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괜찮아요 -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서천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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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며 하루에도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묻게 되는 말.

'이래도 괜찮은걸까?'

특히 나처럼 쿠크다스 멘탈을 가진 초보엄마에게 육아란 거대하고 큰 산은 마치 미세먼지처럼 셀 수 없는 수많은 걱정들의 집결지 같아서 조금 익숙해졌다 싶었다가도 이내 자신감이 바닥을 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베이비 위스퍼' 시리즈로 유명한 트레이시 호그가 생전 아기를 돌보아주면서 주 평균 15000달러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만한 돈이 있기만 하다면) 그 비용을 치루고서라도 도움을 받고 싶었던 덕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물론 도움이 효과가 있다는 전제하에서지만. 내 뱃속으로부터 내가 낳은 내 자식임에도 동시에 나에게 가장 큰 '미지의 세계'이기도 한 아들 덕분에 오늘도 난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한다.

'정보과다의 시대'답게 스마트폰과 인터넷 검색 기능이 독이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나와 비슷한 증상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는건 더할나위없는 도움이겠지만, 그것이 과연 내게 진짜 도움이 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잠 못 자는 아기 덕분에 밤새 불침번을 서며 눈물의 폭풍검색(?)을 했던 엄마라면 분명 공감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점은, 수많은 정보와 경험담 그리고 카더라통신 중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를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설명해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서핑하는 개개인이 만들어가는 정보의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어갈지라도 결국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닉네임과 과장된 아이덴티티로 가려진 익명의 저자가 아닌, 검증된 전문가가 땀흘려 집필하고 세심하게 탈고한 정보가 담긴 책 말이다. 여기 검색에 지친 엄마들에게, 육아가 총탄만 안날리는 전쟁같은 부모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서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 꼭 있어야할 육아필수서적, "우리아이 괜찮아요"가 바로 오늘 소개하고픈 도서다.


"괜찮다"니. 이 얼마나 가슴이 따뜻해지는 말인지...
소아정신과라는 다소 이색적인(?)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가 느껴지는 제목이다.
유럽에 살 때야 당연하게 느껴졌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소아정신과 전문가가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아동심리백과나 발달심리에 관한 책들마저 일반 정신과의가 집필한 경우만 본 터라 당연히 있어야할 이 분야에 대해 참 무지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것 같아 설레이기도 했다.

먼저 저자를 소개하자면 일반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다가 어른이 되어서 겪게 되는 정신적 문제들이 어린시절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느끼고 소아정신과 전문의로 전향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육아예능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자문의를 맡기도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라디오 진행과 다양한 저서 집필, 신문 연재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니, 보통 열정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은 총 여덟가지 분야에 대한 총 140개의 고민과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실제 상담 내역처럼 먼저 사연이 짤막하게 소개되고 저자의 상담 내용과 비슷한 사례, 더 나아가 알아두어야 할 점들이 순서대로 짜임새 있게 정리되어 있다.

사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5세 정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때문에 아직 7개월인 꼬꼬마를 키우는 입장에서 직접적인(?) 조언을 얻지는 못했지만 여덟 개의 분야 중 "좋은 부모"와 "가족 관계"의 내용은 지금부터 읽어두어야 할 주옥같은 상담이다.

"내게는 일어나지 않기를..."하고 간절히 기도하게 되는 사례들. 눈앞에서 천사처럼 잠든 꼬꼬마의 얼굴을 보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은 놀랄만큼 흔하게 일어나며, 그것이 결코 비정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너도나도 앞다투어 조언하려 달려들겠지만 막상 나 자신에게 닥치면 왜 이성과 논리를 잃어버리게 되는걸까?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일이 "내게 일어난 일"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픈 병이 "내가 걸린 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인만큼 "방관자의 입장"에서 고민과 상담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설마 내가 이러겠어? 하는 생각으로. 설마 내가 아들을 때릴까? 설마 내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하겠어? 설마 아들과 이런 관계가 되어버릴까? 에이... 설마... 읽으면 읽을 수록 "이런 부모는 정말 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가득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은 이런 부모가 되고 싶어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등장한 아이와 부모들은 "비정상적인,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다. 범죄자나 성격파탄자도 아니고 정신이상자들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반적인, 보통의 사람들인 이들의 삶이, 육아라는 역경 아닌 역경을 만나 끝없는 싸움과 자책감 그리고 분노로 중첩되는 것을 보며 앞으로 엄마로써 살아가야 할 내 어깨가 더욱 무거워짐을 느꼈다.

"역지사지"만 잊지 않는다면 육아에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역지사지를 실천하느냐다. 아직 제대로 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우리집 꼬꼬마와 지내다보면 왜 우는지 도저히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이유식을 먹을 때도 먹을만큼 먹었는지, 배가 아직 고픈지, 그만 먹고 싶은지 눈치를 살피며 관찰을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감이 줄어들곤 한다. 짜증내며 수저를 밀어내다가 갑자기 냉큼 받아먹기도 하고... 치우려다가도 "더 먹고싶으면 어쩌지?", 더 먹이려다가도 "그만 먹고싶은데 자꾸 먹이는걸까?" 고민되는게 초보엄마의 숙명인가보다.
아이가 조금 더 커서 스스로 말을 할 수 있게 되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 물론 배가 고프다거나, 춥다는 등 기본적인 상황들은 표현할 수 있겠지만, 지금 자신이 왜 화가 나는지, 무엇이 힘들었는지를 설명하려면 아직 한참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테니 말이다. (솔직히 어른이 된 이후에도 내 마음을 내가 모르는 때가 태반이니 말 다했다)

저자를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참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표현하기에 미숙한 아이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기,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미성숙한 혼란스러움 속에서 부모로써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방법에 대한 조언들은 아이가 어렸을 때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일어서 걷기 시작하고, 말하기 시작하고, 스스로 작은 일부터 할 수 있게 되면서 부모는 이 아이가 사실 백지 상태로 나를 믿고 태어나준 아가였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나보다. 예전엔 잘 먹고 잘 자주는 것만으로도 입이 마르게 칭찬했으면서 커갈수록 더욱 바라는게 많아지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언성을 높이고 회초리를 들게되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네가 잘했구나 오냐 하고 키우는 것은 더욱 나쁘다. 배려와 양보를 모르고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한 채로 자라난 아이들은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악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저자는 "바른 습관", "성격과 감정", "사회성", "문제 행동" 네 분야에 걸쳐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올바른 가치관과 습관을 잡아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수많은 내용 중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조언은 "행동은 제한하되 마음은 받아주라"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성취되지 않았을때 자신의 혼란과 분노를 가장 가까운 엄마에게 표출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엄마가 듣고싶지 않은 강하고 못된 말로 상처를 줄 것이다.
그럴 때 엄마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무조건 양보해야할까? 아니면 꾸짖고 야단치며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해야할까?
저자의 "행동은 제한하되 마음은 받아주라"는 조언은 원칙대로 행동하되 아이의 표출되는 분노와 감정은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라는 뜻이다.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 화가 났다면 장난감을 가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만 장난감을 사는 것을 왜 제한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불어 한 달에 두 번 시간을 정해놓고 (또한 경제적 상한선을 정하고) 장난감 쇼핑을 가는 것을 제안한다. 아이에게 엄마는 모든 것을 다 사주고 싶지만 그럴수는 없다는 것 (또 그러지 않을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140개의 질문 만큼이나 이 책은 두텁고 묵직하다. 하지만 사연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마냥 남 이야기 같지 않아 몰입하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도 있겠지만 관심있는 분야나 사연을 골라 읽기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분명한건,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읽는 내내 저자의 조언들이 가슴에 깊이 와닿게 될 것이다.
수많은 육아지침서 가운데 이 책이 아이들에겐 물론이고 엄마들에게도 (또한 아빠들에게도) 따뜻한 힐링이 될 수 있는건, 자식을 잘 키우는 (혹은 공부 잘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기술이나 비법이 아닌 근본적인 "관계의 회복"을 전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저자의 한 마디가 더욱 뭉클하게 다가온다.

"당신도, 당신의 아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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