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생활 1 : 두뇌.인지편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1
EBS 아이의 사생활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EBS 다큐프라임을 애청하곤 합니다. 시간을 맞춰가며 "본방사수"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있는 주제가 있거나 이슈가 되었던 내용이 있으면 다시보기로 챙겨보는 편이죠.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늬만 다큐일뿐 관심을 끌기 위한 다른 몇몇 방송들과는 달리 심도있게 주제를 다루고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는 다큐프라임의 기본적인 퀄리티를 신뢰하는 마음에 꽤 여러 시리즈를 관심깊이 애청했었답니다.

 

2008년 방영된 5부작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은 한국에 들어오기 한참 전 일이기에 생소한 시리즈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어느나라보다도 교육열이 높고 부모의 교육참여율(혹은 간섭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자녀교육의 혁명을 일으켰다는 이 다큐 시리즈는 이미 같은 제목으로 출판이 되었었는데, 얼마 전 두 권으로 나뉘어 최신개정판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건 꼭 읽어야 해!" 하는 당연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얼마 후 받은 따끈따끈한 두 권의 신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든든해졌답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장인 <아이의 사생활 1 - 두뇌,인지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총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1) 남과 여 그들의 차이 그리고 2) 다중지능, 나만의 프로파일을 찾아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파트 1에서는 기본적인 두뇌에 관한 지식에서부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두뇌가 어떻게 다르고, 무엇보다도 어떤 순서로 발달하게 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화성에서,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는 주장으로 유명해진 심리학자 존 그레이의 말처럼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두뇌가 서로 다른 순서와 속도로 발달하기 때문에 차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쉽게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을 교육하는 선생님이 대부분 "여자"이고, 사회가 원하는 교육의 순서와 내용은 여자아이의 뇌 발달에 최적화되어있기에 남자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부당한 대우와 평가를 받게될 수 있다고 이 책은 경고합니다.

 

파트 1의 후반부부터 본격적으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특별히 흥미로웠답니다. 이제 내일 모레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과 만나게 되는 지금, 제게는 그저 "미지의 세계"인 아들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아들과 딸 양육법이 놀랍긴 했지만, 이렇게 양분화하여 교육하는 것이 과연 장점만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답니다. 모든 남자아이들이 100% 남자아이의 기질만 가지고 있지 않고 여자아이들도 마찬가지인데, 성별에 따라 너무 처음부터 교육방식을 정해버리는 것 자체가 아이의 특성이나 기질보다는 평균적인 통계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죠. 저 자신만 보아도 검지보다는 약지가 반 마디 이상이나 긴 이른바 "남성적인 성향"을 가진 여성이고, 이 책에서 제시한 여자아이 키우는 법에 마냥 동의할 수는 없었기에 "알아서 잘 이해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차이점과 특성, 부모가 흔히 만나게 되는 문제점과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파트 2에서는 요즘 그야말로 핫한 키워드인 "다중지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IQ였고, 그 다음은 EQ가 최대관심사였지만 요즘은 "다중지능"이 대세죠! 유행을 비하하는 입장도, 반대로 따라가고자 하는 입장은 더더욱 아니지만 솔직히 다중지능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별 관심이 없었답니다. 애초부터 누군가의 재능을 제대로 판단하여 그 수치를 계산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 자체에 회의적이기 때문에 그저 교육열에 불타는 부모들의 관심을 끌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때문에 이 책에 설명된 여러가지 다중지능의 분야별 특성과 교육방법 역시 절대적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흥미롭게 읽은 것은 이 책이 (다른 일부 책들과는 달리) 다중지능을 신봉하며 성공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좀 더 가깝게, 정확하게 파악하여 아이 스스로가 원하는 미래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을 권하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아이에게 무엇이 결여됐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더불어 부모는 아이가 갖고 있는 능력에 무조건 긍정을 해주어야 한다. (231 페이지)

 

다중지능에 관심이 있는 부모님들이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책의 마지막에는 비교적 상세한 설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꼼꼼히 작성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보인 분야의 특성과 권장교육방법을 읽는다면 아이가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강한 부분을 더욱 강화시켜줄 수 있겠죠. 내일 모레 세상으로 나올 우리 아들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려면 아직 몇 년이고 더 기다려야 할테지만 그 때가 되면 한번쯤은 꼭 해볼까 합니다.

 

"대통령이 된다는 꿈은 어떤 부모라도 칭찬해주지만 청소부가 되겠다고 아이가 말한다면 긍정적으로 반응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씁쓸하게 들립니다.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결국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도 자식을 사랑하고 욕심을 가진 부모로써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하고요. 임신이 된 것을 확인했을 때 아기와 했던 약속이 있습니다. 절대로 극성스러운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내가 바라는 것, 내가 못 이룬 것을 아이에게 투영시켜 내 욕심을 채우려 하지 않겠노라고. 누구보다도 응원해주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지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꿈을 인정해주겠노라고 말이죠.

 

고맙게도 9개월동안 무럭무럭 잘 자라 이제 내일 모레 드디어 만나러 갑니다. 꿈이 이루어져 현실이 되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처음 약속했던 것처럼, 내 욕심이 아닌 아이의 꿈을 응원하는 엄마가 되자고요. 그런 면에서 이 시기에 참 알맞은 책을 읽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네요. 2권에서 이어질 정서/인성편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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