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다 화학이었어 - 주기율표는 몰라도 화학자처럼 세상을 볼 수 있는 화학책
누노 마울리데.탄야 트락슬러 지음, 이덕임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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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월의 짧은 중학교 생활 뒤 유학길에 오른 저에게 화학은 문자 그대로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선행학습 없이 학교 공부가 유일했던 저에게 중학교 입학 후 처음 마주하게 된 이 과목은 공포 그 자체였어요. 기본적으로 무엇에 대한 내용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더라고요. 1학기 중간고사에서 충격적인(!) 점수를 받고 유학 후 영영 이별한 화학은 어른이 된 지금도 제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습니다.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겨서인지, 아니면 더 이상 시험의 압박 없이 자발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인지 요즘은 화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아직 늦지 않았을 거라는 희망 비슷한 것도 생기고요. 뭐가 됐든 몰랐던 것을 알게되는 건 정말 즐겁고 가슴뛰는 일이니까 말이죠. 그런 면에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알고 보니 다 화학이었어>는 저에게 "화학이 얼마나 우리 생활에 밀접하고 흥미로운 것인지" 느끼게 해준 좋은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의 화학부 교수이자 유기화학연구소의 소장인 누노 마울리데와 일간신문 Der Standard의 기자 탄야 트락슬러가 공저하였습니다. 포르투갈 출신인 마울리데 교수는 원래 피아노 전공이었다고 하는데요, 예술과 화학이라는, 언뜻 보면 전혀 관계가 없을듯한 두 분야를 섭렵한 석학답게 화학 이야기를 아주 예술적으로 풀어갑니다. 그가 말하는 화학은 참으로 신기하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이어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화학에 대한 그의 사랑과 애정을 무한하게 느낄 수 있어요.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에요. 책의 서두에서부터 우리의 잘못된 지식과 선입견들을 화학적 접근을 통해 바로잡아주는데 정말 놀랄만한 사실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음식물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은 우리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라던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인공 향료는 피하려고 하면서 확실히 유해하다고 판정난 알코올, 트랜스 지방, 설탕은 매일같이 섭취하는 현실을 짚어주거나, 어째서 항생제의 남용이 결국 인류에게 끔찍한 미래를 가져다 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면 - 화려한 네일아트와 페디큐어에 신경을 쓰지만 굳이 하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해서도요. 


필연적으로 이 책의 말미에는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혁신적인 발명과 제안은 등장하지 않더라도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어떤 대안을 고안하고 연구하고 있는지, 그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끊임없이 언급하는 '세렌디피티'(예기치 않았던 과학적 발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죠. 


이 책의 원제는 "Die Chemie stimmt!"로 번역하면 "화학이 맞다(옳다)!" 정도가 되겠네요. 한국어 제목 번역을 참 잘 하신 것 같습니다. 화학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저도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읽고 싶어졌으니 말이죠. 일반인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만큼 쉽게 쓰여졌지만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거나 한정적이지 않기에 화학이 아직 두렵지만 궁금한 많은 분들께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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