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들의 거침없는 수학 연애 - 이과남과 문과녀의 로맨스 방정식
라이이웨이 지음, NIN 그림, 김지혜 옮김 / 미디어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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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하게 수학에 관심이 생겨 이 책 저 책 둘러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이렇게 공부했다면 지금쯤 뭐라도(?) 되어있을텐데 가뜩이나 안 돌아가는 머리로 알아가려니 답답할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오래오래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수학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들을 찾아 읽는 중입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수포자들의 거침없는 수학 연애>도 이렇게 만나게 되었어요. 수학을 싫어하는 이과생이 수학을 사랑하는 문과생을 만나 어떻게 해서든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수학의 매력을 찾아가는 이야기랍니다. 


총 19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특이하게도 첫 장은 만화로 되어있어요. 챕터의 한 장면을 뽑아 한 페이지의 만화로 그려냈는데, 사실 이게 앞뒤 상황도 없이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다 말풍선이 혼잡하게 되어있어 만화만 읽으면 "엥? 무슨 내용이지?" 싶습니다. 챕터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아하, 이 장면을 그린 거구나' 싶더라고요. 말풍선이 (말하는 캐릭터를 향한) 꼭지 없이 동그랗게만 되어있기 때문에 맥락상 '아, 이 캐릭터의 대사구나' 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말풍선은 처음 봐서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한 페이지의 만화가 끝나면 주인공 민우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뛰어난 언어 점수로 이과에 진학했지만 사실 수학을 싫어하는 이과생인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수학을 사랑하는 문과 소녀 혜수를 만납니다. 그녀는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었고, 어떻게 해서든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민우는 "수학 청년" 코스프레를 시작하죠. 두근두근한 그들의 썸이 이어지는 동안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든 수학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커피가 식는 속도를 통해 미분을 이해하고, 삼각함수로 옷 가게의 거울이 유난히 멋져보이는 원리를 설명하죠. 우리 일상 어디에나 수학은 존재한다는 저자의 말이 실감납니다. 이런 수학의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접근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이런 매력 때문에 자꾸 수학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책의 가독성이 좋은 편은 아니라는 거에요. 제가 수학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크겠지만 본문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좀처럼 스토리를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어요. 두세 번 읽어봐야 무슨 이야기인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때로는 주인공 민우의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이 혼재되어있어 문맥 파악이 불편했습니다. 첫 페이지 만화에서 내용을 파악하느라 애썼는데 글을 읽으면서도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참을 읽다 보면 그리 난해한 내용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민우와 혜수의 썸 스토리와 흥미진진한 주변 인물들, 그들의 일상속에 기가 막히게 녹아있는 수학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는지라 조금만 더 읽기 편하고 친절하게 되어있었다면 정말 좋았겠다 싶었어요. "도대체 수학이 어디에 쓸 데가 있다는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거든요. 무엇보다도 어렵게만 느껴졌던 여러 수학적 원리들을 스토리에 녹여 설명해주니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더 편했던 것 같아요. 부담없이 수학과 친해지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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