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쥐 소소 선생 1 - 졸졸 초등학교에서 온 편지 ㅣ 책이 좋아 1단계
송미경 지음, 핸짱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된 글입니다 ***
아이들이 읽어도,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재미가 있어 읽고, 어른들은 그 안에 숨겨진 위로와 감동에 젖어드는 동화요. 송미경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 <생쥐 소소 선생>이 딱 그렇습니다. 이미 사전 서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출간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동화라 기대가 되었어요. 그 첫 번째 이야기, "졸졸 초등학교에서 온 편지"를 소개합니다.
"매일매일이 재미있는 날은 아니거든요. 조금 지루한 날도 있어요.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 매일 있을 순 없다는 걸 아니까 기다릴 수 있어요."
'작가의 자전적 동화인가?' 싶은 <생쥐 소소 선생>의 주인공 소소 선생님은 동화 작가입니다. 한때는 베스트셀러였지만 어느새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로 혹평을 받는 동화 시리즈 <딩동 놀이공원>의 저자지요. 1권에서 5권까지는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6권에서 10권은 관심은 커녕, 항의편지가 빗발치는 '실패작'이 되었다고 하네요. 연이은 실패에도 10권까지 출간한 것을 대단하다고 해야할지 ㅎㅎ
자신감을 상실한 그녀는 매너리즘과 번아웃에 빠져 월세조차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초등학교 동창이자 타르트 가게를 운영하는 봉봉 씨의 응원에도 소소 선생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던 바로 그 때 그녀는 매일 왔음에도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졸졸 초등학교'의 편지를 읽습니다. 전교생이 12명인 작은 학교인 졸졸 초등학교에 그녀를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망설이는 소소 선생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봉봉씨 덕분에 어찌어찌 졸졸 초등학교로 향하게 되죠.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말입니다.
"매일매일 지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늘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내일을 기다려요. "
동화의 시작부터 소소 선생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던 건, 그녀가 가진 문제를 공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어요.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노력과는 관계없이 어긋나고 무너져버리는 일들, 다시 도전할 에너지의 고갈, 무기력감과 자기 비하, 끊임없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압박까지. 아이들이 읽는 동화속 주인공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와닿는 상황입니다. 나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수용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 답보 상태가 계속될수록 소소 선생은 더욱 위축되어 갑니다. 급기야는 동화 작가를 그만두어야겠다 생각도 하죠.
하지만 우연한 - 혹은 필연적인 - 기회에 졸졸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나면서 소소 선생의 마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내가 처한 상황, 내가 겪는 일, 내가 느끼는 감정에서 벗어나 순수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는 가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지혜를 얻게 됩니다. 너무나도 강력해서, 조금만 긴장을 하면 바지에 실례를 하던 그녀가 생각만 해도 두려운 상황을 거뜬히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질 만한 지혜 말이에요.
"엄청나게 기쁜 일도, 엄청나게 화나는 일도 이렇게 멀리서 보면 다 놀이 같답니다. "
소소 선생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또 다른 학교에서, 또 다른 아이들과 만나면서 소소 선생이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갈지 궁금해집니다. 왠지 모르게 그 이야기가 동화 속 어딘가에 사는 생쥐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함께 울고 웃으면서 공감할 따뜻한 이야기일 것 같아요.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는 아들도, 40대에 접어든 저도 행복하게 읽은 <생쥐 소소 선생 1 : 졸졸 초등학교에서 온 편지>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