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전쟁 - 7세부터 10세까지 엄마와 아이가 꼭 한 번은 치러야 할
김윤정 지음 / 예담Friend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궤변으로 들리겠지만 결혼 후 아기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한국사회의 과열된 교육열이었다. 그나마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부모님들의 열정은 자식이 자신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아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순수한" 바람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부모의 욕심과 아집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획일화된 입시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도입된 논술 역시 헛점투성이다. 이제 막 한글을 뗀 아이들을 위한 전집에 "논술 대비"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지식과 호기심의 갈증을 해소시켜주어야 할 독서마저도 부질없는 입시전쟁의 희생양이 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막상 기다리던 아들이 태어나고 나니 조기교육에 대한 조바심은 없었지만,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독서만큼은 어렸을 때부터 바르게 습관들일 수 있도록 지도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직은 멀고도 먼 이야기같지만 꼬꼬마 시절부터 책과 가까이 지내며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설레고 즐거운 일인지 알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엄마가 (억지로나마?) 책과 함께 놀아줄 수 있지만 조금만 커서 자기 의지가 생기면 휘황찬란한 여러 미디어를 두고 굳이 책을 읽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자랑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공부하는 걸 즐거워했던 나였기에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줄 수 있는지 막막했다 (사실 이건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매일 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상대가 누구도 아닌 내 아들이라면? 조급함이 앞서 오히려 아들과의 사이가 나빠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 역시 책읽고 놀아주려 할 때 아들이 불만을 표시하면(??) 눈썹이 움찔거리기도 한다.

바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만나게 된 위즈덤하우스의 신간! 육아맘이라면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 법한 저자 김윤정의 그야말로 생동감넘치는 독서록 지도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독서록 전쟁>. 설레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족집게 학원은 가라 - 엄마표가 최고!

"얼른 들어가서 공부해!"라고 외치는 엄마는 정작 거실에 누워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있다. TV에서 눈도 떼지 않은채 아이에게 소리를 아무리 질러봤자 아이가 공부하러 들어갈 리 만무하다. 물론 집안일에 지친 엄마도 엄마만의 시간이, 휴식이 필요하겠지만 아이를 교육하다보면 자신의 휴식시간까지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자가 말하는 "엄마표 교육"이 그렇다. 저자가 자신의 아들과 어떻게 독서록을 쓰기 시작했으며, 독서록 쓰기를 어려워 하는 아이와 함께 어떤 워밍업을 거쳤는지 읽다보면 "도대체 워킹맘이 집안일하고 아이 돌보고 밥하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했을까" 놀랍기만 하다. 그만큼 정성과 사랑, 그리고 인내가 가득한 엄마표 교육에 솔직히 처음엔 자신감을 잃어버릴 뻔도 했다. 아기가 없었을 때라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 라고 자신했겠지만 아기를 키우다 보니 아무 스케쥴이 없어도 하루가 얼마나 정신없이 흘러가는지 몸소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엄마표 수업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듣고 나면 어떻게 해서라도 해내고 말겠다는 투지가 생겼다.

독서록 지도에서 중요한 것은 변변한 경력이나 깊은 지식, 화려한 기술이 아니다.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끼며,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잘 이해하는 엄마 마음 그 자체에 있다. (27 페이지)

누가 내 아이를 나만큼 애정을 가지고 참고 기다리며 가르쳐줄 것인가.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이라도 엄마보다 아이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관심을 가질 수는 없다. 때문에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취약한지를 잘 알고 모든 단점까지 끌어안고 장점을 믿고 바라봐줄 수 있는 엄마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좋은 소식은, 이 엄마표 교육은 조금만 노력하면 "지겨운 공부"가 아닌 "함께하는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시작하는 독서록 놀이

학원에 등록해 한달마다 꼬박꼬박 학원비를 지불하고 아이가 학원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일은 쉽다. 물론 그것조차 녹록치 않은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엄마표 지도를 하는 것보다는 쉬울 것이다. 엄마표 지도를 시작하려면 엄마가 해야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이 훌륭한 것은 독서록 지도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엄마조차도 시작해볼 엄두를 낼 수 있게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 읽긴 읽지만 이해하기 어려워 하는 아이, 글로 쓰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아이들까지도 한번쯤은 (호기심으로라도) 글쓰기에 도전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팁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내 아이의 상황에 맞추어 활용하기 좋을 것이다.
처음부터 책을 손에 쥐어주고 "이거 다 읽고 독서록 쓸거야"라고 했을 때 좋아서 글을 쓸 아이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독서록의 의미와 재미를 먼저 알려주고 한걸음 한걸음 진전하도록 도와준다면 마침내 자신의 첫 독서록을 완성했을 때 아이가 느낄 성취감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권장도서부터 도서록 예시까지

우리집 꼬꼬마가 4개월에 들어서면서부터 내가 하게된 고민은 어떤 전집을 사줘야하나였다. 이런 아가에게 무슨 책이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 나이의 책은 정말 읽는다기보다는 (그것이 불가능할 뿐더러) 가지고 놀고, 체험하고,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중요한 "놀잇감"이다. 가격이 만만치 않기에 몇 주 동안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며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많이 읽은 엄마라 하더라도 그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 알맞는 책이 무엇인지 알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좋은 소식은, 저자는 독서록을 시작하기에 알맞은 책의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출판사나 회사에서 의뢰받아 선전해주는 것이 아닌, 아들과 함께 독서록 공부를 하면서 직접 고른 책들이 나열되어 있어 더 신뢰감이 간다. 물론 이 리스트에 열거된 책을 사용하느냐 아니냐는 엄마가 결정할 일이지만, 적어도 대형서점에 가서 눈여겨볼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담없이 함께 시작할 수 있는 독서록 템플릿도 유용하다. 굳이 그대로 쓰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독서록을 만드는데 잘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이 템플릿도 그에 따라 점점 변하게 되겠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이의 독서를 도와주기 이전에 엄마부터 글을 읽는데 익숙하지 않다면 도서의 내용을 좀 더 빨리 습득할 수 있도록 각 장을 친절하게 요약, 강조해주는 부분이 있어 일단 이 부분만이라도 제대로 숙지한다면 "엄마표 독서록 지도"는 지금이라도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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