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마음챙김 - 내면을 단단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정하나 지음 / 심야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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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을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끔찍한 층간소음으로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던 때였습니다. 아무리 호소해도 변하지 않는 윗집, 이사 말고는 더 이상 답이 없을 것 같은데 도저히 이사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어요. 불면증에 우울감이 치솟고, 아주 작은 소리까지 지나치게 크게 들리는 청각과민증까지... 참 캄캄한 시간이었답니다. 그때 HSP와 함께 마음챙김 기법을 알게 되었고 매일 밤 잠들기 전 마음챙김 시간을 가지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마음챙김은 명상과 깊은 관련이 있기에 많은 분들이 종교적인 의식으로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꼭 그렇지 않아요. 물론 종교적 명상에서도 마음챙김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마음챙김은 기본적으로 부산스러운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나 자신의 감각을 되찾아가는 과정인지라 특정 종교와는 무관합니다. 오히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되찾아야 할 "잃어버린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 책은 아이와 함께 마음챙김을 일상에서 연습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을 소개합니다. 대부분 도구나 특별한 준비 없이 곧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씩 아이와 해보면 참 좋을 거에요. 워낙 가짓수가 많아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기도 좋습니다. 아이가 삶에서 마주하는 많은 순간에 필요한 마음챙김 기법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차분히 읽다보면 급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부터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에게도 - 대화만 가능하다면 - 도움이 될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실습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한 번 읽어서는 마음챙김의 기술을 체화하기 어렵더라고요. 


2024년 상반기를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막상 큰 일들이 다 끝난 지금도 마음이 참 분주합니다. 마음이 부산스러워 집중 못하는 요즘을 돌이켜보니 저자의 말처럼 감각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걸 알게 되었어요. 배고픔이라던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던가 하는 기본적인 감각도 잊은 채 그저 불안한 감정만 느끼곤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지금-이 순간'에 집중하여 내면을 들여다 보고 지금 내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친절하게 물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희안한 건, 스스로에게 이런 "친절"을 베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어지더라고요. 실제로 마음챙김은 해마의 크기를 키우고 근육처럼 단련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하루 3~5분의 시간이라도 마음챙김을 정기적으로 한 사람들의 안녕감이 현저히 증가했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아들과 함께 마음근육을 키우는 데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뇌도 마치 근육처럼 행동이나 생각에 따라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니 말이죠. 


"최고가 아닌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라", "노력하되 애쓰지 않는 삶을 살라"는 저자의 조언이 무엇보다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 섬세하고 예민한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어느 환경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과 안정감을 잃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아닐까요. 지금부터 엄마와 아이가 함께 협력하며 노력한다면, 결국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베푼 친절이 가족, 친구, 사회로 뻗어나가는 아름다운 효과가 나타날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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