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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 정신과 문을 여는 게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나해인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된 글입니다 ****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빌리지>는 진정한 괴물이란 우리 머릿속에 존재한다는 역설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미지의 것입니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두려워하고,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만들어낸 괴물은 점점 더 끔찍해집니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적을 알고 나를 알게 되면 두려움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그 문제가 우리의 안녕과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말이죠.
<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을 읽으며, 이 책이 훨씬 더 일찍 세상에 나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에서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여전히 정신의학과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기만 합니다. 이는 아마도 일부 과장된 미디어 보도와 편협한 경험담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혹은 “선택의 문제”로 치부하며 가볍게 여깁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두 다리만 건너도 자살 유가족인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해 여전히 쉬쉬하며 있지요.
웃을 일보다 괴롭고 힘든 일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마음에 병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건강한 사람도 일 년에 한두 번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말이죠. 중요한 것은 병을 부끄러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적절한 도움을 받아 이겨내는 것입니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손길을 찾아야 합니다.
<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줍니다. 또한, 정신과를 방문하는 주요 질환을 소개하고, 상황과 형편에 따라 어떤 기관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합니다. 책에서는 큰 병원과 동네 병원의 장단점,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 등 일반적으로 알기 어려운 정보를 폭넓게 다룹니다. 특히, 가장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약물치료의 경과와 효과, 그리고 상담치료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정리되어 있어,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저자는 정신과 방문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나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이 치료를 받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했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누구나 이 책을 한 번씩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아야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 수 있을 테니까요.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확산되어 마음의 병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