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문장들 - 어떤 말은 시간 속에서 영원이 된다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 지음, 이은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욥기 8장 7절은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말씀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창대해질 거라는 희망적인 의미 때문인지, 이 구절을 집에 걸어두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작은 미미해도 큰 복을 받아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이 말은 욥의 친구, 수아 사람 빌닷이 한 말입니다. 욥의 세 친구들은 모든 것을 잃고 고통받는 욥에게 “분명 네가 잘못했기 때문에 하나님께 벌을 받은 것”이라며 회개할 것을 권면합니다. 하지만 욥은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결국 이 문제는 친구들과의 팽팽한 논쟁으로 이어지지요. 성경 전체의 맥락을 살펴보면, 욥이 겪은 고난은 사탄의 시험 때문이었고, 그의 친구들은 근거 없이 욥을 정죄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하나님께 호되게 꾸지람을 듣게 됩니다.

이 전후사정을 알고 나면, 이 구절을 거실에 걸어두는 것이 조금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앞뒤 맥락 없이 해석되는 문장들이 참 많습니다. 때로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의미가 변형되어, 원래 뜻과 정반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지요.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바로 이러한 현상을 다룬 책입니다. 베를린에서 오랫동안 편집장으로 활동한 저자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놓치고 있는 열한 개의 문장을 탐구합니다.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의 <세상을 바꾼 문장들>을 읽어보았습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책이 저에게 정말 어려운 책이었다는 점이에요. 읽는 내내 네이버 사전과 지식백과를 자주 검색하며 읽었어요. 독일 특유의 문장과 그 안에 숨어 있는 뉘앙스를 이해하기 위해 같은 문단을 반복해서 읽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요즘 책들은 한 챕터가 비교적 짧고 핵심적인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훨씬 읽기 쉬운데, 이 책은 긴 문장과 문단이 이어지다 보니 맥락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처음에는 “이 정도는 알겠지?” 싶었는데, 읽을수록 점점 더 깊은 미궁으로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오랜만에 진지하게 머리를 쓰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한 챕터가 끝나면 해당 문장을 남긴 철학자의 시대적 배경과 인생을 종합적으로 설명해주는 페이지가 있어,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할 때는 그 부분을 먼저 읽고, 다시 앞부분을 돌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인간은 살아가는 한 사유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신념이 책 전반에 흐르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문장이 실제로 어떤 역사적, 시대적 배경에서 등장했는지, 후대의 철학자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했는지,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읽다 보면 저자의 독창적인 해석도 나오는데, 도발적이라 느껴지는 부분에서도 반박할 엄두를 못 내겠더라고요. 지식과 통찰력에서 저자보다 한참 부족한지라 그저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내는 그런 책이 아니에요. 밑줄을 긋고, 정신없이 노트를 작성하며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어요. 머리는 더 아프지만,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머리가 개운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던 문장들의 깊이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