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버트런드 러셀 지음, 최혁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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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따위는 할 일 없는 공상가들이 모여 말장난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발칙하고도 순진하리만치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흔드는 말에 감명 받았던 단 한명의 철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버트런드 러셀입니다. 심오하다못해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다른 철학가들의 말과는 달리 러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참 쉽고도 간단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그것을 읽고 나면 몇 층에 걸친 여러 오묘한 감정이 밀려오곤 했죠. 첫번에 "읽고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다가 곧 "도대체 이 말의 깊이는 어느정도일까?" 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 그의 철학으로 인해 전반적인 인문학적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셀의 저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의 소식을 듣고, 이 책만큼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버트런드 러셀의 주요 에세이를 모아 출간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에는 러셀의 작품 중 유명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를 포함하여 총 19개의 에세이가 실려 있습니다. 각 에세이들은 표현하고 있는 분야에 따라 총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지는데 제 1부는 자전적 성찰 , 2부는 행복 , 3부는 종교 , 4부는 학문 , 마지막으로 5부는 정치 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1872년에 태어나 1970년 8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러셀이 겪어야 했던 시간은 인류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하고도 역동적인 것이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몸으로 체험하고, 반전강연을 하다가 죽을 고비까지 넘겨야했던 그는 감옥 생활을 하면서도 읽기와 쓰기를 쉬지 않았는데 이 책의 서문에 따르자면 그는 하루에 거의 고칠 필요가 없는 3천 단어 분량의 글을 썼다고 합니다. 이렇게 쉬지 않고 출간한 책이 40권이 넘으며 그 분야 역시 철학, 수학, 과학, 역사, 교육, 윤리학, 사회학, 정치학으로 다양합니다. 

버트런드 러셀과 책에 대한 소개를 읽었을 때만 해도 이 말이 그렇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막연하게 "대단한 사람이군!"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첫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서부터 빨려들어갈 듯 아름다우면서도 날선 칼처럼 신랄한 그의 문체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나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쓴 이의 인생과 가치관, 그리고 그가 오랜 세월동안 해왔던 고뇌와 사색이 문체로 녹아나 우리로 하여금 그 깊이를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버트런트 러셀의 글은 철학적 에세이면서도 솔직담백하게 들려주는 자서전이기도 합니다. 한 편의 시보다도 아름다우면서도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읽는 이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령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전혀 다른 입장에 서있다 하더라도 도저히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강력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삶과 사랑, 행복과 죽음에 관한 그의 고찰들.


첫번째 에세이인 앞서 소개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Why I am Not a Christian)" 의 경우 1927년작으로 그가 55세 때 쓴 작품인 반면 1부의 두번째 에세이 "추억의 초상" 의 경우 그가 80회 생일 즈음에 쓴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시간적으로 크게는 몇 십년의 차이가 있는 작품들을 읽으며 놀랐던 것이, 그 내용이나 문체에 있어 그러한 시간적 갭(GAP)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물론 원본이 아닌 번역본을 읽으면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의 사유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가 힌트를 준 것처럼 정말 다섯 살 때였을까요? 

조금 아쉬웠던 것은 원제를 함께 기재하거나 적어도 몇년도에 쓰여진 작품인지를 알려주었다면 좋았을텐데, 책 자체에는 이 책이 버트런드 러셀의 주요 에세이를 모아 발간한 것이라는 내용조차 쓰여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책날개를 제외하고는 책이나 저자에 대한 설명이 아예 없었는데, 아무리 "누구나 알아야 할" 러셀이라 하더라도 그와 그에 작품에 대한 조금의 설명은 덧붙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이러다가 가장 감명깊에 읽은 책이 "버트런드 러셀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라고 말하기라도 한다면 참 민망할텐데 말이죠). 


이 책을 읽고 러셀의 작품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Bertrand Russel Society에서 제공하는 러셀의 작품을 eBook으로 다운받아 읽어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상 문제가 없는 작품들입니다^^). 다른 철학책이라면 원문으로 읽기가 꺼려졌겠지만 러셀의 작품은 한번쯤 영어로 읽어보고 싶단 생각에 검색하다 발견한 사이트랍니다.


http://www.users.drew.edu/~jlenz/brtexts.html


도대체 인간의 지성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버트런드 러셀. 그동안 그의 짧은 글과 인용구만으로도 큰 감명을 받았던 저에게 이 책은 가늠할 수 없는 사유의 공간과 깊이를 잠시동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답니다. 2014년에는 본격적으로 러셀의 작품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사는 것과 죽는 것. 살면서 사랑하고, 행복을 갈망하며 추구하는 것에 대해 205 페이지에 걸쳐 순수한 지혜를 읽은 느낌입니다. "내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그의 대답은, 그의 신랄하고도 거침없는 인류에 대한 성찰과는 달리, "사랑"이라는 따뜻한 한 마디였음에 무언가 가슴 한 켠이 벅차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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