하나뿐인 소중한 내 자식이다.
때문에 처음 그런 뉴스를 접했을 땐 마치 내가 당사자가 된양 끝없이 분노했다. 내게 닥친 일이었다면 진심 흉기라도 들고 쳐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 도무지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은 분노였다.

그러나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요즘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들을 보면서 "과연 언제까지 내가 이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자식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 아니, 아마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도, 심지어 대학에 입학하고 회사에 취직한 뒤에도 불공평한 처우를 항의하는 어머니들이 있다고 한다. 청탁 아닌 청탁을 넣기도 하고 야근 좀 시키지 말라고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따진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인 행동에는 틀림없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그 어머니들 역시 정신이상자나 사회부적응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지 자식을 언제까지 어떻게 품어야 할지 그 정도를 알지 못하고 삐뚤어진 방법으로 관심과 사랑(사실 집착이라 표현해야 맞겠지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흔히 말한다. 하물며 자동차를 모는데도 면허가 필요한데 어째서 부모 면허는 없냐고 농담삼아 따진다. 백지같은 투명한 상태의 한 아이의 인생 전반을 책임져야할 부모다. 태어나서 이보다 더 중요하고 두려울만큼 막중한 임무가 또 있을까.
외동아이들이 흔한 시대가 되다보니 온갖 열정과 사랑을 한 아이에게 쏟는 부모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부모들에게 아이는 세상이요 인생의 모든 것이다. 쏟아지는 사랑과 관심만큼 아이가 바르게 자란다면야 더할나위 없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지나친 관심과 삐뚤어진 사랑으로 어긋나가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그렇지 않더라도 부모의 도움 없이는 기본적인 것조차 하기 어려워하는 무기력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국내 최초로 아침밥을 아이들에게 해주는 "예아뜨"의 원장 이미화 씨가 쓴 <기적의 부모수업>은 말 그대로 부모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학부형들에게 쓴 편지를 추린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이런 편지를 받았을 엄마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최전선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저자의 신념은 확고하기에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는 부모들에게는 훌륭한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이제 30대에 접어든 내가 읽기에도 "세대 차이"가 나는 내용이 많았다. 내가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저자에게는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혼내서라도 고쳐야 할 부분이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나이 많은 어른 혹은 부모님에 대한 관념도 소위 "윗세대" 분들의 그것과 흡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조언이 한 문장 한 문장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그 모든 지식과 관념들이 아집이나 자신감이 아니라 오랜 세월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켜켜히 쌓인 관록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며 가볍게 읽어야겠다 하고 시작했는데 어느새 형광펜과 펜을 가져다가 꼼꼼히 곱씹으며 읽고 있었다. 아기가 자는 나만의 시간에 내용 정리를 깔끔하게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무게가 있고 많은 물음표를 던지는 힘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여러 챕터로 나뉘어져 있지만 내용이 챕터에 국한되어있지는 않다. 오히려 편지를 나누면서 일부러 테마를 찾아자 붙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이 다른 육아서적과 가장 다른 점이 아닐까 싶었다. 주의해서 하나하나 읽지 않으면 중요한 내용을 자칫 놓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서평을 쓰는 이 시점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이야기들은 바로 "가정이 아닌 밖에 나가 사랑받는 아이로 키우라"는 것, "부모가 끝없이 자기발전에 힘쓰라"는 것, 무엇보다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주라"는 것이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집 꼬꼬마는 언젠가 내 품을 떠나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 인생이 내 마음에 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내 맘에 드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벌써부터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이 사회에 나가 스스로 섰을 때 얼마나 올곧고 훌륭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가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있어서 나는 가장 큰 책임과 사명을 지고 살아가는 이 아이의 엄마이고...

저자의 문체는 겉보기에 유연하고 부드러워보이지만 내용은 그렇지가 않다. 읽으면서 부대끼는(?) 내용도 더러 있었다. 사실 그래서 더 읽어야 했다. 이제 부모가 되어 한 아이의 인생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써 내 생각과 의견을 앞세운 독단과 아집을 가장 멀리해야할테니 말이다.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서적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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