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 당신도 뛰어난 작가가 될 수 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이병훈 편역 / 굿모닝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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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여러 저서 중에서 글쓰기와 작가됨, 문학에 관한 글을 발췌하여 엮은 편역본입니다. 한동안 쇼펜하우어 붐이 일었지만 한 번도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던 터라 이번 기회에 가볍게(?) 입문하고 싶었고, 뛰어난 사상가가 말하는 글쓰기가 무엇인지도 알고 싶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팩폭에 순살될 준비'를 하고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낯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찔려 혼났어요. 물론 제 직업이 작가는 아니지만 말이에요. 지금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가뭄에 콩 나듯) SNS에 글을 올릴 때면 가끔은 그저 관성에 의해(?) 쓰기도 하고, 건성건성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써내려갔던 기억이 떠올라 부끄러워졌습니다. 차라리 글을 쓰지 않는 게 낫지, 진정성 없는 칭찬이나 허무한 단상을 나열하는 건 스스로에게도, 그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오늘날 비평가들은 개인적인 배려 차원에서 비판은 하지 않고 칭찬을 남발하고 있다. 그들의 좌우명은 이렇다. "동료와 한 패가 되어 칭찬하라. 그러면 그도 너를 칭찬해 줄 것이다." (호라티우스 <풍자시> 2.5, 72)" - 좋은 글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p.84

쇼펜하우어가 참 "대단하고 용기있다" 싶었던 게 이런 부분이에요. 그는 작가로서 고료를 받고 글을 쓰는 것, 익명으로 비판하는 것, 무조건적인 편들기와 칭찬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이게 요즘 말로 "광역 스플래시 데미지" 아니겠어요. 자칫하면 주의 대부분의 사람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발언이니까요. 하지만 그들에게 미움을 받을지언정 자신이 옳다고 여기고, 그 가치를 지켜내려 하는 그의 사상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작품활동을 하면서 칭찬을 남발(?)할 때가 있는데 호라티우스의 <풍자시>가 제 정곡을 찌른 것 같네요. 

이 책은 총 일곱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챕터는 마치 범주 안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역동적인 야생마 같아서, 주제에 속한 글을 읽는다기보다는 간편하고 짧게 편집된 분량을 읽으며 깊은 사색에 잠기기 좋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서점과 도서관에 차고 넘치지만, 기술이 아닌 본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은 것을 볼 때, 이 책은 분명히 많은 (예비)작가들과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도 뛰어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이 책의 부제는 조금 지나친(?) 약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글을 읽으면서 적어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문학다운 문학, 글 다운 글쓰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하나의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이 누구에게는 펜을 집어들 용기를 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영영 펜을 내려놓게 만들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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