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슬기로운 경제 수업
강수돌 지음, 신단고 그림 / 동녘주니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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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몰랐던 이야기 

벌써 25년도 더 된 이야기.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 "실과"라는 과목이 있었어요. 요새도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학생이었는데 "실과"가 무슨 뜻인지 잘 몰랐어요. 그저 청소하는 법, 바느질하고 뭔가를 조립하는 등 잡다한(?) 것을 배우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참 뒤 "실용적인 것을 배우는 과목(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능)"이었다는 걸 알고 놀랐답니다. 별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거든요. 시험문제로 '집 청소하는 순서'가 나왔었는데 내용이 이해되지 않지만 답을 맞추려 교과서대로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들이 내년이면 초등 4학년이 됩니다. 나름(?) 고학년에 접어드는 거죠. 제법 글도 읽고 사칙연산도 능숙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많이 부족하다 느끼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개념들이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아직 "좋고 나쁨"이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다 그 기준이 지극히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쪽이라(...) 가르쳐 주고 설명해주어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그나마 제가 알려줄 수 있는 거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것들도 너무나 많아요! 오히려 아들을 통해 제가 얼마나 많은 것을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 아들과 여러 책을 함께 읽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어린 아이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이 많이 발간되고 있더라고요. 오늘 소개하고 싶은 <기후 위기 시대, 슬기로운 경제 수업>도 아주아주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라면 혼자서도 읽을 수 있겠고, 저학년 친구들도 엄마가 함께 읽어주신다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될 거라 확신해요. 

이 책은 "경제 수업"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삶의 전반에 걸쳐 꼭 알아야 하는 것들, 그리고 우리가 한번쯤은 스스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을 가득 담고 있어요. 제목만 읽고 딱딱하고 따분한 책이라고 생각하셨다면 오해랍니다. 아들과 함께 읽기 전 먼저 읽는데 단숨에 다 읽을 정도로 흥미진진했거든요. 

이 책은 유용하고 유익한 정보로 가득하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고 감명깊었던 건 저자의 폭넓은 가치관이었어요. 글로 읽는데도 따뜻하고 사려깊은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더라고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에 한 챕터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안성맞춤입니다. 그중에는 어른들도 쉽게 답하기 힘든 질문들이 많아요. 경제를 말하면서 결코 지나쳐갈 수 없는 부분이 '가치관'이니까 말이죠. 같은 개념과 현상도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자신도 몰랐던 빈 칸을 차츰 채워갈 수 있을 거에요. 제가 저자의 가치관과 철학에 상당부분 공감해서인가 더욱 친근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누군가 이렇게 설명해주었다면 경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아들이 이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경제의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을 입문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 싶어요. 게다가 저도 함께 배운 게 정말 많답니다. 흔히 '미국에서 재채기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라고 하는데 정확히 왜 그렇게 되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거든요. 저처럼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른들에게도 훌륭한 입문서가 되어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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