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인 - 우울을 행복으로 반전시켜라
유한익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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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이 책 만큼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겠다" 라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라던가, 꼭 필요한 책이라던가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오늘 소개할 책만큼 "위기의식"에서 많은 분들께 제대로 알려야겠다라고 생각한 책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네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주요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등장하는 뉴스는 다름아닌 "자살"입니다. 이제는 너무도 자주 들었기에 어느정도 내성까지 생겼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도 그럴 것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치욕스러운 우리나라의 순위는 매일 평균적으로 43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시간단위로 계산해보면 한 시간에 두 명이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입니다.





이제 자살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 혹은 어느 한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범사회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그렇게도 쉽게 포기하고 모든 것을 버린다는 것은, 그리고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정말 심각하고 끔찍한 일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지요. 활발한 SNS와 블로그 활동으로 이미 많은 분들께는 낯익은 이름 - 정신과전문의 유한익 선생님께서 사회적 이슈가 되어버린 한국인의 질병 - "우울증"과 "자살"을 예방하고자 쓰신 신간. "위기의 한국인" 을 소개합니다.





사회가 우리를 파탄으로 이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상당히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는 것은 더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닙니다. 어떤 사회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어떠한 체계도 완벽할 수 없지만, 유독 한국 사회에는 문화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 참 많은 "이슈"들이 집합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러한 배경이 세계적으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겨주는데 분명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 역시 당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인 유한익 박사는 우리사회의 핵심문제 중 하나가 되어버린 "우울증"에 대해 소개하기 앞서 이러한 우울증을 양성하는 사회적 배경을 분석합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쉽게 수긍해왔던 일들이 사실은 우리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 감옥이었음을 알게 되는 것은 별로 달갑거나 기쁜 일이 아닙니다만, 스스로를 옭아매는 우울증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정황사정을 알아가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1등만 기억하는 사회, 남을 쓰러뜨려 승리해야만 하는 사회, 수많은 것을 강압적으로 요구받는 사회... 유한익 박사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너무도 광범위하지만 그 방대함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정확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요구되는 목표들은 실현불가능하며 (또는 실현할 이유조차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실패한 낙오자들이 좌절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고리를 먼저 파악하고 스스로를 위해 해결하지 않으면 "우울증"이라는 구렁텅이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요구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고스란히 "죄책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러한 죄책감은 우울증이 자라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이 되는데요, 전세계 어디에서도 없는,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는 문화-관련 증후군 "화병"의 사례만 보아도 우리 사회에서 죄책감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화병 혹은 울화병은 기혼여성에게 흔하고, 특히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 사람에게 많으며, 가난한 사람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소극적인 측면에서 보면 상처가 많고 한과 슬픔이 많은 사람, 상황적으로 체념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걸리기 쉬운 병이다. 하지만 화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이런 소극적인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87 페이지)


화병 뿐만 아니라 문화적 요구와 기대치가 초래하는 또 하나의 재앙은 다름 아닌 "분노"입니다. 외국에서 생활하다 처음 한국으로 들어와서 가장 놀랐던 것이 바로 "분노" 였습니다. 어머니와 자식의 평범한 대화에서도 욕이 등장하는가 하면 별 것 아닌 일에 언성을 드높이기 일쑤고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을 대하듯이 분노를 발산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적응이 되지 않는 문화차이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정말 충격인 것은 그렇게 싸우다가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는 욕을 하는 것이나 언성을 높여 싸우는 것이 문화의 일부이고 오히려 친해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이러한 공격성은 자신의 존재가 가리워진 인터넷상에서는 급격히 악화되는데요,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행동이 낯설고 견디기 힘든 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필자가 놀랐던 것은 사람들이 전후 관계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공분한다는 사실과 인터넷 댓글에 사용되는 언어가 매우 원색적이라는 사실이었다. 글의 내용과 무관하게 그런 식의 표현이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34 페이지)


확실한 것은 "위기의 한국인"은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분노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 악순환의 고리는 점차 커지게 되고 강자는 가해자가, 약자는 우울증 환자가 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러한 악순환 뒤에는 암묵적으로 다혈질을 남자답고 패기있다고 인정하는 고정관념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울컥하는 사람,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 흥분하면 앞뒤 못 가리는 사람은 그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도 상처입힌다. 그것이 한국인을 규정하는 '다혈질'이라는 기질을 변화시켜야 하는 이유다." (101 페이지)




"우울증" 이라는 감옥


이 책을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무방비상태로 그러한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을 위해 기획하고 집필한만큼 유한익 박사는 "자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우울증"을 심도있고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자살한 사람들의 80%가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만 보아도 우울증이라는 병은 자살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위험 - 하지만 유한익 박사는 도망칠 곳도, 희망도 없어보이는 "우울증"에도 탈출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사회적 배경이 우울증을 양성하기도 하지만, 유한익 박사는 우울증은 분명한 신체적 질환 중 하나라고 강조합니다. 모든 것이 의미가 없고 실패자인 자신이 사라져야만 한다는 강박적 생각도 모두 이러한 질환에서 오는 증상이라는 것이죠. 


"뇌가 우울증과 자살을 야기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이 모든 것은 당신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신이 정말 잘못해서도 아니고, 당신이 무능해서도 아니며, 당신의 미래가 정말 칠흑처럼 암울해서도 아니다. 뇌가 아프기 때문이다. 뇌가 병들었기 때문이다. 병들었을 때는 치료를 받으면 된다." (179 페이지)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이해 - 자신의 기분을 다스릴 수는 없다 혹은 자신의 느끼는 모든 것을 비관적으로 판단하고 자멸의 길을 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 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많은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합니다. 물론 모든 우울증이 뇌로부터 야기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상응하는 치료를 위해 모든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환경적인 요인 혹은 비뚤어진 생각의 순환으로 인해 우울증에 이르게 되며, 이 때마다 자신의 증상에 맞는 올바른 치료와 대처가 필요합니다. 우울증에 걸린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면 주위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겠죠.

"우울감을 일으키는 과정에는 무언가 비뚤어진 사고체계는 존재한다." (191 페이지)


우울증이 오는 데는 참 많은 이유들이 있으며 유한익 박사는 책을 통해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예라 할지라도 한국인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정도로 일반적이며 흔히 만나게 될 수 있는 사례들이기에 의미가 깊습니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던가, 자신의 완벽하지 못함으로 인해 좌절하는 등 우울증에 도달하는데는 반드시 "올바르지 못한" 사고체계가 있음을, 그리고 그 사고체계를 먼저 인지하고 바로잡는 것이 급순위임을 저자는 재차 당부합니다. 

"우울증은 강박적으로 자신을 비판하게 만든다." (197 페이지)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 않을까요? 박사는 행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올바르게 자기 자신을 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여러 행복학 책들과 자기계발서에서 익히 들은 말이라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올바르고 건강한 자기 사랑은 행복하기 위한 첫걸음일 뿐만 아니라 자살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 나도 행복해지려는 갈망이다. 엄밀히 말하면,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다. 그래서 이타주의는 곧 이기주의다. [...] 우리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무엇인가를 만들어가기 위해 사는 것이다." (50 페이지) 


자신을 버리고 남을 위해 사는 것을 미덕이라고 보는 우리 사회와 나 하나만 잘 되면 된다는 무한이기주의라는 두 가지 극적인 양면이 공존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르게 자신을 그리고 남을 사랑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바로 이 순서대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자신을 위하고 그리고 남을 위하는 것, 그것이 건강한 정신을 위한 철학인 것입니다. 자신만을 위해 살거나 남만을 위해 산다면 결코 그 상태는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자신을 혹은 주위 사람들을 천천히 갉아먹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정말로 안타깝고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자살률 1위라는 어마어마한 난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소수의 미치광이들을 위한 기피대상 1호로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적인 인식이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 보니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여 꺼리기 마련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주기적인 정신과 상담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 흔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소위 잘 산다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부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일 수록 더욱 더 마음을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육체적, 지식적 측면만큼 성장하지 못한 자신의 정신적 자아를 돌볼 수 있는 의식이 시급한 것 같습니다.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


얼마 전 우스갯소리로 "얼굴 못생긴 여자는 용서해도 몸매 못난 여자는 용서 못한다"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면적 가치는 배제한 채 오직 외부적 요인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는 사고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진부하게 들릴 수 밖에 없겠지만, 그만큼 이미 사회 깊숙이 파고든 병적인 사고방식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국에서 "건강식품"이라고 하면 "다이어트식품"을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여성들의 대부분이 강박적 다이어트로 인한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피해를 보고 있는 사실은 이러한 사회적 시선이 어떠한 기막히고 끔찍한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여성들을 몰아간 남성들이 원흉이라고 단적으로 비판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진행했던 조사가 있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커플들 중 남성의 동의를 얻어 여성과 함께 언뜻 보기에도 정말 좋은 아파트로 간 뒤 이 아파트를 사고 싶지만 조금 돈이 모자라니 보태서 함께 마련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식이었는데요. 세 커플이 등장했는데 "함께 장만하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여성분들의 얼굴은 대단한 놀라움과 기막힘이 묘하게 조화되곤 했습니다. "아니, 이 정도도 준비 못한거야?" 혹은 "당신이 대출하면 되잖아" 라며 자신의 (예비)신랑을 몰아세우는 그녀들의 태도에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살 집이고, 법으로 정해진 것도 없는데 그 정도의 양보와 이해도 할 수 없으면서 어떻게 함께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것인지... 


사회적인 풍토 혹은 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서로에게 너무나도 무거운 짐을 지우고 그 짐이 무겁고 힘든 만큼 한치의 양보도 하려 하지 않는 기반에서는 그러한 기대치를 달성하지 못한 많은 이들의 좌절과 우울증이 동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용납될만한 수준" 에 이르기 위해 엄청난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 현주소이기도 하죠. 마냥 이러한 사회를 원망하거나 피해자가 될 것이 아니라, 그 매커니즘을 파악하고 악순환의 고리를 스스로를 위해 끊는 것이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당신의 삶은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그 삶을 의미 없는 비교로 채우지 마라. 당신 자신이 비교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당신을 평가할 수 없다. 그 어떤 사람도 그럴 자격이 없다." (23 페이지)





어렸을 때 왕따를 당한 일. 직장 내에서 어려움을 겪은 일. 실연 후 말할 수 없는 좌절감에 모든 것을 포기했던 일 등.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역경과 마주하게 되고, 어떤 사람이라도 역경 없는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 상황의 차이가 있다 뿐이지 결국 인간은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 없이는 인생을 살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괴로웠던 그 때 일을 되돌이켜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인해 모든 상황이 야기되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한두 걸음만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었을 일을 마치 눈가리개를 하고 달리는 말처럼 그저 앞을 향해서 전력질주를 하느라 다른 길이 있었다는 것을 아예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비논리적인 이유가 사회적 요인을 가지게 되면 그 위력이 갑절이 됩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살기 보다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요상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그 인생을 허비하게 된다는 것이죠.


"너무 이상적인 사람, 이상적인 아내와 어머니, 며느리가 되려고 하지 마라. 그런 사람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 이기적인 강자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의 페르조나를 거부해라. 그런 허상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과감히 버려라. 당신은 유치원생이 아니다. 남에게 착한 사람이 되기 전에 자신에게 착한 사람이 돼라." (89 페이지)


저자가 재차 강조하는 것은 같습니다. 남에게 잘하기 전에 자신에게 잘하라는 것. 남에게 잘하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희생하고 그로 인해 우울증을 앓게 되는 것은 결코 어떠한 미덕도 아니라는 것.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다는 간단한 진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위기의 한국인에게 가장 원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는 제때 조기교육을 받아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다니며 명문대에 들어가 무사히 졸업한 뒤 자랑할 만한 기업에 입사하여 결혼 전 대단한 돈을 모아두고 결혼 후에도 승진을 거듭해 가족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상황을 마련해주는 것. 불가능에 가까운 대한민국 가장의 "사회적으로 당당한 모습" 은 오늘도 수 많은 사람들을 좌절과 회의에 빠지게 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또래에서 인정을 받고 싶다면 넉넉한 경제 형편은 물론 매너도 좋아야 하고 잘생겨야 하며 키도 커야 하고 외제차 정도는 몰아 여자친구에게 이벤트마다 명품 선물을 해야하는지도 모릅니다. 

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얼굴은 물론 몸빼도 이쁘고 착해야 하고 남들에게 과시할만한 명품이 넉넉하게 있어야 "괜찮은" 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조신하게 잘 살다가 결혼 후에는 남편을 훌륭하게 내조하는 것은 물론 자기관리도 소홀히하지 않아야 하며, 전적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육아와 교육을 컨설팅하면서 집안을 돌보고, 남편과 함께 결혼 시 "딸려 오는" 시댁 식구들 역시 그녀의 책임인데 시부모님에게 찍소리 못하고 순종하며 희생해야 "좋은 며느리"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비뚤어진 사고방식과 사회 대부분의 "완벽한 이상형"을 집약시킨 모습이 오히려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기준으로 둔갑할 때 이루어질 수 없는 그 갭(gap)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실패와 좌절 밖에 없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그러한 어떠한 가치에서 실패한 뒤 모든 책임을 사회 혹은 자신에게 전가하며 정신적 질환을 앓게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누구나 당신을 평가할 수 있다. 당신이 남을 평가할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당신을 평가하는 사람이 누구든 그 평가의 무게를 결정하는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뿐이다. 오로지 스스로만 자신을 향한 비판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사람마다 남의 비판에 대처하는 자세가 다르고, 거기에 부여하는 의미의 크기가 다르다." (198 페이지)


남의 이목을 너무나도 중요시 여기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나의 인생을 가장 나 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사회만 탓하고 신세한탄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올바르지 못한 평가의 잣대에서 벗어나 "나"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오히려 우리에게 그런 잣대를 들이대고 판단하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구가 아닌 우리 자신이라고 비판합니다.


"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을 판단할 힘과 권리를 주는가? 우리는 모두 부족한 인간일 뿐이다. 애써 합리화하거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210 페이지)


나 자신이 스스로 나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위한 길을 알고 있다면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삶의 운전대를 맡기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가 삶을 헤쳐나갈 능력을 상실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내몰리고 있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환경의 변화도, 개선도 아닌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힘일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노인자살, 청소년자살까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어쩌면 너무도 오랫동안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그 문제를 외면해왔기에 그 결과가 더욱 더 참혹해진 것은 아닐까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단 한번 뿐이고 그 인생의 주인공은 자식도, 부모님도, 배우자도, 연인도, 친구도, 선생님도 아닌 나 자신인 것을. 그리고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위할 때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도 올바르게 사랑하고 아낄 수 있음을 저자는 책 전반을 통해 몇 차례 강조합니다. 이것이 사회적 문제로 야기된 우울증과 자살을 극복할 수 있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반적인 "정신과 상담"의 인식이 개선되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전 우울증을 앓고 있는 본인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비뚤어진 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스스로 괴로워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아픔이 가중되어 극적인 선택을 하기 이전, 살아가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것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생에 대한 애착,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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