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아이작 버틀러 지음, 윤철희 옮김, 전종혁 감수 / 에포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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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연기"를 아시나요?

참 친숙하게(?) 들리는 단어인데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버벅거리게 되는 것 같아요. 물아일체마냥 배역과 배우가 하나가 된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간단할 리 없고...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내는 것인지 증명하기 쉽지 않아 보이죠.

메소드 - 20세기를 지배한 연기 테크닉


그래서 에포크에서 아이작 버틀러의 "메소드"가 번역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 싶었답니다. 저는 배우도 아니고 앞으로 연기를 할 일도 없겠지만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무대와 스크린에서 그들의 연기를 바라보며 궁금한 게 참 많았거든요.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엄청난 분량에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습니다.


저자 아이작 버틀러는 연기자로 활동하다 연출가, 평론가로 전향했습니다. 사실 배우와 연출은 한 끗 차이인 것 같은데 돌아가는 생리가 완전히 다르다 보니 생각 구조와 소통 방식이 달라 고생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분야를 모두 어우렀을 뿐만 아니라 저명한 저서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버틀러가 이 책을 쓴 건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틱하면서도 디테일하고, 다각적이면서도 때론 고집스럽게 하나를 파고드는 역동적인 작품이 탄생했으니 말이죠.


19세기 말. 러시아에서 일어난 두 남자의 의미있는 만남으로 메소드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한 사람은 메소드의 창시자이자 유명한 연출가로 잘 알려진 콘스탄틴 스타니스랍스키고, 다른 한 사람은 블라디미르 네미로비치단첸코(네미로비치)로, 당대 러시아 최고의 연출가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인물이었죠. 이 책은 언뜻 보면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의기투합을 시작으로 러시아 연극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후에 미국으로 건너와 전설적인 '메소드 연기'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와 미국의 정치적 배경, 문화적 발전이 이들의 역사에 어떻게 개입하거나 영향을 주었는지 생생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에 한 편의 대서사시를 보는 것 같아요.


러시아 문학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수많은 생소한 러시아 이름들 때문에 읽는 게 적잖이 어려웠어요. 게다가 이들의 새로운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거장들과 그들의 철학이 수시로 짧게 등장하기 때문에 가끔은 책을 내려놓고 관련 정보를 찾아야지만 따라갈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아마도 제가 이 분야의 기초지식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겠죠 ㅎㅎ

하지만 자신의 삶을 통해 (스스로가 정의하는) 예술을 기어이 살아내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집, 욕망과 대립의 역사를 읽다보면 어느새 저 역시 몰입되어 '진짜 연기가 무엇인가', '배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연극은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혀 상충되는 두 의견을 맞닥뜨렸는데 둘 다 납득이 되고 옳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도 있었고요. 메소드 연기의 역사를 이렇게나 실감나게 묘사할 수 있는 저자의 역량에 그저 감탄할 뿐이에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과연 메소드는 무엇이고 (실존하는 것이고?) 어떻게 표현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제 안에서 점점 모호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글로만 읽던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보고, 해당 작품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이 책의 진가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텍스트로만 따라가기엔 제 상상력의 한계가 분명했거든요.


백 년이 조금 넘은 메소드의 역사동안 수 차례 그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무대냐 스크린이냐, 어떤 작품이고 언제 공연(상연)되느냐에 따라 메소드가 위력을 떨치기도, 한낱 철지난 올드한 수법으로 치부되기도 한다니. 그만큼 역동적인 예술 트렌드와 역사를 다시 곱씹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두고두고 소장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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