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설화 1 : 슬픈 나이팅게일 그리스·로마 설화 1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포티니 스테파니디 그림, 이경혜 옮김 / 파랑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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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 년을 전해져온 옛 이야기를 읽을 때면 무엇이 이 이야기를 그토록 오랜 시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궁금해지곤 합니다. 세상도 변하고 사람들도 변하고 시대마다 사상도 문화도 변하기 마련인데 그 모든 것을 아득히 뛰어넘어 사랑받는 이야기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놀랍고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로마 제국을 거쳐 우리에게까지 이어져 온 <그리스 로마 설화>.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또 다른 매력과 감동을 전해줄 그 첫 번째 이야기, <슬픈 나이팅게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도서출판 파랑새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그리스 로마 설화> 시리즈는 총 10권으로 계획되어 있는듯 합니다. 책 말미에는 10권까지 소개되고 있는데 현재 구매 가능한 책은 1권인 <슬픈 나이팅게일>이 유일하네요. 이 책은 "의지와 행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도 소개되지 않은 주인공, 가난한 고아 소년의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한 주제가 아닐까 싶어요. 


많은 옛 이야기가 그렇지만, 이 이야기에서도 수많은 수수께끼와 미스터리가 등장합니다. 가령 못된 악마가 왜 하필 어린 왕자를 나이팅게일로 바꾸어 거인의 산으로 보냈으며, 길에서 만난 노파는 이 모든 이야기를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가난한 소년은 왜 하필 어머니가 물려주신 가위만 챙기고 떠났는지, 소위 "떡밥"들이 회수되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끝나게 되죠. 살아있는 작가라면 맥거핀만 잔뜩 남겼다며 쓴소리를 들었을텐데 말이에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불친절함(!) 덕분에 이야기가 한층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이런 빈틈(?)이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끊임없이 사랑받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빈 칸을 채워갈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청자의 상상력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거죠. 


아무렴 어떨까요. 비록 설명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전개는 있을지언정, 풀리지 않는 역경은 없습니다. 현대의 이야기가 "오픈 엔딩"을 지향한다면, <슬픈 나이팅게일>은 꽉꽉 닫힌 해피엔딩입니다. 심지어 빌런 포지션의 스누티마저 긍휼히 여김을 받아 개과천선하게 되니까요. 감동적인 건, 가난한 고아 소년이 왕자가 된 이후에도 자신을 도와준 거인을 잊지 않고 매 번 머리를 잘라주러 가는 부분이었어요. 그저 다 행복해지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까지 이어지는 행복을 엿본 느낌이 들었답니다. 


마지막까지 궁금했던 것 한 가지가 있다면, 왜 주인공인 소년을 비롯해 공주도, 어린 왕자도, 거인도 이름이 나오지 않았지만 악당격인 스누티만 이름으로 전해진 걸까요? 어쩌면 이 이야기의 진정한 반전은 잘난 척하던 스누티가 더 이상 뻐기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스누티만 이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루어냈으니 말이죠. 


초등학교 중고학년 자녀에게 추천해요. 출판사의 소개처럼 문해력을 키워주고 감성을 북돋아줄 책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시리즈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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