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이 된 집오리 - 최고의 장면을 찾아서
앨릭스 채 지음 / 뷰티풀벡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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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확인해 보니 밀리의 서재를 구독한지 5년이 넘었더라고요.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구독일거에요. 덕분에(?) 이제는 전자책에 참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종이가 아니면 읽는 맛이 아예 안 났는데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전자책에 아무리 익숙해지더라도 꼭! 종이책으로 손에 쥐고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아마 이건 정말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하고 싶은 <파일럿이 된 집오리>가 그런 책이에요. 빳빳한 겉표지를 넘기고 한 장 한 장 종이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읽고 싶은, 그런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어른과 어린이 모두를 위한 힐링 동화"답게 이 책은 누가 읽어도 마음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을 거에요. 내용이 어렵지 않아 아이가 읽을 수 있고, 그렇다고 단순하거나 유치하지 않아 어른도 푹 빠져들게 됩니다. 모든 건 다른 형제들과는 조금 달랐던 집오리 '더키'가 특별한 꿈과 함께 시작돼요. 이미 더키의 아버지가 꿈을 찾아 훌쩍 떠나버렸기 때문에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기에) 더키의 엄마는 걱정이 한가득일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에게 있어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특별한 꿈은 그저 아빠를 영원히 앗아간 것이었으니까요. 집오리인 더키가 날고 싶어 하는 것도 달갑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의 위치에서 분수에 맞게 사는 게 좋다고 타이르죠. 왠지 모르게 엄마 오리에게 공감하게 되는 걸 보니 저도 참 나이가 들었나봐요 ㅎㅎ 

하지만 더키는 우연한 기회에 위대한 새 알바트로스를 만나 자신의 꿈을 구체화시키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인생 최고의 장면을 찾기"! 알바트로스는 더키가 느끼는 결핍이야말로 꿈을 꿀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며 북돋아주죠. 그렇게 떠난 여행길에서 꼬마 호박벌을 만나 동행하게 되고 더키의 "최고의 장면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웬지 모르게 한없이 아련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색감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오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이 책은, 읽을수록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에요. 나이가 이만큼 먹다 보니 더키가 만나는 여러 새들이 표현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 번 쯤은 다 만나본 것 같거든요. 그때 느꼈던 감정과 상황들이 떠오르면서, 때론 안타깝기도 하고 때론 콧날이 시큰하기도 했답니다. 더키와 호박벌이 나누는 우정은 참 사랑스럽고 특별한 것이어서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요. 

사람마다 이 이야기의 끝을 다르게 받아들일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엔딩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활짝 열린 문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겠죠. 저는 이 이야기의 끝이 정말 동화같으면서도 동화같지 않아서(!) 좋았어요. 뻔하지 않고, 작위적이지 않아서 끝까지 즐겁게 읽었습니다. 에필로그의 일러스트들은 선물같이 느껴졌어요. 

어느 한가한 주말에 아들과 나란히 앉아 여유롭게 읽어주고 싶은 책입니다. 지금은 부록으로 크리스마스와 새해 일러스트 카드, 스티커까지 패키지에 들어있더라고요. 가장 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다이어리에 붙이고 나니 마음이 더욱 몽글몽글해지는 거 있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동화 속 나라로 여행을 다녀온 듯 아름다운 책! <파일럿이 된 집오리>는 앞으로도 종종 다시 읽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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