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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인생에 답하다 - 정신분석으로 정직하게 나를 들여다보기
이병욱 지음 / 소울메이트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세상을 떠난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놀라울리만치 단호하고 혁신적이며 독단적이기까지 한 이론은 일반적인 이해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생을 바쳐 일구어낸 그의 놀라운 발견이 무색할정도로 원색적이고 충격적인 그의 이론은 대중의 공분을 살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정신분석학"은 그로 인해 새롭게 창시되고 재조명되었으며 훌륭한 학문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정신분석학의 아버지격인 프로이트의 이론 중 대부분은 아직까지도 타부시되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프로이트가 위대한 발견에도 불구하고 인정받지 못하는데에는 그의 이론이 지나치게 편협적으로 인간을 판단, 분석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이트 자신은 확신과 신념으로 자신의 이론을 정립해나갔으며 임상실험으로 확증할 수 있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그러한 그의 주장이 열등의식과 패배의식으로 가득한 한 유대인의 독단으로 다가오기 쉬웠으니까요. 너무나도 추악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프로이트의 편협적 이론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학과 정신분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 프로이트의 저서나 심도있게 프로이트를 연구한 책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인기를 끌지 못한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반가운 신간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병욱 박사의 "프로이트, 인생에 답하다" 입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프로이트가 이룬 혁명적인 발견 중 하나는 바로 "무의식"입니다. 보이지 않는 무의식 세계에 의해 의식의 세계가 움직인다는 사실은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만큼이나 놀랍고도 새로운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자아는 이드와 초자아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문제로 인해 인간은 고뇌를 멈출 수 없는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그렇게 잘 납득할 수 있을만한 이론일지 모르지만 그의 이론에 대한 스캔들은 바로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 이드(id) 의 정체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도 그런 상식과 윤리를 뛰어넘는 몰상식한 세계가 존재한다. 온갖 탐욕과 환상으로 가득 찬 무의식의 세계가 바로 그곳이다. 프로이트는 그것을 이드라고 불렀다. 프로이트는 이드의 욕망을 견제하기 위해 양심과 윤리를 대변하는 초자아의 기능이 동원된다고 하면서, 여기에 상식을 대변하는 자아는 이드와 초자아 사이에서 현실과의 타협을 도모하며 나름대로의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고자 애를 쓴다고 했다." (46 페이지)

프로이트의 말대로라면 우리의 내면세계는 언제나 갈등과 전쟁이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자아는 초자아의 제한을 받아 이드의 욕망을 감추고자 애써야 하고, 현실에 맞추어 살아갈 수 있도록 언제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우위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 우위가 무너질 때 사람의 정신세계는 파탄이 나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신병자"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 모든 전쟁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제대로 대비하기도, 컨트롤하기도 힘들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앞뒤전후없이 파탄적인 이드(id)의 존재는 이러한 모든 갈등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듭니다.
"어머니를 겁탈하고 아버지를 죽이며 형제자매를 성적으로 유혹하는가 하면, 원수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마귀를 숭배하며 배신한 애인을 우물 속에 처박아버리는 잔혹한 환상의 세계, 지구가 파멸하고 세상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내게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전지전능한 세계, 나를 괴롭히던 인간들이 끓는 물속에서 서서이 죽어가는 끔찍한 세계, 지옥이 따로 없는 그런 세계가 바로 무의식인 것이다." (46 페이지)
"인간의 무의식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괴한 환상과 부도덕한 욕망들로 가득 차 있다." (115 페이지)
프로이트의 이런 발언은 대중의 공분을 사게 되었고, 그로부터 그의 이론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무의식의 세계가 끔찍하고 혼란스러운 것까지는 이해하더라도 근친상간의 욕구와 살인의 욕망이 누구에게나 잠재되어있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프로이트 이론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 보다는 그가 이룩한 정신분석학을 이용하여 실질적인 인생의 문제를 진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비록 그의 핵심이론 중 하나가 용납되지 못하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하더라도 그의 "정신분석학"이 인류 역사에 기록될 대단한 업적인 것임에는 틀림없으니까요.
프로이트는 이미 말했다
"지금의 나, 흔들리고 있는 나의 칠체는 결국 어제를 포함한 과거의 집적이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불안이 단순히 어제 오늘 있었던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부터 지녀왔던 해묵은 불안감과 관련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의 실체에 대한 탐색의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24 페이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것이 사람의 내면이며, 지구상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같은 내면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을 개선시켜나가려면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것을 위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적용하자는 것인데, 무엇보다도 자신의 현재 모습이 아닌 지난 발자취를 하나하나 점검해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로이트에게 있어서 "가족"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편안한 쉼터 혹은 둥지"의 개념과 전혀 상반된 것이었습니다. 가족은 오히려 평생토록 극복해 나가야 할 숙제 같은 것이며, 대부분의 정신적 갈등이 이러한 가족관계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가족을 부정하거나 가족체제를 반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가족으로 인한 자아의 갈등을 확실히 인지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저자는 그의 의견을 이렇게 종합합니다.
"가족이라는 화두는 의존과 독립의 문제뿐만 아니라 누구나 살면서 안고 가야 할 미완의 숙제 같은 것이기도 하다. 만약 그 숙제를 제대로 풀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 자신의 독립적인 가정을 이루고서도, 그곳에서 만족과 위안을 얻지 못하고 불행해지기 쉽다." (85 페이지)

영국의 여성분석가 멜라니 클라인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파격적으로 확장시킨 인물로써, 사실상 프로이트의 이론은 멜라니 클라인에 의해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프로이트보다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 "무죄하고 순수한" 어린시절부터 인간의 엽기적이고 파괴적인 성향이 나타난다고 주장했습니다.
"멜라니 클라인이 말한 유아적 환상의 세계는 그야말로 공격적이고 적대적이며 잔혹안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녀가 관찰한 원초적 환상의 내용들은 찢고 자르며 물어뜯는 매우 기괴한 모습들이다. 이런 과정은 피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 멜라니의 주장이다. 누구나 거칠 수밖에 없는 정상적인 발달상의 심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그저 황당무계한 이론에 불과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108~109 페이지)
갓 태어난 어린아이조차 프로이트와 클라인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결국 악은 우리 속에 이미 태어날 때부터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악에 맞서 평생동안 제어하고 방어하며 살아가야한다는 것은 비관적으로까지 들립니다.

그렇다면 프로이트가 이러한 자아분석으로 말하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결국 인간은 추악하고 더러운 존재이며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일까요? 저자는 프로이트가 이드의 존재를 강조하고 초자아를 주장한 것은, 자아의 정체를 파악함으로서 보다 효과적으로 그 갈등에 맞설 수 있기 위함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드가 있던 곳에 자아가 있게 한다'는 프로이트의 선언은 곧 무의식의 압력에서 비롯된 갈등의 악순환적 고리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로운 자아의 성장을 기약한다는 정신분석의 목표를 한마디로 압축한 말이다." (342 페이지)
결국 내 안에 존재하고 있는 악의 존재를 알고 그 실체를 파악해야만 효과적으로 그 악에 맞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의 이런 "건설적이고 좋은" 의도는 그의 이론의 충격스러움에 가려 많은 비판 속에 파묻혀버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다른 학자들은 괴퍅한 방식에 가리운 프로이트의 이론을 보다 더 심층화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신과의사) 스캇 펙 박사는 악에 대적하는 유일한 길은 악의 존재를 과감히 인정하고 그 위험성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악은 치유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갈 수도 없다는 뜻이다." (117 페이지)
정신분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
충격적일 뿐만 아니라 어렵고 난해한 탓에 대중과 가까워지기 어려운 프로이트의 이론을 보다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일반 독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프로이트, 인생에 답하다". 단순히 다른 사람 혹은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방대하고도 오묘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프로이트가 개척한 이 길이 우리의 정신세계를 파악하는 획기적인 발견이었음 역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비록 겉으로는 아무런 각본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우리는 분명 보이지 않고 알 수도 없는 무의식적 동기에 이끌려 살아간다는 것이다.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숨어있는 각본에 따라 춤도 추고 울고 웃는 연기를 계속한다는 뜻이다." (278 페이지)
프로이트의 이론이 혁신적이었던 것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 입니다. 물론 이론을 뒷받침 하는 과정에서 그 근거가 반증될 수 없으므로 이른바 "프로이트 전쟁"의 상대편 학자들은 그의 이론이 이미 틀린 것으로 확증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날 이루어지는 정신분석에 있어서 프로이트를 신뢰하건 반대하건 그의 이론이 널리 쓰이고 (적어도 기초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무의식"이라는 금단의 문을 활짝 열어준 프로이트로 인해 인류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정확하게 어떤지는 몰라도 어디를 들여다보면 볼 수 있을지 알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고 있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그것은 단호하지만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는 저자의 문체와 탄탄한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프로이트의 이론을 실생활의 경우에 적용시켜 하나 하나 발견해나가는 즐거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개발하고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저자는 "성격을 바꾸고자 한다면 우선 자신의 실체부터 파악해야" (313 페이지)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파악하는 길의 열쇠를 저자는 프로이트 안에서 제시합니다. 이해하기도, 수긍하기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납하기도 힘든, 하지만 치명적일만큼 매력적인 프로이트의 이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독자 스스로가 결정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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