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심리학 - 기분 좋은 매일을 만드는 행동의 기술 만사형통 萬事亨通 시리즈 7
사이토 이사무 지음, 최선임 옮김 / 스카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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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경제에 들어서면서부터 현대인들은 "바쁜" 사람들이었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쁜 것은 곧 유능한 것이었고, 유능하지 않은 사람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바쁘다"는 것에 익숙해져갔습니다. 출근 전 이른 시간 자기계발을 위해 영어학원에 갔다가 하루종일 업무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잦은 야근에 시달리다가도 퇴근 길에는 자격증 공부를 하는 사람을 "자기계발에 힘쓰는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칭찬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업무만으로도 힘들텐데 한두 개 취미생활까지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인데, 게다가 업무 실적까지 좋으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불특정 다수가 꿈꾸는 유능한 삶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현대인들이 "바빠져" 가면서 생긴 부작용이 있습니다. 자신의 해야 할 일만 하거나, 그것조차도 버거워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바쁨" 가운데서 점점 무능력한 "느림보"라는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스스로 역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답답하고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실적 위주의 사회에서 그저 자신의 역할만을 묵묵히 행하려는 그들의 일상은 존중받지도, 이해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게다가 자신의 역할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그 비난은 더 거세지곤 하는데, 선천적으로 여유롭거나 느긋한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가뜩이나 자기자신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자괴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유능한 사람"의 모습은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없는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경쟁 위주의 구조에서 모두에게 강요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러한 문화 가운데서 이유없이 도태되고 괴로움 가운데 하루하루를 헤쳐나가는 사람들에게 다른 차선책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이러한 "느림보"들을 위한 책입니다. 기분 좋은 매일을 만드는 행동의 기술. 사이토 이사무 씨의 "느림보 심리학"을 만나보시죠.

 

선천적 느림보는 없다

이 책을 읽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이 바로 "느림보"의 정의였습니다. 모든 일에 늦장을 피우는 사람? 이해력이 부족해 매사에 뒤쳐지는 사람? "느림보"라는 개념은 상당히 애매모호합니다. 또한 느리다 혹은 빠르다의 개념이 상대적이기 때문에 도대체 어디에 비교해서 느린 것인지 그 기준 역시 많이 궁금했습니다.

"'느림보'라고 말할 때는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하나는 행동면에서의 느림보이고, 또 하나는 정신면에서의 느림보를 가리킨다." (103페이지)

이 책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로 행동적인 느림보입니다. 즉, 어떠한 내부 혹은 외부적인 조건으로 인해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혹은 사회가 원하는 만큼)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조건에는 지나친 완벽주의나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지나친 자기애 등이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판 받을 것이 두려워서, 직접적인 비교를 피하고 싶어서 혹은 자신의 페이스를 고집하고 싶은 이기적인 이유 때문에 업무성취도가 떨어지고, 결국은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게되는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아닌 업무를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 그들의 무의식 속에 숨어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느림보 심리의 속마음을 깨달을 것. 이것이 느림보 치료의 첫걸음이다. 알아차리는 순간 당신은 변하기 시작한다. 느림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서문 중)

욕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마음처럼 발전하고 성취하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고민이었다면 이 책의 카운셀링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이 "누구도 구하지 못하는 느림보 그 자체"라고 좌절하고 있었다면 여기 하나 더 희망의 조언이 있습니다.

"사람의 의욕은 단순히 본인의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의 관계에 의해 생긴다. (...) 하지만 일에 매력이 없으면 아무리 본래의 의욕이 높아도 그 장면에서의 의욕 정도는 제로가 된다. 이때 그 사람은 무기력한 인간이 되고 만다. 이것이 지금 당신의 심리 상태인 것이다. 원래 느림보가 아니라 일에서 매력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173-174 페이지)

 

느림보가 되어가는 느림보의 심리

성적은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고 간신히 학고를 면하며 대학 4년을 마친 뒤 어렵게 입사한 직장에서는 매 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는 그 사람을 "무능력하다"고 낙인을 찍곤 합니다. 가장 뛰어난 성적의 "탑 오브 탑"이 되어도 경쟁이 어려운 사회에서 밑바닥에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면 그 미래가 불보듯 뻔하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사실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닙니다. 이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렁에서 헤어나오기가 더 어렵습니다. 뭔가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극적인 음악에 인상을 쓰고 마구마구 최선을 다하면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습니다.

실패를 거듭할 수록, 자기자신이 뛰어나지 않은 그저 아주 평범한 (혹은 평균 이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자꾸 깨닫게 될 수록 느림보는 점점 더 느림보로 진화합니다. 특별히 해야할 이유도 느끼지 못하고 모든 전의를 상실한 무기력 속으로 빠지게 되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혐오하곤 합니다. 차라리 마음편안히 놀고 먹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남들이 자신을 질타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 자신을 학대하게 됩니다.

집에서 아무 일 없이 머물러 있는 백수 뿐만 아니라 매사에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에게도 이런 고민은 있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한 시간을 쓸 수 있었는지 까마득하지만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그 "바쁨"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지 않습니다. 진행되는 것은 더딘데 하루 15분도 자신에게 할애할 수 없는 바쁨의 압박에 숨이 막혀오곤 합니다. 자신은 정말 열심히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도 무언가 나아지는 것이 보이지 않으니 그야말로 답답하기 그지 없는 상황입니다.

"자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은 그 바쁨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이 즐겁지 않은 것 또한 그 바쁨 때문이다. 모든 것을 바쁨 탓으로 하고 싶어하는 속마음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인생을 정당화하고 싶은 것이다." (17-18 페이지)

어느 순간부터 "마른 비만"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른 것이면 마른 것이고 비만이면 비만이지 이건 건조한 커피나 흐르는 비행기도 아니고 그 말 속에 모순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말라 보이지만 근육과 지방의 비율이 어그러져 건강하지 못한 "마른 비만"의 발견으로 다이어트계는 물론 건강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미연에 위험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느림보"라는 개념은 단지 행동이 굼뜨거나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바쁘고 힘들게 일하는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불만족스러운 자신의 생활 패턴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에게 불공평한 사회를 바꿀 수 없다면

수많은 자기계발서 가운데 "느림보 심리학"이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느림보"의 기준을 조금 더 명확하게 끌어올렸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계기도 거기 있었는데요. 주위에서 "느림보"라는 말을 한번도 듣지 못한 저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가 하는 행동이 상당히 "느림보스러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일하는 속도가 빠르고 효과적이야"라는 칭찬을 들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괴로웠던 것을 생각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요.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깨달음은 "느림보"라는 것은 선천적인 성격이기보다는 후천적으로 형성된 무의식이 의식과 충돌하며 빚어지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산 속에 들어가 혼자 살 것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이 세상에서 사회에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이상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어느정도 사회 풍토와의 절충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본인이 욕심이 많고 평범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더욱 더 많이 수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가야 할 것입니다. 불만에 가득차 사회를 원망하고 사람들을 질타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가는 것이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더 빠른 길이 될 것입니다. "느림보 심리학"은 심리학부 교수로서의 풍부한 상담 경력을 토대로 우리가 하루 빨리 "느림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제시합니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대로 실천한다고 100%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이 책에서 제시된 해결책 역시 "그래서 완전히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간과하고 있던 우리 안의 무의식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지금 나의 마음 상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그 마음 상태를 야기하였는지 그 원인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그 과정을 스스로 대신 해결해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계속되는 불만과 부정적 감정의 토로에는 지치고 결국에는 포기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지금 자신의 삶이 불만족스럽고 사회가 원하는 만큼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시간이 힐링처럼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나치게 비판적이지도, 그렇다고 무조건 옹호하지도 않는 작가의 입장에서 나 자신의 무의식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할테니까요. 더불어 이 책에서 나온 사회심리학적 지식을 토대로 나는 물론 그동안 내게 어려움을 안겨주었던 내 주위의 "느림보"들도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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