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십수 년이 지나도 한결같이 짙어만 가는 그리움에 괴로워하는 분들을 보고 있으면,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가 상실을 감당할 수는 있는걸까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지구인에게>의 저자 이루리 씨는 오래 전 작은형을 사고로 잃었습니다. 갑작스레 떠난 작은형의 빈 자리는 가족 모두에게 오래도록 큰 상실과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루리 씨는 그중 가장 힘들었던 건, 늘 자신의 자리에서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주었던 작은형에게 한 번도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형에게서 받은 사랑은 또렷해져 갔지만 그 사랑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은 남은 가족들을 더욱 괴롭게 했죠. 이루리 씨가 선택한 방법은 <지구인에게>를 쓰는 일이었습니다. 작은형의 죽음을 소재로 한 이 책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며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언뜻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스토리텔링에는 수많은 메타포가 숨겨져 있어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았어요. 외계인이 등장하는, 분명 SF로 시작한 이야기인데도 미묘하게 현실감있는 전개와 예상못한 결말이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만듭니다. 몇 번 읽으며 의미를 알아채기 위해 노력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형을 떠나보낸 저자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형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미안한 감사인사”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치 어릴 적 희미한 기억이 뒤섞인 꿈처럼, 아련한 감정만 남은 빛바랜 추억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의미가 불분명한 전개가 계속되더라도 그 모든 이야기 가운데 분명하게 각인되어 있는 메시지처럼 말이죠. 마지막으로 책을 덮고 나서 <지구인에게>라는 제목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봅니다. 이야기 초반, 아무런 설명도 없이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은 지구인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왜 지구인들을 혼돈과 무질서로 어지럽힌 걸까. 그들이 무엇을 원했든지간에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고요. 기회가 지나가기 전에. 아직 시간이 남아있을 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