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훈민정음을 위한 교과서 한자어 4학년 교과서 한자어
박재성 지음 / 가나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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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는 저와는 달리 한자에 참으로 박학다식하신지라 예전에 신문이 한자로 가득했을 때도 술술 읽으시곤 했어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신기하고 멋져보였는데, 어린 나이에 유학을 나간 저는 결국 한자에 무지하고 약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말았습니다. 일본어를 배울 때도 한자에서 딱 막혀버렸는데, 신기하리만치 외워지지도 이해되지도 않는지라 웬만한 노력에도 쉽게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일본어가 아니라면 딱히 문제될 상황도 없었습니다. 가끔 제 이름에 들어간 "평안할 녕"자를 틀리게 적곤 했지만 자기 이름을 한자로 적는 일 역시 흔한 일은 아니니까 어찌저찌 넘어갈 수 있었죠. 지금까지는 그랬어요. 


바야흐로 문해력의 시대라고 합니다. 웬만한 분야는 AI가 넘보고 있는지라 사람이 사람답게 구실하려 살려면 반드시 문해력을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고들 말하죠. 올해 4학년이 된 아들에게 가장 강조하게 되는 것 역시 문해력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국어는 물론 수학, 과학, 사회 모두 문해력이 없으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얼마 전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 단어의 60% 정도가 한자어라고 해요. 그중에는 자주 쓰이는 단어가 많아 한자만 제대로 알아도 문해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이후로 사라진 것 같았던 한자 열풍이 다시 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아들 공부를 봐줘야 하는 제가 한자에 정말 무지하다는 데 있어요. 획수가 많은 한자만 보면 난독증마냥 눈이 핑핑 돌아가는 것 같은데 아들에게 가르쳐주려니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외면하고자 했지만 이제는 한 번 정면으로 맞서보자(?)라는 생각으로 함께 한자 공부를 하기로 했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학년별로 출간된 "어린이 훈민정음을 위한 교과서 한자어"에요. 훈민정음기념사업회라는 단체에서 만든 책인데 4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한자어를 모두(!) 철저히 분석했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습니다. 


책을 펼쳐든 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요즘 나오는 다른 교재와는 완전히 다르다"였어요. 초등학교 4학년 문제집이라고 하면 아직도 귀욤귀욤한 일러스트에 재미있는 네컷 만화, 넉넉한 줄간과 여백 등이 일반적인데 이 책은 제가 어렸을 때 보던 문제집마냥 한 치의 불필요한 여백도 허락하지 않겠다는듯 빽뺵하게 채워져 있었답니다. 1학년 과정부터 있던데 과연 저학년 아이들이 이 책을 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한글로 표기되어 있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한자들로 빽빽한 책을 보면서 새삼 저의 한자 수준이 얼마나 처참한가 체감되더라고요. 특이한 건 각 챕터의 첫 장에 4분의 4박자 동요에 맞춰 챕터의 내용을 암기할 수 있는 가사였어요. 금강산, 봄비, 뻐구기, 초록바다, 썰매, 한글날 노래 등에 맞춰서 부르면 된다는데 하필 이중에서 하나도 아는 동요가 없지 뭡니까... 그나마 생각난 것이 책의 운율처럼 4-4-4-4 구조로 되어있는 "신구약송"이었기에 이 노래로 활용해봤습니다. 어른인 저보다도 아이들에게는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학습방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말미에는 평가문제가 적혀있는데 지금의 제 실력으로는 한 문제도 제대로 못 풀겠더라고요. 아들과 차근차근 공부하면서 쌓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눈이 뜨일 날이 오겠지요? 겁먹지 말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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