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 마음이 한 뼘씩 자라는 이야기
사색의향기문화원 지음, 이영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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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 가장 먼저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졸린 눈을 비비며 알람을 끈 뒤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 물 한잔을 마시던 예전과는 달리 저는 머리맡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곤 합니다. 딱히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새로운 소식이 궁금한 것도 아닌데 오늘의 뉴스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확인하다보면 조금씩 잠이 깨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무슨 스마트폰이야!'라고 스스로를 질책했을지 몰라도, 어느새 침대에 비스듬이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160자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트위터가 잘 말해주듯, 스마트폰 안의 세계는 모든 것이 짧고 빨라야 합니다. 긴 로딩 시간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도 환영받지 못하는 곳.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을 수 있는 페이지 로딩의 상한선이 4초라고 하니 느림보가 설 자리는 없습니다. 무엇이던지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볼 수 있는 모바일 세상이 점차적으로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받았습니다. 페이지 수도 꽤 되지만 다른 책들보다 조금 두꺼운 종이에 묵직한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책의 제목은 이제는 아련히 추억 속에 남은 한 단어로 시작됩니다.

'사색'

그러고보니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사색에 잠겼더라? (멍때리던 것 말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어쩌면 스스로는 펼쳐들지 않았을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발간된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사색의향기문화원 저)>입니다.

 

 

어떤 일을 상상하거나

직접 하려고 할 때

작은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슴이 뛴다면

바로 그곳에 우리의 꿈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123 페이지)

 

"마음이 한 뼘씩 자라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사색의향기문화원에서 약 160만명의 회원에게 발송하는 '향기 메일'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총 네 장으로 되어있는 이 책에서는 각각 사람의 향기, 희망의 향기, 마음의 향기 그리고 사랑의 향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깊은 울림을 남겨줄 시나 짧은 글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글이 너무 짧기 때문에 어떠한 문맥에서 이야기해야 할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그 글과 함께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돕는 사색의향기문화원의 글이 이어지면서 이내 그 내용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김난도 교수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발간된 이후로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힐링 돌풍"에 휩싸였습니다.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에서까지 힐링이라는 말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핫한 키워드가 되었죠. 따라서 이러한 열풍에 편승하려는 "힐링 콘텐츠"가 난무하게 되었고, 어느새 사람들은 무조건 "힘내라, 넌 특별하고, 넌 할 수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멘토링에 지쳐가는 듯합니다. 힘이 되어야 하는 이야기가 너무도 통속적이고 진부한 멘트로 전락해 버린 것이죠.

힘이 되어야 하는 이야기가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불안하기 짝이없는 이 시대. 왠만한 뉴스거리는 관심조차 끌 수 없는 지금의 사회에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삶을 더 지치게 하고, 위로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본성마저 "어줍잖은" 힐링 사업에 퇴색되어가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그 해답이 바로 "사색"에 있다고 말합니다.

 

때로는 몇 줄의 문장이

우리의 삶을 전면적으로 돌아보게 하지요.

몇 줄의 이야기가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에

깊은 위안을 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할 때가 있습니다. (...)

그것이 바로 사색의 힘입니다. (서문 중)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읽고 싶은 책은 많다보니 책을 빨리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때때로 마음이 급할 때면 정독을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휙휙 지나가곤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제가 평소에 시집을 읽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일부러 눈동자에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았습니다. 좀 더 느리게. 마치 아주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듯이. 줄과 줄 사이, 글자와 글자 사이에 숨겨진 보물이라도 찾듯이 일부러, 더 느리게 책을 읽었습니다. 덕분에 하루면 다 읽을 수 있을만한 분량이었겄만 마지막까지 읽는데 며칠이 걸리더군요. 책상과 침대 옆에 읽고 싶은 책들이 잔뜩 쌓여있었기에 휘리릭 넘기고 싶은 유혹이 컸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죠. '부드럽고 두터운 종이에 한가득 여백을 남겨둔 것은, 그만큼 여백을 의미하고 시간과 마음을 들여 읽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향기 편지'를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화가 이영철 씨의 작품이 있었기에 더 행복했고요. 글의 내용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림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마음을 구석구석 어루만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삽화 정도로 작게 들어간 것이 아니라 때로는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울 정도의 그림이 등장합니다. 그럼 마치 미술관에 온 듯 꼼꼼하게 그림을 살펴보게 되고요. 그림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영철 씨가 표현한 크고 작은 '반전의 요소'가 참 좋았답니다. 글의 내용만큼이나 강렬하지만 포근한 색의 배열도 좋았고요. 글을 읽으면서 그림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네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가 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스타성이 강한 감동적인 이야기 때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더욱 흥미롭고, 더욱 특별하고, 더욱 이색적인 이야기는 많을테니까요. 하지만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감동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 하나하나를 그냥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고 자기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된 밥을 입으로 가져가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먹게 하며 맛을 음미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색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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