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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비테의 행복한 천재 교육법 - 평범한 아이는 어떻게 행복한 천재로 바뀌었는가?
임성훈 지음 / 북아지트 / 2024년 6월
평점 :
출산 과정의 사고로 인해 발달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천자 학자로 키워낸 칼 비테(Karl Witte). 목사였던 그는 친구 페스탈로치의 권고로 <칼 비테 교육법(1818)>을 출간하였고 그의 교육방침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녀 교육에 있어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그의 교육법은 국내에서 이미 여러 육아 도서를 통해 소개된 바 있지만,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책이 있다 하여 읽어보았습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인문학 강연가로 활동중인 임성훈 작가의 <칼 비테의 행복한 천재 교육법>입니다.
이 책은 예비 엄마/아빠나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위해 쓰여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0세에서 5세까지의 조기 교육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인데요. 자녀를 양육하면서 천재로 키울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을 원했던 저자는 수많은 육아 도서를 읽었고 그중 칼 비테의 교육법에 가장 큰 감명을 받아 이 책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칼 비테의 교육법을 저자의 상황에 맞춰 취사선택하여 이론과 가설을 세우고, "이렇게 하면 아이를 행복한 천재로 키울 수 있다"는 해답을 제시합니다. 실제로 저자의 자녀는 어렸을 때부터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읽으며 감명을 받고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와 정서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가 어려운 고전을 읽으며 이치를 깨닫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놀라웠지만, 결국 모든 천재의 해답이 인문 고전 독서와 아이의 천재성을 간파한 부모의 노력이라는 단순명쾌한 논리는 이 책을 읽는동안 왠지 모를 불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재 저자의 아이들이 몇 살인지는 나와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경험담은 초등 저학년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얼마나 열성적으로 헌신했는지 서술합니다.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3D 프린터를 구입하여 교구를 직접 만들며, 아이의 시간을 존중하여 기다려주고 호흡을 맞춰주는 부모님이라니! 그렇지만 이 부분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칼 비테의 아들은 발달 장애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천재로 자랐는데) 만약 아이가 천재로 자라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실상 부모 탓이다'로 귀결되는 것 같아 씁쓸하더라고요. 굳이 많은 부분을 인용하지 않아도 "내 아이의 성적이 나쁜 건 부모 탓이 아니지만 행복하지 않은 것은 부모 탓이다(p.23)", "부모의 게으름이 아이를 불행하게 한다(p.35)", "아이에게 필요한 교구는 부모가 직접 만들어 보자(p.99)", "아이의 천재성을 일깨워주는 것은 부모의 의무다(p.158)", "조기교육은 반드시 부모가 주도해서 '제대로'해야 한다(p.172)" 정도의 헤드라인만 보아도 자녀양육에 대한 저자의 기본적인 스탠스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칼 비테의 교육법을 적용하다 보니 간혹 상충되는 내용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64페이지에서는 "(칼 비테는) 아들이 잘한 것에 대해 평소에 과하게 칭찬하는 법이 없었다"라고 했지만 193페이지에서 "칼 비테는 아이가 어렸을 때 작은 일이라도 잘 해내면, 아낌없이 칭찬해주었다"고 합니다. 맥락에 따라 조금씩 말이 바뀌는 느낌이 들었어요. 칼 비테의 "천재교육 비법"으로 소개된 부분(p.178)은 좀 더 의아했는데 그 첫 번째 비법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철저하게 좋은 엄마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비법도 그렇지만 나머지 비법들(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태교에 각별히 신경 썼다 등)도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굳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쓸 만한 이야기인가 싶은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칼 비테 교육법이 뇌 과학으로도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는데(p.349) 그 근거로 꼽은 것이 뇌의 가소성으로 호기심이 뇌의 발달을 자극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기심을 통해 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칼 비테 교육법이 뇌 과학으로도 입증되었다고 하는 건 너무 비약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천재로 키우기 위해 최고의 환경과 최선의 방법을 제시하는 저자의 노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열정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존경받아 마땅하죠. 그러나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는) 부모들에게 굴레와 멍에를 씌우고, 지나치게 단순화 된 하나의 답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35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필요했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어쩌면 제가 - 이제는 조기교육에서 조금 멀어진 - 초등 중학년 학부모의 입장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어린 자녀를 키우시는 부모님들께는 분명 와닿는 게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